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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IT와 사람] 사람을 남기는 일이 장사라는데…


 

저는 사람 만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한때 직업이 기자였으니, 사람과 담을 쌓고 살고는 그 일을 하기 어려웠기에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몇 가지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그 중 제일 큰 문제 중 하나가 제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관계였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과거에는 저와 사이가 틀어질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서로 적당한 선에서 조심스럽게 만나고 헤어졌기 때문이었지요. 관계가 악화될래야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또 우리 사회에 언론사 기자들과 나쁜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아마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특정 언론사나 해당 기자와 무슨 철천지 원수질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저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오죽하면 PR을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일이라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들면서 저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 것이지요. 사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자신과 배짱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도와줄 파트너를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일입니다.

한 집에서 한 솥 밥 먹고, 한 이불 덮고 자는 부부도 오월동주(吳越同舟) 아닙니까. 그런 마당에 비즈니스로 만난 사람과 의견이 일치할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기차선로가 만나기를 바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너무 잘라서 죄송한 일이긴 하지만, 완벽한 의견일치는 100%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됩니까. 깨어지면서 터득하고 깨닫게 된 방법 중 하나는 나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눈높이 조절이 말이 쉽지,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눈높이 조절 방법으로는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경험담입니다. 한때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A를 무척 신뢰했습니다. 주위에서 사람을 너무 믿지 말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압니다. 그래도 그 친구는 올곧은 사람입니다. 그래도 그 말씀은 새겨듣겠습니다."

정중하게 답했지만, 지인들의 충고를 가볍게 여겼습니다. 한 마디로 지난 한일월드컵 경기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심정처럼 저는 파트너 A와 함께하는 한 승승장구할 것이라며 그에 대해 열광적인 관심을 표출했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한달 두달 흐르면서 파트너와의 관계는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알고, 제가 상상했던 A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불만스럽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파트너와의 결별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풍비박산날 것으로 우려했던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막는 방법은 내 자신이 참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관계가 오래가지 못합니다. 대화가 되지 않으면 균열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깨닫게 된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의견차이가 나타난다고 느껴질 때가 바로 대화를 해야할 때라는 것이지요. 말이 잘 안 통한다 싶으면, 그것을 붉은 신호등이 켜진 것으로 생각하고, 멈춰서야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의견차의 원인은 간단합니다. 국가와 민족을 운운해야될 것처럼 거창한 사안을 놓고 심각하게 줄다리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를 놓고 다투게 됩니다. 때로는 말꼬리 하나로 인해 몇날 며칠을 꽁하고 마음 문을 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무렵, 정갈한 음식을 차려놓은 깔끔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함께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다보면 말문이 열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은 삶의 배경과 경험 차에서 발생하는 오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얼마 전 사업 파트너였던 A를 오랫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한때는 세상에서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관계가 악화되었지만, 이제는 웃으면서 만날 수 있습니다. 세월이 약인가 봅니다.

그런데 얼마전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서 저의 만남과 인간관계를 다시금 떠올려 보게 됐습니다. 히딩크 감독의 인터뷰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인의 열광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힌 내용이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의 견해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나는 열광을 싫어한다. 열광이란 열광하게 하는 그 대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한국 팬들이 그저 월드컵을 즐기면서 봐줬으면 좋겠다.' 히딩크 발언의 행간을 한번 읽어볼까요. 정확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열광을 한다. 한국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마치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는 것처럼 느끼며 감격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표팀의 대진 성적이 부진하면 한국민들은 대표팀에 대해 실망하고, 자신의 실책인 것처럼 실의에 빠질 수도 있다. 나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며,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민들은 우리의 경기결과에 관계없이 우리가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에 대해서만 박수를 쳐주고, 격려를 해달라.'

다행스럽게도 이번 경기에서 국가대표팀과 응원단과의 관계는 최상의 시너지를 표출했습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잘 훈련된 선수단의 선전이 선순환의 극치를 이뤄,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요소 중 어느 것 하나가 무너졌을 때, 악순환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4년전 월드컵대회 우승국가였던 프랑스팀의 예선탈락은 지단의 부상, 더 나아가서는 유럽 축구구단의 운영방식 등 다양한 원인들이 가져온 악순환의 결과인 셈입니다.

이처럼 열광에 대한 히딩크의 그 한마디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정곡을 찔렀다고 느껴졌습니다. 최근 개그맨들이 '개그는 개그일뿐 따라하지 맙시다'고 강력하게 얘기하듯 히딩크는 '게임은 게임일뿐 게임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걸지말라'고 우리에게 정중하게 부탁했던 것입니다.

저는 얼마전 지인의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창업을 했다는 것입니다. 며칠 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저의 경험담을 전하며, 지인과 관계를 맺은 동업자에 대해 기대치를 낮출 것을 권했습니다.

저도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기대치 낮추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주고받을 것을 정확하게 약속하는 것이지요. 아무리 서로 믿는 사이라지만, 원시공산사회처럼 기업을 경영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최악의 상황, 또 아주 희망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애초에 냉정하게 원칙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설픈 계약은 오해를 낳게 됩니다. 두리뭉실하게,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구두 계약은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자신을 공격할 지도 모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일방적으로 주기로 작정했다면 관계없는 일이지만요. 물론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되내며 겸양의 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입니다.

'상도'의 임상옥은 그의 부친으로부터 장사를 그렇게 배웠다고 합니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 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다"

아무리 봐도 명언입니다. 그런데 말은 알겠는데, 살다보면 그 것을 실천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김강호 I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khkim@bora.da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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