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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IT와 사람] 너도 살고 나도 살자!


 

화이팅!

올들어 우리에게 아주 익숙해진 표현입니다. 그래서 2002년 8월 중순 현재 인터넷의 한 검색 사이트를 통해 '화이팅'을 검색어로 어떤 사이트들이 있는지 한번 살펴봤습니다. 무려 6만7천여개의 사이트가 검색되더군요. 이는 '화이팅'이라는 단어가 그만큼 우리 일상 생활에 익숙하고 친숙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전 사회적으로 서로가 독려하고 힘을 북돋을 때면 의례 우리는 '화이팅'을 외칩니다.

이제는 한국에 있거나 한국을 아는 외국인들도 우리처럼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영어권 사람들 마저도 자신의 고향에서 평소 '고 고(Go Go)' 등으로 상대를 격려하지 않고, 우리식 언어습관에 동조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들은 응원하거나 회식할 때, '화이팅'이라는 말을 처음 외쳐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손을 치켜들고 '화이팅'을 소리치며 즐거워합니다. 저 역시도 지금까지 화이팅이란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즐겨 쓰는 화이팅이라는 말이 반갑게 들리지 않는 분도 있더군요. 그에게는 화이팅이 '싸우자'의 의미로 들려, 거부감을 갖게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비즈니스를 통해 같은 민족인 한국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가장 대하기 어려운 유형의 사람이라고 하는군요.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 이런 저런 경우로 많은 한국 사람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더군요. 많은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전투적이고, 호전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좋게보면 적극적이고 열정이지만, 지나친 화이팅 정신은 공멸(共滅)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60, 70년대 미주 이민역사의 한 장을 차지하는 가발 사업을 예로 들더군요.

"그 무렵 한국의 가발공장들이 미국지역에 진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요. 그러다 보니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는 가발공장과 매장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한꺼번에 가발업체들이 늘어나다 보니, 경쟁이 심해진 것이죠. 생산공장은 경쟁업체와 납품가격으로 경쟁을 벌이다, 저질 원료를 사용하게 되고, 이는 불량품을 낳는 등 악순환 끝에 무너지더군요. 또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는 매장을 경쟁으로 둔 업소는 경쟁을 벌이다, 나중에는 제품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매장이 등장하더군요. 서로 경쟁업소가 판매경쟁을 일으켰다고 원망하며 덤핑경쟁을 벌이더군요. 서로가 저 X이 문 닫는 것을 보고 가발장사를 그만두겠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잘해 보자'는 선의의 경쟁이 '너 죽고 나 살자'로 바뀌고 급기야 '너 죽고 나 죽자'로 변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다는 것입니다. 당시 그 지인이 알고 있던 한 중국인은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한국인의 상술에 놀랐다. 기가 막힌 아이템이다. 저런 사업이라면 3대까지 편하게 먹고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지 못해서 함께 망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그런데, 우리의 이같은 경쟁지향적인 모습은 초등학교 때부터 길러진다는 것이 그 지인의 의견입니다. 반별, 또는 학교, 지역 등으로 편을 갈라, 게임을 할 때의 구호가 천편일률적으로 '화이팅' 또는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라는 것입니다. 게임의 결과는 '승리' 밖에 없다는 승자지향적 사고가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는 것이 그분의 지론이었지요. 선의의 게임이나 경쟁이었다면 과정과 결과도 선의로 끝내고 싶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같은 현상이 우리 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MP3과 관련된 기업과 음반업계간의 경쟁은 단적인 사례입니다. 미국에서 지난해 음반업계의 공격으로 MP3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화일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한 냅스터가 폐쇄명령을 받고, 현재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음반업계의 공격으로 '소리바다'가 최근 폐쇄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냅스터나 소리바다가 사라진다고 음반업계의 부침이 해결될 수 있다면 얘기는 간단합니다. 최근에는 MP3의 기능을 능가하는 오그보비스(OGG)라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화일이 개발됐다고 합니다. 더욱 은밀하고 다양한 형태로 이같은 음악화일의 공유와 배포가 확산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요.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원점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저는 자본주의의 미덕 중 하나인 수익자부담원칙이라는 기본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생각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즉, MP3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중심으로 지금 현재 수익을 얻고 있거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자나 개인들이 그 수익의 일부를 개발자들에게 내어놓는 것입니다. 일례로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나 통신망 서비스 사업자 등과 같이 MP3과 같은 콘텐츠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자들이 보편적 서비스(universe service) 개념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법을 모색해볼 수는 없을까라는 것이죠.

물론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의 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대전제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윈&윈'을 생각해야만 가능한 방법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김강호 I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khkim@bora.da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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