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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의 쇼매트릭스] K-애니메이션, 일단 부자가 되자


 

세계적인 화가인 피카소는 생전에 “부자로 가난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말이 좋아 예술이지 먹고 자는 것이 구차한 상황에서 고고하게 예술혼 만을 불태우고 있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는 맘 편하게 그림만 그리며 살기 위해 부자가 되고 싶어 했다. 부자가 되고 나면 속세적 가치에 마음 쓰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마치 가난한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한 것이다.

◆명분은 됐고 이젠 실리로

"문화산업은 순수예술이 아니라 돈 벌자고 하는 일이다."

한국문화 산업화의 한 가운데 있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이상길 산업진흥본부장이 아이뉴스24와 인터뷰하는 중에 언급한 말이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예술하는 사람이 돈 얘기하면 선명성에 큰 오점을 남기는 양 호들갑을 떠는 부류들이 있다. 문화예술로 돈 벌도록 집중 투자하겠다고 하면 두루 두루 나눠주라고 긁어대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에는 눈먼 돈이 수십억원씩 지원될 동안 업체들에게는 반 고흐 같은 처절한 숙명을 강요하는 세력들이 있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못해 망한 역사를 기어이 이어가겠다는 투철함인가.

오늘날 예술의 잣대만을 가지고 평가하려는 시도는 실업률 개선하지 말란 얘기와 다르지 않다. 그것은 국가적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이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손실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안 그러는데 우리가 왜 관념의 유희에 빠져 ‘實用의 善’이 발목을 잡혀야 하는가. 이런 때에 정부 문화컨텐츠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관계자가 그런 의식을 가지고 행정을 한다는 것이 반갑기 그지없다. 이제는 돈 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할 때다.

몇 년 전 같으면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시장에서 돈 벌자고 운운하기는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국제 수상 사례)
작품명
분야
수상 내용
년도
제작사
마리이야기 극장용 장편 앙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 2002년 씨즈엔터테인먼트
오세암 극장용 장편 앙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 2004년 마고21
Africa a.F.r.I.c.A 단편 애니메이션 도쿄 애니메이션 어워드 필름 페스티벌 대상 수상 2004년 동우애니메이션
버스데이보이 단편 애니메이션 아카데미어워드 최우수단편 애니메이션 후보 2005년 박세종감독

지난 몇 년간 우리 작품들이 해외 유수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큰 상을 수상하고 있다. 우리 애니메이션이 세계시장에서 최소한 작품성에 대해 더 이상 구차스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개가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 작품들을 보면 내용이 비상업적이거나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만약 이들이 상업성이 뛰어난 작품이었다면 영예로운 수상이 엄청난 매출로 이어졌을 것이다.

(극장 애니메이션 <오세암>의 홍보 포스터)

현재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약 18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가운데 국제애니메이션필름협회(ASIFA)의 공식 인정을 받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아래 열거한 정도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최국 명  칭
프랑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일본
캐나다
브라질
스위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카툰즈온더베이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히로시마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도쿄아니메페어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아니마문디
판토슈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이 중 상업적 성격이 강한 페스티벌은 이탈리아의 카툰즈온더베이와 일본의 도쿄아니메페어 정도다. 이외에는 단편영화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실험성이나 예술성에 무게를 더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상업적 잣대로 본다면 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어떤 성격의 페스티벌이냐가 중요하고 또 앞으로는 실험적인 단편보다는 팔릴 수 있는 TV시리즈물이나 장편(극장용 혹은 OVA) 애니메이션이 나올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OVA(Original Video Animation)는 극장용이 아닌 비디오나 DVD시장을 겨냥해 만든 장편.

K-애니메이션의 상업적 가능성과 투자 진단을 위해 우선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한국 시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극장용은 시기상조

잘 나가던 한국영화가 몇 년 전에 삐끗한 일이 있었다. 총제작비가 30~40억원 하던 때에 100억원 내외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줄줄이 개봉 참패를 기록하면서 였다. 그렇다고 영화계 내부의 투자 자금이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외부의 일반 금융성 투자 자금들은 크게 위축되어 몇 몇 검증된 제작사를 제외하고는 당시 중소 제작사들이 영화 제작비 마련에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덩치를 키워서 산업화 단계에 접어들려면 투자와 결과물 사이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계산 틀’이 있어야 한다. 영화쪽은 당시 어느 정도 그 단계에 근접했으므로 흥행 참패라는 ‘재앙’은 빠른 시간에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쪽은 사정이 다르다.

