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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진의 e-세상 읽기] 눈물 닦아주는 전자정부
 
2004년 12월 21일 오후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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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네살바기 남자아이가 장롱속에서 굶어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두살 어린 여동생은 아사 직전에 구출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이 연락을 받고 갔을 때 아이들의 부모는 힘없이 장롱속 아이를 가리키기만 했다. 아이 엄마는 3급 정신지체 장애인이었다. 아빠는 막노동을 하는데 한달이면 열흘도 일이 없어 가족 전체가 굶기를 밥먹기처럼 했다고 한다. 이웃에 돈을 꾸려 했으나 빌려주는 사람이 없었고 누구 하나 이 가족의 생존을 도와주지 않았다.

제대로 먹지 못해 발육이 느린 남자아이를 장애인 판정이라도 받아 사회복지시설에 맡기려고 동사무소에 갔지만 이러저런 서류를 갖춰오라고 해서 그것도 하지 못했고 그래서 결국 굶겨죽이고 말았다. 병원에 데려갈 돈이 없어 고작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싸늘하게 식어가는 아이의 손발을 따뜻한 물로 덥혀주는 것 뿐이었다고 한다.

연말을 앞두고 매서운 칼바람은 몰아치는데 2004년 대한민국은 이렇게 가슴아픈 이웃이 한둘이 아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직장에서 쫒겨나고 취업을 하지 못하고 더이상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해 생의 벼랑끝에 몰린 사람들이 주위에 넘쳐난다.

세계 일류상품이 수두룩하고 수천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며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10대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대우받는 뒷그늘에는 이렇게 다른 우리들의 자화상이 존재한다.

우리는 한국이 적어도 절대빈곤에서는 벗어난 줄 알았다.

쌀 수입개방 문제로 농민들이 상경해 곳곳에서 데모를 하고 국회앞도 며칠째 시끌벅적하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만 해도 소비량보다 많은데 외국에서 의무적으로 쌀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재고량이 해마다 늘어 보관하는데 골치를 썩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 쌀을 공짜로 주고 싶지만 국내 여론과 쌀수출국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부모가 돼서 어떻게 그리 무책임할 수 있느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웃의 몰인정을 나무라거나 동사무소 직원들의 행정 편의주의를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부모가 동사무소에 찾아갔을 때 사연을 제대로 파악하고 최소한의 도움을 주었더라도 그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 엄마가 정신지체 장애인이었지만 부모가 모두 30대 건장한 사람들이어서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서의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동사무소 사회복지 담당 직원이 2명 뿐이어서 관내 수백명에 달하는 빈곤층을 일일이 보살피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그렇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무엇인가. 정부가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와 정부의 첫째 할일이 아니던가.

우리 정부는 20여년 전부터 행정전산망을 구축해왔다. 사실 한국만큼 IT기술에 힘입어 주민들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는 나라도 없다.

미국만 해도 주민등록증이 없어 운전면허증으로 주민들에 대한 신상을 확보하고, 선거를 할 때도 선거인으로 등록한 사람만 투표하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을 떠나 국민으로써의 권리와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사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사갈 때마다 전출입신고를 하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한 기록을 정부가 빠짐없이 갖고 있다. 이런 정보를 활용해 정부가 더나은 서비스를 하려고 구축한 것이 행정전산망이 아니던가.

행정전산망도 모자라 정부는 'e-governmen(전자정부)'나 'M-government(모바일정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기껏 주민등록등본을 인터넷으로 발급받으려고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인 것을 아닐 것이다. 공무원들이 편하게 일하라고 전자정부를 만든 것도 아닐 것이다.

IT기술을 이용해 전자정부를 구축하면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져 그동안 수작업으로 해오던 수많은 일을 컴퓨터가 처리해주고 그만큼 인력을 남아돌게 된다. 요즘 동사무소에 가보면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이 그렇게 한가해보일 수가 없다. 혹자는 전자정부를 구축한 만큼 공무원들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IT기술로 인해 인력이 남아도는 만큼 공무원들이 사무실에 앉아 놀지 말고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서비스를 하면 될 것이 아닌가. IT기술이 주민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동안 공무원들이 사무실에서 해온 수많은 수작업을 줄여준다면 공무원들은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주민들을 찾아가 봉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참여정부는 집권후 2년간 줄곧 '시스템에 의한 정부'를 강조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그래서 '찾아가는' 서비스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진짜 전자정부가 아닐까.

/김학진 논설위원 jean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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