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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진의 e-세상 읽기] 휴대폰 자판과 세종대왕
 
2005년 01월 06일 오후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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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작년에만 해도 예쁜 카드를 곁들인 e메일 연하장을 보내는 것이 유행이더니 올해는 문자메시지가 단연 인기다. 재야의 종소리가 울려퍼지기 무섭게 휴대폰에는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장식한 '문자'들이 줄줄이 뜬다.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문자를 보낼 수 있고 받는 쪽도 휴대폰이 켜져 있는한 즉시 반가운 메시지를 받아본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문자메시지 사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모양이다.

10,20대 젊은층의 문화코드로 시작된 문자메시지가 요즘은 모든 연령대로 확산되는듯 하다. 연초에 필자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 가운데 많은 이들이 평소 문자를 사용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었다.

얼마전 50대 후반의 어느 CEO를 만났는데 며느리될 사람과 '문자' 주고받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자랑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필자도 고교생인 아이에게 문자를 받고 더듬더듬 답장을 해줄 때 무척 행복하다. 말로 통화하는 것과는 또다른 은밀한 맛이 느껴진다. 휴대폰 자판이 침침하게 잘 안보이는 것과 타이핑하는 속도가 엄청 느리다는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변명같지만 타이핑이 느린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작년에 단말기를 교체했는데 전에 쓰는 것에 비해 자판의 배열이 전혀 달라 아직 익숙치 않은 탓이다.

국내에 판매되는 휴대폰은 제조업체에 따라 자판 배열이 모두 다르다. 가장 널리 쓰이는 삼성전자의 '천지인'방식을 비롯해 LG 팬택 모토로라 스카이 등 회사마다 자판 배열을 달리한다.

이렇게 회사마다 다른 자판배열을 하나로 표준화할 수는 없을까.

그러면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사용자가 자판을 새로 익혀야 하는 수고는 덜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어를 제대로 사용하고 한글문화를 발전시키려면 누구나 휴대폰에서 문자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휴대폰은 더이상 TV 리모컨처럼 서로 방식이 달라도 괜찮은 그런 기기가 아니다. 며칠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인구는 4천8백만명, 이중 3천6백만명이 휴대폰을 사용한다. 10세 이하 어린이를 제외하면 중학생 이상 인구 가운데 85%가 휴대폰 가입자라는 얘기다.

국민 대다수가 항상 곁에 두고 사용하는 기기에 한글을 표현하는 방식이 제각각인데 이것을 놔두고 다른 표준화를 논의한들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10여년전 타자기와 컴퓨터 한글 자판을 놓고 '2벌식이냐, 3벌식이냐'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2벌식이 대세가 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렇다고 2벌식이 한글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하고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직도 3벌식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2벌식 자판은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다.

휴대폰 자판은 PC의 키보드보다 작다. 그래서 10개의 숫자와 별표(*) 우물정자(#)로 구성된 12개의 버튼에 한글 자모 24개와 경음, 복모음까지 집어넣다보니 회사마다 배열이 달라진다. 하나의 자모를 입력하려면 몇번 키패드를 눌러야 하고 한 글자를 치기 위해 7,8번 엄지손가락을 움직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두 손가락만 사용해 분당 300자를 치는 '엄지족'도 있다고 한다.

자판을 표준화하려면 결국 어느 방식이 타당한지 논의를 해야 한다. 자판 크기가 작고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도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과학적이고 한글창제의 원리에 맞는 것인지, 사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것인지 널리 의견을 모아야 한다. 여기에는 한글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해 한글학회는 젊은세대들이 주로 쓰는 최신 외래어들을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벌여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따르면 '네티즌'은 '누리꾼'으로 '화이팅'은 '아자'로 바꾸어 쓰는 것이 옳다. 신선한 작업이었다. 올해는 휴대폰 자판을 표준화하는데 한글학자들이 동참하면 어떨까 한다.

몇년전 한 휴대폰업체는 '엄지족 대회'를 구상하기도 했다. 국내 시판중인 휴대폰들을 한데 모아 누가 더 빨리 문자를 입력하는지 겨뤄보자는 것. 자판을 표준화하기 전에 이런 대회를 열어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방식이 더 편리한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듯하다.

휴대폰업체들이 보유한 자판에 대한 특허도 표준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천지인'방식은 삼성전자의 한 직원이 고안해낸 것으로 삼성은 이 특허문제로 직무발명 관련 소송까지 진행한 적이 있다. LG나 다른 업체들도 휴대폰 자판 관련 특허를 수억원 들여 사들인 걸로 알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연간 수조원씩 휴대폰으로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한글 표준화'란 대원칙을 위해 이 정도는 양보해도 괜찮다고 본다.

업체들이 자사 휴대폰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 표준화에 협조하지 않는 편협함을 버린다면 말이다.

그러나 휴대폰 자판의 표준화 문제는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업체들이 스스로 표준화 작업을 하고 의견을 모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휴대폰 충전기 어댑터가 좋은 예다. 몇년전만 해도 휴대폰마다 충전기가 달라 새 휴대폰을 살 때마다 어댑터를 새로 구입하는데 막대한 돈을 낭비했다. 그러던 것이 정통부가 앞장서서 2년전부터 휴대폰 충전코드를 표준화할 결과 이제는 어떤 휴대폰이든지 하나의 충전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자판을 표준화하는데는 더많은 시간과 업체들간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휴대폰 한글 자판을 표준화하는 것이 떡먹듯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와 비교하면 결코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당시에도 최만리 같은 학자는 상소를 올려 한글창제에 결사반대하지 않았던가.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잘 통하지 못한다) 故愚民 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 多矣(이런 까닭으로 말하고 싶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이 많다) 予 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 便於日用耳(이를 가엽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은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데 편하게 하고자 한다).

훈민정음을 만드느라 눈병까지 앓았던 세종대왕이 오늘날 휴대폰 자판을 보면 뭐라고 한마디 하실지 궁금하다.

/김학진 논설위원 jean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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