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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IT와 사람] 히딩크의 '히 씽크' 전략 배우기


 

IT 벤처 붐과 몰락. 그리고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IT산업계. IT산업 언저리에 종사하는 필자에게 최근 한국 축구계의 변화를 IT산업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불과 1년전의 한국 축구는 프랑스에 0:5로 대패하는 약체였다. 그러나 1년 남짓의 기간이 지난 이후 한국은 거함 프랑스를 2:3으로 따라붙을 정도의 괄목상대의 팀으로 성장했다. 전후반 90분을 지켜본 사람은 한결같이 한 마디씩 했다. "아니, 한국팀이 저렇게 잘해?" "한국팀 맞아?"

지난 5월 26일 한국과 프랑스간의 축구경기에서 한국팀은 0:2로 패해도 다행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순발력 있는 움직임과 유연한 볼 트래픽 등으로 한국팀의 선전은 눈이 부셨다. 그들은 경기현장과 TV 앞에 앉아있던 대부분 한국인의 심장을 벌렁거리게 했다. 모처럼 스포츠 중계를 지켜보던 필자도 선수들의 분전을 지켜보다 박수와 함성을 질렀다.

많은 지인들은 한국 IT산업의 지지부진 상태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비실대던 한국 축구계는 완전히 탈바꿈했다. 어떤 요인으로 이같은 변화가 가능해졌을까. 그 원리를 IT산업계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최근 일련의 경기를 통해 드러난 결과로 한국 축구계를 보자. 자타가 공인하는 업그레이드의 결과였다. 축구에 문외한인 필자의 눈에도 한국 축구는 달라져 있었다. 세계의 평가도 그랬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의 오류 등 단순히 버그 수정을 뜻하는 소수점 아래의 버전 업 정도가 아니었다. 메뉴와 기능이 혁신적으로 개선된 2.X에서 3.X버전 또는 4.X버전으로 품격이 달라진 그런 판올림이 한국 축구계에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판 올림에 대해 앵커와 해설자들은 다양한 잣대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의견 중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생각하는 축구'의 승리라는 의견이었다. 한-불간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던 필자도 그런 인상을 받았다. IT업계의 논리대로 선수들의 CPU가 병렬 처리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오른발, 또는 왼발을 언제 사용할 것인가. 자신에게 주어진 공을 누구에게 전달할 것인가.

왜 그 선수에게 보낼 것인가. 공의 움직임에는 선수들의 그런 생각이 담겨 있는 듯했다. 때문인지, 공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이같은 한국선수들의 팀워크를 축구 분야의 세계 랭킹 1위 프랑스 팀 소속 선수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과거처럼 무작정 뛰면서 허둥대는 모습이 확연하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쳐야할 때 치고, 빠질 때 확실히 빠지는 플레이를 펼쳤다. 선수들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뛰었다. 그럼으로써 시야를 넓게 유지하는듯이 보였다.

히딩크 감독이 어떻게 훈련을 시켰기에 1년만에 저렇게 달라진 모습을 할 수 있을까. 인터넷을 뒤져봤다. 우선 그의 이력서를 훓어봤다. 첫 번째 눈에 띄는 것은 히딩크에게 15년간의 무명선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둘째, 네덜란드팀의 감독으로 있다 리더십 결함을 이유로 자리를 빼앗기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에게도 고난과 역경의 눈간이 있었음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력서만으로도 그는 패자의 설움을 톡톡히 경험한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고,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릴 아는 사람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에 대한 한국 축구팀 관계자들의 증언은 이같은 필자의 짐작이 그리 틀리지 않음을 확인시켜 줬다.

"히딩크는 선수가 잘못된 플레이를 했을 경우에도 자신이 직접 깨달을 때까지 내버려 둔 다음 대처방안을 알려준다. 또 경기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선수들 스스로가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펼치도록 한다." 히딩크(Hiddink)는 선수들이 히씽크(He think)를 유도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조련사였던 것이다.

이쯤에서 한국 IT 벤처산업을 한번 들여다보자. 거창하게 얘기할 것도 없다. 개별 기업의 사례를 통해 한국 IT 벤처산업의 현주소를 가늠해보는 방법을 선택해보자. 코스닥 등록업체인 A사에 근무하고 있는 지인의 의견을 청취했다.

A사는 현재 IT시장에서 꽤 유망한 회사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입사한 신입 및 경력직원들은 회사의 평판이 다소 과장돼 있다고 말한다. 자체 기술이 부족하지만 선발업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적용해 SWOT(Strong Weakness, Opportunity, Threat) 분석을 실시하면 W와 T가 주종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금융권 전문가들도 대부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A사는 껍데기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석에서는 사내 관계자는 물론 외부인들까지 모두 이같은 사실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물며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같은 사실을 공공연하게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덕분에 A사 주식은 지금도 여전히 상당량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인은 A사의 매출에 어느 정도의 거품이 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표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분식결산의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회사 안팎에서 이를 알면서도 모두 묵인하는듯 하다는 시각이다. 직원들은 물론 주주들도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지 않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특별하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 일부러 그런 문제를 들고 일어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대신 그런 상황을 목청껏 성토하는 것으로 그칠 뿐이다.

덕분에 예쁘게 분칠한 모습으로 주식시장에서 A사의 주식은 거래된다. 지인은 자신이 근무하기는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속에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소액주주를 보면 마치 수건돌리기를 하는 사람들 같다고 한다. 자신에게만 그 폭탄이 비껴가기를 기대하면서 조심스럽게 수건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2년전 필자가 살던 아파트 앞의 부동산 사무실 업주가 A사의 주식을 산 뒤, 상당한 손해를 본 뒤 주식투자를 중단했다고 말하던 모습이 기억이 새롭다.

필자 역시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느낀 교훈이 하나 있다. 한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몇 배에 달하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업을 처음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대부분 이런 경향이다. "요즘 어떻습니까?" "예. 그럭저럭 합니다."도무지 속내를 알 수가 없는 선문답이다. 회사 사정이 좋다는 얘기인지, 나쁘다는 얘기인지. 알 수 없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형편이 어렵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인정하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 비즈니스 상대들이 아예 상대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회사를 부풀려놓기 위해 쓸데없는 소모전을 펼치게 된다. 그 자체가 바로 거짓말의 서막임을 처음에는 잘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백전노장들은 다르다. 대부분, 자신이 부닥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한다. 자신이 타고 있는 배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회사가 어려우면 어렵다고 솔직히 시인한다. 그러다 회사가 승승가도를 달리면 실수할 가능성이 없는지 살펴본다. 또 실패의 쓴맛을 본 리더들은 아랫사람들의 실수를 관용으로 받아들인다. 그 실패를 통해 스스로 깨닫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또, 성숙한 조직은 상사의 실수를 비난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발전적 대안을 제시, 수정해나가는 것이다.

히딩크의 '히씽크 전략'의 성공은 감독이 선수들에게 즉답(卽答)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선수들이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기다리는 기다리고 도와주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IT산업의 재기는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찾아져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렇다면 정부의 지원책도, 금융계의 자금 지원은 이차적 요인에 불과할 뿐이지 않을까. 사내 구성원들간의 대화가 단절돼 있고, 거짓말 회계장부가 나도는 상황이라면 세제지원이나 자금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붙기'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히 씽크 전략'이 필자에게는 '생각하는 비즈니스'라는 관점을 되새겨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바랍니다.

/김강호 I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khkim@bora.da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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