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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의 쇼매트릭스] 한국영화 제작비거품을 경계한다


 

영화 ‘쉬리’는 제작 당시에 엄청난 금액이 투입된 한국판 블록버스터라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지금은 아마 당시 제작비의 최소 두 배는 가져야 그 정도의 배우캐스팅과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뒤짚어서 생각하면 제작비가 올라가도 관객은 그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작품을 보게 된다는 의미이다.

현재 한국 영화의 제작비 상승세는 순제작비와 P&A비용 양쪽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작사들은 흥행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한 모시기 경쟁을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유능한 제작 스텝들을 확보하기 위해 금액을 더 써야 한다. 대량배급 체계의 도입으로 각종 미디어를 통한 광고/홍보 비용과 필름 프린트 비용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표1. 2002년도 총제작비 상승률 분석).

◇ 표1. 2002년도 총제작비 상승률 분석
총제작비순제작비P&A비
2002년도 금액(구성 비율) 37.2억원(100.0%) 24.5억원 (65.8%) 12.7억원 (34.2%)
2001년 대비 증가율 (금액) 31.9% (28.2억원) 29.6% (18.9억원) 36.6% (9.3억원)
1998년 대비증가율 (금액) 148.0% (15억원) 104.2% (12억원) 323.3% (3억원)
(출처 : 영화진흥위원회)
* 2001년 : 파이낸스 비용, 인센티브, 제작 관리 비용 포함
* 영화진흥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필자가 재구성한 것임

영화 제작비는 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순수 제작비(순제작비 혹은 순제)와 영화를 대중에 알리기 위한 P&A비용(마케팅비)으로 나누며 이를 합해서 총제작비(총제)라고 한다(표2. 한국영화 제작 비용 구성).

◇ 표2. 한국영화 제작 비용 구성
구  분주요 구성 내용
내용별단계별
순제작비Pre-Production .사전기획료 .스텝 계약비 .연기자 출연료 .사전 제작 진행비
Production .제작 진행비 .촬영용 차량비 .각종 기자재비 (촬영/조명/특수효과 등) .미술파트 .필름구입 .장소대여
Post Production .편집료 .후반 사운드 작업 .후반 특수 효과 .자막&옵티컬 .현상료
P&A 비용 마케팅 .언론홍보비 . 마케팅비(시사회/홈페이지/각종  이벤트 등) .광고 .인쇄물 제작
총제작비

순제작비는 영화의 기획, 제작, 완성에 필요한 비용(시나리오 개발, 스탭 계약, 배우 출연료, 장비 사용료, 촬영 진행비, 제작사 경상비 등)을 말한다. P&A비용(마케팅비)은 영화의 국내외 개봉, 배급과 관련하여 광고와 홍보하는데 소요되는 것으로 영화 포스터와 팜플렛 제작, 홈페이지 운영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총제작비가 기본 원가라고 한다면 이와는 별도로 영화 완성 이후에 다음과 같은 국내외 배급 및 영업을 위한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개봉 이후 영화가 흥행 모드로 접어들면 대개 광고 홍보비를 추가로 집행하게 된다.

흥행이 되면 배우, 스탭, 감독 등 수고한 사람들에게 인센티브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한다. 특급 배우들의 경우는 기본 개런티 외에 ‘관객 100만명 이상시 1인당 100원’ 하는 식으로 러닝 캐런티 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힘있는 배우들은 캐스팅 단계에서 제작사의 수익중 몇 %를 인정하라고 지분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 국내외 배급을 위한 비용이 있다. 배급사는 전국 극장 수입의 10% 내외를 배급 수수료로 징수해 간다. 해외 판권, 홈비디오/DVD 판권, TV방송권, VOD판권 등 각종 부가 판권 판매시에도 대행사에 용역수수료를 지급한다.

제도권의 금융 자금이 들어오면서 요즘은 정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중립적 회계법인의 실사를 받는 경우도 있어 이 용역비도 비용에 신규로 추가되는 항목이다.

이상 설명한 비용 내역은 추가적으로 매출을 내기 위한 불가피한 재투자이거나 영화 흥행 이후에 성과급으로 집행되는 것이므로 대부분 일반화된 내용이다. 최악은 제작사의 관리능력 부재와 모랄 해저드가 초래하는 비용 초과 상황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그래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예를 들어 배우와 감독간에 싸움이 나서 혹은 촬영 세트에 화재가 나거나 찍어놓은 필름을 분실해서 재촬영을 해야 하는 등 관객에게 보여지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로 일정이 늦어지고 비용이 늘어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이런 비용은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R&D 투자나 신시장 개발 없이 이뤄지는 제품 판매와 비용 증가는 기업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화라고 예외일 수 있나. 품질이 나아진 게 없는 상황에서, 또 신규시장이 개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제작원가를 계속 올리는 것은 영화계에 불치의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영화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 이처럼 과격한 표현을 쓰는 것은 비합리적인 제작비 상승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원가상승으로 수익내기가 힘들게 되면 영화를 산업으로 키우는 일은 요원해진다.

/김종범 벤처라이프 상무이사 morgan@venture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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