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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천의 디지털 법정] 벅스뮤직사건 감상법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03년 6월 25일 주식회사 월드뮤직엔터테인먼트 등 음반제작사가 인터넷 웹사이트 '벅스뮤직(www.bugsmusic.co.kr)'을 운영하는 벅스주식회사(이하 '벅스뮤직')를 상대로 제기한 음반복제등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이날 벅스뮤직에 대해 ▲ 신청인들이 지정한 곡의 음원을 컴퓨터압축파일 형태로 복제, 배포하지 말 것과, ▲ 위 각 음원을

컴퓨터압축파일 형태로 복제한 것을 이용해 서비스하지 말것을 명했다.

현행 저작권법에 의하면 ‘복제’란 ‘인쇄, 사진, 녹음, 녹화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또 ‘전송’이란 ‘일반 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을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벅스뮤직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난 번에 다뤘던 소리바다와는 기본 컨셉부터 사뭇 다르다. 소리바다가 MP3파일을 다운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한 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달리 벅스뮤직은 라디오처럼 듣기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음악 파일 데이터를 재생시킬 때 패킷으로 조각난 일부를 순차적으로 다운받아 이를 재생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한 이후에는 벅스뮤직 이용자의 컴퓨터에 재생 가능한 형태의 음악파일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램 등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것을 복제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뉜다. 하지만 벅스뮤직의 사례처럼 데이터를 부분적·순차적·일시적으로 컴퓨터에 고정시키는 것을 복제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소리바다 사건은 음악파일 복제의 위법성과 관련된 문제인 반면, 벅스뮤직 사건은 음원복제 없이 단순히 음원을 ‘이용’만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가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이슈이다.

벅스뮤직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저작권법에 규정된 ‘배포’ 또는 ‘전송’과 행위가 유사하다.

저작인접권자에게 ‘배포권’이 인정되지만, ‘배포’란 저작물의 양도, 대여 등 유형물의 점유 이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벅스뮤직이 음원을 유형물이라 볼 수 없는 디지털 데이터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이상 저작인접권자인 음반제작자들의 ‘배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이런 점에서 벅스뮤직 사건 담당 재판부가 컴퓨터압축파일을 ‘배포’하지 말 것을 명한 것은 의문이다).

결국 디지털 정보의 이동은 위에서 규정한 ‘전송’의 개념에 포섭되어야 하는데,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음반제작자 등 저작인접권자에게는 전송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스트리밍 방식에 의한 벅스뮤직의 음원제공 서비스가 음반제작자들의 저작인접권을 침해하지 않게 되는가.

저작권법 개정시 저작인접권자는 복제권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으며,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실연음반조약’에서도 저작인접권자에게 공중전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송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벅스뮤직사건을 처리한 성남지원도 이같은 접근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은 벅스뮤직에게 신청인들의 음원을 컴퓨터압축파일 형태로 ‘복제’하지 말 것과, ‘복제한 파일’을 이용하지

말 것을 명했다.

2000년 1월12일 개정된 저작권법은 ‘복제’의 개념을 확장하여 ‘유형물에 고정’하는 행위도 복제로 규정하였다(기존 ‘복제’가 문면상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만을 복제의 범주에 포함시키게 되어, 디지털 복제 등 무형적 복제를 저작권법상 복제로 인정하기 위하여 해석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법의 공동화를 해결하여 디지털복제 등 무형적 복제가 저작권법상의 복제에 해당함을 명확히 하기 위한 입법이라 하겠다).

이러한 현행 저작권법 하에서는 음반 등에 수록된 아날로그 데이터를 컴퓨터 압축파일 등의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행위도 다른 복제 행위가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다. 컴퓨터 등의 기계를 이용하여 원래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과 거의 동일하게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원이 수록된 음반 등 아날로그 저작물을 정당하게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저작(인접)권자의 허락없이 이를 디지털 저작물로 만들게 되면 저작(인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재판부는 벅스뮤직 서버에 음반제작자들의 음원을 저장하는 행위가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에 포함되므로 개정된 저작권법상의 복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음반제작자들의 허락이 없었던 이상, 결국 신청인인 음반제작자들의 저작인접권(복제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현재 벅스뮤직은 위 가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상태이다. 물론 가처분 사건에서 주장하였던 몇 가지 항변들이나 새로이 개발된(또는 개발될) 방어논리에 의하여 가처분판결이 취소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벅스뮤직이 저작인접권자들의 복제권을 침해하였다는 판단은 뒤집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종천 변호사/변리사(태웅법률사무소) twkjc@tw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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