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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IT와 사람] So long, 히딩크
 
2002년 07월 09일 오후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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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세계무대에 새로운 이미지로 부각시키는데 일조한 거스 히딩크가 이 땅을 떠났습니다. 'Good bye' 대신 'So long'이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에 '빅뱅(대폭발)'의 소용돌이를 몰고온 주역이 월드컵 대회가 막을 내리자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이쯤에서 소재가 또 히딩크냐. 지겹다는 반응을 보일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짧은 기간동안 많은 교훈과 가르침을 남긴 인물을 아직 만나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의 출국을 계기로 저의 느낌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어떤 이는 그의 갑작스러운 출국을 대하며, 가야할 때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그를 시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앉고 일어설 때를 아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기대했던 목표는 당초 기대 이상으로 초과달성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떠나는 것이 자신을 돕고 또 한국을 돕는 길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그가 한국에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했다면 우리의 시간소모는 길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열심히 차던 공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떠났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당분간 한국축구가 고전을 면치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한국은 국운상승의 기회를 맞고 있다며 높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의 출국을 앞둔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공중파 TV채널에서는 밤 늦게까지 프로축구 K리그의 경기를 중계했습니다. 방송사의 기대 만큼 많은 분들이 이날 오후 K리그를 재미있게 관전한 모양입니다. 평소 프로축구경기 관람을 외면하던 저도 슬쩍슬쩍 채널을 돌려가며 태극전사가 뛰고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볼 정도였으니까요.

어떻든 저는 휴일날, 골든타임에 이뤄졌던 이날의 TV중계를 한국 스포츠산업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움도 있습니다.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IT벤처 붐 이후 IT기업에 대한 관심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직접 체험한 덕분인지, '비상(飛上)'에서 '추락(墜落)'을 동시에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같은 염려는 최근 미국에서 스포츠 평론가로 활동한 지인의 의견을 들으면서 더욱 강해졌습니다.

더욱이 월드컵 이후 한국의 이미지제공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정책 중 하나가 제품가격 인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언론보도를 대하며, 이같은 걱정은 기우로 그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입니다. 어떤 제품의 경우, 품질에 비해 헐값에 팔리는 것도 현실이기에 가격을 올려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월드컵 4강에 올라갔다고 제품 가격을 올린다는 발상. 뭔가 오해가 있었거나 거두절미하고 그 부분만 보도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정도입니다.

어떻든 월드컵을 계기로 스포츠산업이 제자리에 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또 새벽거리에 조기축구팀이 부쩍 늘고 있다는 사실에서 생활체육이 자리잡을 것이라는 일반 국민들의 기대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들이 정상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스포츠와 관련된 조직들이 경제원리에 맞는 활동과 이를 담보하기 위한 투명성 확보에 주력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스포츠산업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IT산업을 비롯 한국의 경제구조가 개혁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을 굳혀야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최근 지인을 통해 미국 프로 야구 구단과 이들의 경제활동에 대해 몇 가지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있습니다. 이미 프로 스포츠 마니아들은 상식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 야구 구단은 대부분 지역 유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이번에 알았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주지하다시피 대부분의 구단은 대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논할 것도 없이 이같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 광활한 영토에서 연방정부라는 느슨한 틀밖에 없는 미국에서 가능한 지방자치와 그리고 단단한 지역경제. 어떤 제도가 좋다 나쁘다고 잘라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원리만으로 보면 대기업 중심의 스포츠 구단 운영이 그리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포츠마케팅 관련 자료들에 따르면, 스포츠와 관련된 수입원은 경기 입장권 및 경기장 운영을 통한 직접적인 수입과 광고와 같은 간접수입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접수입의 유형으로는 *방송중계료 *스폰서십 및 경기장광고 *광고수입 및 라이선싱 수입 *구장명칭 사용권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가 활발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직접수입은 비중이 적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수입은 광고에 의해 충당된다고 합니다. 이번 월드컵 경기대회에서도 대부분의 수익이 광고주를 통해 조성됐다는 것은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느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경우, 광고주로 활동해야할 대기업들이 직접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단으로서는 잠재수입의 큰 폭이 줄고, 외국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 구단 운영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지요.

또 이번 월드컵을 통해 여실히 느낀 사실이지만, 승률이 오를수록 FIFA본부로부터 한국 대표팀이 받는 상금액은 늘어났습니다. 무슨 명목일까요? 바로 출연료인 셈입니다. 16강, 8강, 4강으로 좋은 경기를 펼치고, 노출빈도가 늘어나기에 자연히 출연료가 올라가는 것이죠.

합리주의가 몸에 밴 구단주인 서구사회 기업가들은 이같은 실질적인 이득을 기대하며 구단운영에 참여합니다. 구단주로서의 권위나 이미지 제고보다 구단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유럽 축구의 함몰을 이같은 상업주의로 월드컵 경기직전까지 혹사당한 선수들의 기가 빠졌다는 평가도 내리기도 했으니, 정도의 문제겠지요.

어떻든 미국 프로야구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찬호나 김병현 선수가 출전하는 게임의 중계를 위해서는 국내 방송사들이 외국 방송사에게 거액의 중계료를 부담하지만, 국내 프로게임 중계를 위해 각종 협회와 중계료협상을 진행한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별로 없습니다. 외국 방송사들은 해당 스포츠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구단이나 협회 등에게 많은 비용을 중계료로 지급하기 때문에 그만큼 높은 중계료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터무니없이 거액의 중계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시장원리가 만들어내는 시장가격이라는 것입니다.

또 관리측면으로 넘어가 볼까요. 국내 프로 구단의 대표는 대부분 대기업의 간부들이 맡고 있습니다. 프로스포츠구단의 감독과 코치 등은 직제상 이러한 대기업 계열사의 이사, 부장, 과장 등의 자격으로 구단과 계약을 맺고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현역선수에서 은퇴하는 홍명보 황선홍 선수들은 이제 어느 구단의 지도자로 자리를 옮기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 역시 프로 구단의 지도자로 옮긴다면 종래와 같은 계약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거스 히딩크와 같은 독립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만약 각 구단이 대한축구협회가 히딩크가 부여했던 것처럼 프로구단의 지도자들에게 전문 CEO로서의 능력을 부여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감독을 공동 CEO로 영입하고, 선수단의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전적으로 위임하고, 계약기간동안 책임과 의무를 명문화하여 서로 신뢰와 성실의 약속을 지키기로 한다면 말입니다.

4강신화의 또 다른 주역으로 저는 붉은 악마를 통해 효율적인 경영원리를 타산지석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축구사랑'이라는 순수한 열정하나로 움직였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돈을 쓰거나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붉은 악마는 "경영이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경영원리를 제대로 실천한 조직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한가지. 붉은 악마가 처음부터 이같은 원리를 알고, 실천하려고 노력한 적은 없을 것입니다. 그저 축구를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된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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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 I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khkim@bor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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