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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천의 디지털 법정] 소리바다 '과도론' 타당한가


 

소리바다 사건은 끝난 것인가. 아니다. 1심 판결은 '공소기각'으로 결정이 났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이 사건은 온라인음악의 저작권과 관련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방식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이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5월 15일 소리바다 프로그램 사용자들의 저작(인접)권 침해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소리바다 사이트 공동운영자 양정환, 양일환 형제에 대해 '공소사실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미국에서는 저작인접권의 개념이 없고 음반제작자는 저작권자의 지위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노래의 가사는 어문저작물로, 곡조에 대하여는 음악저작물로 인정하나 음반에 대하여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음반 제작자는 저작인접권자로서 음반의 복제ㆍ배포권만을 인정하고 있다.

이 판결이 내려진 후 양씨 형제의 변호인은 “인터넷 운영자가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통제할 수 없다면 운영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국내외적 추세”라며 “무죄가 선고됐다면 좋았을텐데 유무죄 판단이 없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양씨 형제의 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씨 형제의 행위가 무죄(형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공소기각 판결은 형식적 소송요건이 결여된 경우에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검사가 제기한 공소가 부적법하다고 인정하여 사건의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형식재판을 말한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328조). 만약 소송요건을 갖춘다면 행위에 대한 실체판단을 하여 죄가 된다고 인정할 수도 있다.

검사는 범인을 처벌하기 위해 공소장에 범죄 사실을 기재하는데 이를 공소사실이라 한다. 형사소송법 제254조는 공소의 원인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방조범의 공소사실을 기재함에 있어서는 그 전제조건이 되는 정범의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 이제까지 판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검찰은, “양씨 형제가 소리바다 사용자들이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설치ㆍ실행함으로써 타인이 보유하고 있는 음악파일을 언제든지 쉽게 복제, 전송하여 타인의 음악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여, 소리바다 서버에 접속한 사용자들이 음악파일을 전송할 수 있도록 상호 연결하여 줌으로써 피해자인 음반제작사의 권리침해를 도와주어 사용자들의 저작인접권침해를 방조하였다”는 취지로 양씨 형제를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정범인 사용자들이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고소인들이 제작하는 음반을 복제ㆍ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소인들의 저작인접권을 침해하였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도 없이 막연히 정범인 사용자들이 고소인들의 음반에 대한 복제ㆍ배포권을 침해하도록 도와주어 이를 방조하였다고만 기재하여 정범의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 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이를 특정할 수 없어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현재 검찰은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하여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 계류중에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검사가 공소사실을 변경하여 정범인 소리바다 사용자들의 행위를 구체화 할 경우 항소심 법원이 양씨 형제의 행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양씨 형제의 행위가 저작인접권 침해의 방조죄가 되기 위하여서는 우선 정범인 소리바다 사용자들의 행위가 음반 제작사들의 저작인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어야 한다. 또 양씨 형제가 사용자들이 저작인접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인식하고서 이를 가능하게 하거나 촉진하였어야 한다.

우선 소리바다 사용자들의 행위가 저작인접권 침해행위가 되는지를 살펴보자.

P2P(Peer to Peer)방식의 통신에 있어 P2P의 이용자들은 MP3 파일을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할 때 MP3음악파일을 생성하고, 제공자의 컴퓨터에 저장하고, 다운로드받는 자의 컴퓨터에 저장하는 과정에서 MP3파일을 복제하게 된다.

그런데 저작권법 제27조에서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고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 법은 영미법상 공정 사용(Fair Use) 또는 자유 사용(Free Use)의 한 형태로 사적복제를 인정하고 있고, 따라서 소리바다 사용자들의 복제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사적이용에 해당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그러나 소리바다에 대한 가처분결정의 이의사건 판결(현재 양씨 형재가 항소한 상태임)에서는 통상 대가를 지급하고 구입하여야 하는 것을 무상으로 얻는 행위에는 영리의 목적이 인정되며, 별다른 유대관계도 없는 불특정 다수의 소리바다 이용자들 사이에 MP3파일이 연쇄적, 동시다발적으로 교환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리바다 이용자들의 MP3파일 교환행위가 저작권법에서 허용되는 사적이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의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되고 따라서 형사사건에서도 동일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소리바다 이용자들의 행위는 음반제작사의 저작인접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양씨 형제의 행위에 대하여 살펴보자.

앞의 가처분 이의사건에서 법원은, 양씨 형제가 소리바다 서비스 운영상태를 점검하면서 사용자들의 침해행위를 인식하고도 프로그램 공급과 서버 운영을 통하여 침해행위가 가능하도록 관여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씨 형제의 행위도 음반 제작사들의 저작인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양씨 형제는 사용자의 침해행위를 기술적으로 통제할 수단이 없어 자신들의 행위가 저작인접권 침해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하였으나, 법원은 통제가능성은 침해를 인정하는 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양씨 형제는 공소기각 판결 이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리바다는 과도와 같아서 과도의 생산자가 과도를 구입한 자를 모두 관리ㆍ통제할 수 없는 이상, 과도를 구입한 자가 이를 범죄에 이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과도를 제작한 자를 처벌할 수 없듯이 우리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같은 통제가능성에 대한 항변은 미국의 Metro-goldwyn-Mayer Studios, Inc v. Grokster,Ltd.(Pure P2P 프로그램을 제작 배포하였던 업체임) 판결에서 “복제도구가 일부 이용자들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이용된다고 하더라도, VTR이나 Xerox와 같이 공정사용을 위한 복제나 저작권자 자신이 복제행위 등 복제도구 이용이 침행행위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상당한 정도로 가능한 경우에는 이러한 복제도구를 생산한 것이 복제도구 사용자의 침해행위에 기여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형식적으로는 음반에 대한 타인의 저작인접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ㆍ현실적으로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그 배포의 목적에 따라 이용할 경우 타인의 저작인접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소리바다 프로그램이 불법을 위한 도구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양씨형제가 주장하는 ‘과도론’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법원의 판단과 달리 사용자들의 침해행위에 대한 통제가능성을 이러한 P2P제공자의 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소로 본다고 하더라도 양씨 형제가 그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흔히 P2P(Peer to Peer)방식의 통신을 연결방식에 따라 분류할 때 비슷한 성능을 가진 개인끼리만 연결된 형태로 중간매개자를 거치지 않는 Gnutella 계열의 Pure P2P와, PC끼리의 상호연락을 원활하게 해주는 서버가 개입되는 Napster 계열의 Hybrid P2P로 나눈다.

문제가 되었던 소리바다는 Napaster 계열의 혼합형 P2P에 해당하는 것이다.

현재 양씨 형제가 운영중인 순수P2P방식의 '소리바다2'에 대하여는 판단을 달리해야 할 것이나 이 글에서 다루지 않기로 한다.

/김종천 변호사/변리사(태웅법무법인) twkjc@tw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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