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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의 쇼 매트릭스] 영화 투자 체크 포인트(상)


 

영화 ‘실미도’가 고속 흥행 질주를 하는데 대해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붙어서 당당히 선전한다는 표피적인 자랑스러움 때문은 아니다. 잘 만들기만 하면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의 시장성이 중요한 것은 금융 자본의 영화계 유입을 가속화할 수 있는 트리거링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나온 블록버스터의 완벽한 흥행 참패는 금융 자본으로 하여금 투자 대상으로서의 영화에 대한 회의를 불러 일으키게 했고 결과적으로 영화계 자금 수급을 어렵게 만든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필자는 한국 영화 투자를 위해서는 시장 규모에 맞는 30억~40억원 선의 총제작비를 책정하는 것이 적절하며 그 이상으로 갈 때는 해외 매출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정 지은 바 있다.

그런데 실미도의 성공이 보기 좋게 영화 투자 기준의 커다란 축을 무너뜨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산업적 측면에서 유쾌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동안 너무 가벼워서 흔들리기 시작한 한국 영화의 작품성에 적당한 무게 추를 달아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실미도의 예외성으로 인해 투자 기준 만들기가 더욱 혼란스러워지긴 했지만 이것대로 의미를 남겨두기로 하고 성공적인 영화 투자를 위한 체크 포인트를 개괄적으로 짚어보도록 한다. 영화마다 특수성이 있어서 일률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볼 때 상업 영화를 고를 때 비중 있게 봐야 할 부분을 적어 보았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는 크게 컨텐츠 경쟁력(영화 내적 요인)과 사업 경쟁력(영화 외적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컨텐츠 경쟁력(영화 내적인 요인)은 영화 그 자체의 힘을 의미한다.

영화 투자 체크 포인트(영화 내적 요인)

컨텐츠 경쟁력 시나리오
제작 예산
배우
감독(스텝)
제작사

시나리오

심사 단계에서의 출발점이다. 시나리오는 영화가 개봉될 6개월, 1년 뒤의 대중의 감성 코드를 간파한 주제와 전개이어야 한다. 지금 반응이 뜨거운 주제라고 해서 그 때도 잘되라는 법은 없다.

요즘은 ‘올드보이’ 같이 일본 만화를 영화 판권으로 사오는 등 시나리오의 조달 범위가 넓어 지고 소재도 더욱 다양화되는 추세에 있어 ‘이게 메인 트랜드야’ 라고 단정 지을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쟝르건 일단은 책을 쥐었을 때 20~30분 동안 단숨에 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되야 한다. 물론 글 솜씨가 주는 느낌과 2시간 동안 영상으로 풀어내었을 때의 감동이 다르긴 하지만 처음부터 매끄럽게 나가질 못하는 것을 애써 좋게 볼 이유는 없다.

제작 예산

실미도 때문에 흔들린 부분이긴 하지만 보편적으로 한국의 시장 규모로 볼 때 총제작비가 30억~40억원 정도면 수치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느 정도 흥행 요인을 갖춘 영화라면 전국 관객 100만 명이 들었을 때 운신의 폭이 넓어 진다.

관객 수입에서 다소 모자랐던 수익을 해외 수출 등의 돌파구를 통해 어느 정도는 BEP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제작비가 크다면 사전 확보된 매출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역시 리스크는 크다. 국내 시장 규모와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 일상화 여부에 따라 이 적정 예산규모도 달라질 것이다.

배우

인지도가 높으면서 흥행도 보증되는 배우는 정말 귀하다. 영화쪽에서는 되는 배우와 안 되는 배우를 갈라놓고 있다. 소위 ‘약한 배우’가 메인으로 나올 경우는 상황이 곤란해진다. 이런 배우가 두 어 명 함께 나온다면 중량감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투자자는 캐스팅 될(된) 배우의 무게를 ‘감’으로 찍어내야 한다.

좋은 배우들은 캐스팅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요즘은 TV 스타 중에 영화에서도 통할 ‘대물’을 찾느라고 혈안이 돼있다. TV드라마와 영화는 극이 진행될 때의 감정의 호흡이 다르기 때문에 배우의 인기도가 각 분야에서 정비례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TV스타가 배우로 캐스팅 될 때도 역시 그 중량감을 가늠하는게 중요하다.

감독(스텝)

신인 감독들이 심심찮게 흥행 랭킹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독의 신구 여부가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검증된 작품이 없는 감독의 경우에는 주변에서의 역량 평가에 귀 기울여야 한다. 연출력에 따라 영화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급의 큰 영화라면 더더욱 감독의 흥행 이력과 역량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실력이 좋은 제작 스텝들로 팀이 짜여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가 여러 집단이 모여 각기 분담하고 통합하는 작업이니 만큼 진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문제를 자주 야기시킨 이력의 소유자들은 위험 요소가 된다. 특히 자금 관리를 하는 주체(PD 등)는 도덕성에 대한 시장의 평판이 어떤가 알아봐야 한다.

제작사

총제작비에 대한 자본 조달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작사의 자체 자본력이나 외부 조달 역량을 따져 보아야 한다. 또 수요가 많다 보니 배우들에 대한 캐스팅도 쉽질 않은데 제작사가 캐스팅력이 있는 곳인지 또 실제 캐스팅 협상이 진행중인지도 알아보아야 한다.

주연 배우가 캐스팅 되기 전이라면 제작사의 말만 듣고 투자 들어갔다가 상황이 바뀌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투자 계약서에 이에 대한 별도의 조건을 명기해놓아야 한다. 이 밖에 제작사가 흥행 이력이 있는지 도덕적 결함은 없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김종범 벤처라이프 상무이사 morgan@venture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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