야심차게 제작된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참패하면서 산업화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는 커녕 기존에 있던 자금도 빠져나가게 하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연출했다. 최근에 개봉된 작품 중에 그래도 잘 알려진 마리이야기, 오세암, 원더풀데이즈의 예를 들어 보자면 각 각 50개, 67개(재개봉관 포함), 130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했기 때문에 대량 배급과 물량 마케팅이 없어서 흥행이 안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극장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의 홍보 포스터)

가장 중요한 것은 애니메이션 이전에 영화라는 사실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타겟이 명확치 않고 드라마적인 극적 요소가 약하면 당연히 흥행에 실패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이한 쟝르는 현재 관객들의 영화 선택 과정에 어떠한 메리트도 주지 못한다. 비주얼 이전에 탄탄한 시나리오와 맛깔스런 대사, 일반 실사 영화를 뛰어넘는 연출력이 있고 나서 그래픽적 우월성을 가져가야 한다.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오히려 외면 받을 이유가 된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2000년 이후 개봉작 관객수)
제 목 관객수(명) 제작사 배급사 개봉 시기
더킹
10,807
투니파크
필름뱅크
2001년 5월
별주부 해로
7,580
한신코퍼레이션
브에나비스타
2001년 8월
런딤
31,185
디지털드림스투디오
시네마서비스
2001년 11월
마리이야기
54,404
씨즈엔터테인먼트
청어람
2002년 1월
오세암
25,574
마고21
시나브로엔터테인먼트
2003년 7월
원더풀데이즈
140,080
틴하우스
아우라엔터테인먼트
2003년 7월
엘리시움
1,400
빅필름
아우라엔터테인먼트
2003년 8월
날으는 돼지- 해적 마테오
90,000
AIC코리아
동우애니메이션
2004년 7월

개봉된 작품의 내용이 모두 재미가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닐 텐데 이 정도 성적이라면 극단적으로 극장용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요즘 한국 영화 평균 총제작비가 40억원 정도라고 볼 때 최소 120만명 정도는 관객이 들어야 나머지 판권 수입으로 BEP를 맞추게 되는데 애니메이션의 경우 평균 매출이 워낙 적어서 투자 손실이 불 보듯 뻔한 것이다. 물론 세계 시장을 보고 만들기 때문에 영화와 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현실을 놓고 보면 무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시장 형성 중

극장 애니메이션이 그렇게 열악하다면 일본 작품은 어떠한가. 미야자키하야오 감독 작품 이외에는 크게 성공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영화계를 크게 놀라게 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서울 관객 90만명 이라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역시 55만명의 흥행 기록을 냈는데 이후 개봉된 그의 작품 <모노노케 히메>는 10만명에 못 미쳤고 <천공의 섬 라퓨타> 역시 2만을 조금 넘었다. 이것은 이 작품이 최신작이 아니고 근작들보다 최소 4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데서도 영향을 찾을 수 있다. 그의 다른 작품 역시 너무 오래된 것이 들어올 경우에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홍보 포스터)

물론 세계적인 작품이라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겨우 개봉이 되다 보니 그 동안 불법 복제를 통해 볼 사람은 다 보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세계적으로 실사 영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 명작으로 정평이 난 <공각기동대>는 ‘95년도 작품인데 2002년에야 개봉이 되었으니 흥행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었으리라.

(국내 수입 개봉된 일본영화 실적)
제 목 국내관객 (서울) 국내 개봉 시기 일본 흥행수입 (억엔)
무사쥬베이
11,536
2000. 9.30
1.0(이하)
인랑
33,239
2000.12. 9
4.0(이하)
포켓 몬스터/뮤츠의 역습
131,492
2000.12.23
41.5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0,354
2000.12.30
7.42
이웃집토토로
128,900
2001. 7.28
5.88
포켓몬스터2/루기아 탄생
20,600
2001. 8.11
35
공각기동대
15,037
2002. 4.12
4.0(이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937,459
2002. 6.27
304.0
메트로폴리스
2,796
2003. 1.17
7.5
모노노케 히메
92,284
2003. 4.25
113.0
고양이의 보은
243,220
2003. 8. 8
64.6
카우보이 비밥
3,976
2003.10. 3
4.0(이하)
붉은 돼지
26,341
2003.12.19
28.0
천공의 섬 라퓨타
24,173
2004. 4.30
-
하울의 움직이는 성
557,145
2004.12.24
-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본에서도 히트한 최신작이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에서 개봉이 될 경우, 일본 애니메이션은 분명 헐리웃의 애니메이션 영화 처럼 일정 부분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애니메이션이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난제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세계시장 진입이 관건

애니메이션으로 돈 벌기 위해서는 극장용은 만들지 말던지, 제작비를 줄이던지 아니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모범 답안이다. 제작비를 줄이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시각적으로 당장 품질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시장 대비 적절하게 하자는 표현이 맞겠다. 극장용 작품은 만들되 전략적으로 접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시장 확대는 해외로 가는 것인데 정확히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타겟이다.

다음 순서에 세계시장 동향도 알아보면서 이 부분을 검토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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