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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 칼럼]‘낭만자객’에 투자못한 이유


 

주의깊게 투자를 검토했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계획에 없던 글을 쓴다.

기자들이나 영화평론가들의 호평을 받는 영화치고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는 없다는 속설이 있다. 윤제균감독은 이 말을 가장 잘 실현하는 감독이다. 데뷔작인 ‘두사부일체’와 두번째 영화 ‘색즉시공’을 합쳐 전국 관객 800만명을 동원한 것을 보면 헛말이 아니다. 그의 세번째 영화가 5일 개봉하는 ‘낭만자객’이다.

2003년초에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내용은 대국 청나라의 직간접 영향 아래 있던 조선에서 주둔군에 의해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영혼들이 구천을 떠도는데 이들의 복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선 삼류 협객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 무협코미디다.

읽어보고 나서 관객 200만명은 들겠구나 생각했다. 김민종, 최성국, 진재영 등 톱배우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고 전작의 이미지를 업고 가면 제작비 50억원은 무리없이 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는 이밖에도 여러가지 매력 포인트가 있었다.

1.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효순이/미선이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청나라의 영향권에 있던 조선시대로 시간을 옮겨 강대국에 의해 희생되는 약소국 민중의 울분을 자연스럽게 관객의 감정에 이입시킨 후 ‘액션 살풀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이끌어 낸다.

2. 귀신, 협객이라는 특이한 인물 구성으로 코미디 요소를 극대화했으며 웃음의 이면에 강력한 비극 드라마를 전개, 관객의 감동을 극대화하고 있다.

3.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에서와 마찬가지로 남녀 주인공들을 각각 3인 이상의 그룹으로 등장시켜 다양한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4. 윤제균감독이 활극과 귀신을 앞세운 시대물을 처음 선보이는 것인데 영화 곳곳에 현대 상황을 반영하는 감각적인 처리가 많아서 시대극이 주는 구태의연한 느낌은 전혀 없다.

이같은 영화 자체의 장점과 함께 투자관점에서 생각했던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검증된 흥행 감독과 제작사 영화 두 편으로 8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인 윤제균감독과 제작사가 다시 힘을 합친 작품으로 충무로에서는 이미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고 묻지마 투자와 투자문의가 많았다.

2. 대규모 스크린 확보 멀티플렉스 극장을 운영하는 두 메이저 배급사가 배급권 획득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작품으로 어느 회사가 가져가건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최대한의 스크린 확보가 가능하다.

3. 개봉 시기의 묘 두사부일체(반지의제왕 1편, 해리포터1편) 색즉시공(반지의제왕 2편, 해리포터 2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올해 12월에 ‘반지의 제왕 3편’과 맞붙게 되어 있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타 한국 영화는 이 시기 개봉을 피해간다. 특히 인기있는 외국 블록버스터는 매진되기 쉽기 때문에 ‘낙전수입’(외화보기 위해 극장에 왔다가 매진되자 온 김에 다른 영화 보는 경우)도 기대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이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가 높고 한국영화 관객은 외국 블록버스터와 관계없이 관람하고 있다.

4. 민족주의 코드 미국의 신패권주의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한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미군의 장갑차 사건과 그 이후 재판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을 시니리오 속에 담았다. 국민적 정체성의 자각과 민족에 대한 자존심을 일깨우는 주제를 담고 있어 공허한 코미디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5. 15세 이상 관람가 2002년 한국영화의 편당 평균 제작비용은 33억원선인데 이 영화는 제작비가 50억원으로 높은 편이다. 시대물이고 액션 장면이 있는 관계로 다소 제작비가 큰 감이 있으나 윤제균감독이 워낙 흥행성이 뛰어나고 기존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이 ‘18세 이상 관람가’ 였던 점을 감안하면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으로 나올 경우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용이할 것이다.

그밖에 몇 가지 더 있는데... 그런데 왜 투자를 하지 않았나.

첫째. 제작비의 과다 아무래도 총제작비 50억원은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귀신이 등장하고 와이어 액션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특수효과 처리를 위한 비용이나 NG 등이 많아 제작비가 초과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개봉 이후에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니 비용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감독의 지명도로 볼 때 BEP는 무리 없이 맞출 수는 있겠지만 금액이 커진 만큼 리스크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둘째. 대중 감성 코드의 변화윤제균감독 특유의 가벼운 디테일(욕설, 머리 때리기)이 ‘삼세번’ 성공할까. 관객들이 전 작품에서 충분히 그런 류의 감각적인 유머를 즐겼는데 다음에는 식상하지나 않을까 그리고 좀 더 진지한 접근을 바라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다.

셋째. 유머에 대한 강박관념 흥행은 이뤄냈지만 너무 상업적이라는 비평가들의 곱지않은 시선이 많았다. 전작에서는 번뜩이는 유머와 엽기적 해프닝의 조합이 사회적으로 무거운 주제(학원 비리, 성의 방종)와 어우러져 잘 소화가 되었다. 하지만 사극 자체가 주는 무거움이 자칫 계속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맞물렸을 때 영화를 너무 가볍게 만들어 역효과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넷째. ‘약한’ 주연 배우 전작에서는 정준호, 임창정이라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으나 이번에는 아무래도 ‘간판’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긴 설명하지 않겠다.

이렇게 해서 결국은 투자를 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이번에도 ‘반지의 제왕3’와 함께 개봉날짜를 받아 놓았다.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아 필자가 꼽았던 투자 메리트 중 하나가 없어졌다.

세간의 비판적 시각을 비웃으며 이번에도 흥행 대박을 이뤄낼 수 있을까. 또 다른 감상 포인트를 갖고 영화관을 찾아보자.

/김종범 벤처라이프 상무이사 morgan@venture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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