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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균의 폰꽁트] 카메라폰으로 뭘 했는지 알고 있다?


 

“어머, 이거 뭐야?”

“너무 예쁘다. 나도 갖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다들 난리가 났어. 다른 애들이 부러워죽겠다는 얼굴로 연신 떠들어대고 있는 걸 바라보는 고 계집애의 표정은 참 가관도 아니더군.

내 친구긴 하지만 유독 얄밉고 주는 거 없이 미운 애 있잖아. 바로 요 계집애가 그런 친구야. 내 성질대로라면 애당초 상종을 말아야 할 인간성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중학교 때 철없이 만난 사이라 그럭저럭 10년 세월을 우정이라는 명목 하에 버텨오고 있는 중이지.

이 계집애는 아주 여우기질을 타고 났는지 한번도 남자친구 없이 보낸 세월이 없어. 항상 남자친구들을 달고 다니는데 정말 재주도 좋아. 남자 놈들도 눈이 삐었지, 이런 여우같고 인간성 더러운 계집애를 죽자 살자 쫓아다니는걸 보면 말이야.

웬일로 지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이 왔나 해서 나왔더니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휴대폰을 가지고 있더라고. 그것도 카메라가 달린 최신형으로 말이야. 다른 친구들은 속도 없이 부러운 기색이 역력해서는 이리저리 돌려보며 난리를 쳐댔어.

“너 또 남자친구 바꿨구나.”

내가 비아냥거리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집애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응, 어떻게 알았어?”

“너 남자친구 바꿀 때마다 휴대폰도 싹 바꾸잖아.”

“계집애, 눈치도 빠르다. 기분전환도 할 겸 번호도 바꾸고…. 그래야 귀찮게 안 떨어지는 애들 정리도 되고….이번에 만난 애는 정말 끝내준다. 내가 휴대폰 바꿀 거라고 했더니 즉각 사 주는 거 있지? 그것도 이렇게 카메라 달린 걸로 말이야. 애가 아주 쿨 해.”

“어머, 너 이거 남자친구가 사준거니? 정말 좋겠다.”

다른 친구가 부러워죽겠다는 얼굴로 입을 헤 벌리더군.

“이거 있으니까 무지 편해. 재미있고…. 매일 사진 찍어서 보내고 그런다. 어저께는 옷가게에 가서 옷을 하나 찍어서 보낸 거야. 맘에 든다고 했더니 당장 사가지고 달려왔지 뭐야.”

다른 애들은 넋이 빠진 얼굴로 쳐다만 보았지.

“내가 오늘 친구들 만난다고 했더니 너희 얼굴 찍어서 보여 달래. 내 친구들 궁금하다고…. 정말 재미있는 애지?”

아, 밥맛 떨어져. 지 남자친구 자랑하며 남의 속을 긁어놓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로 하는군.

“이거 있으니까 정말 재미있다. 어저께는 나이트에 갔었는데 맘에 드는 남자들 다 찍어놨어. 왜 광고도 있잖아. 먼저 찍고 본다. 니들도 볼래? 어저께 간 나이트는 정말 물 좋더라. 맞아, 가수 A도 봤다, 너무 멋있더라, 걔 얼굴도 찍어놨는데 봐, 여기 있잖아.”

친구들은 탄성을 지르며 자존심도 없는지 여우같은 계집애의 휴대폰에 개미떼같이 모여 고개를 박고는 서로 먼저 보겠다고 난리를 쳐댔어.

“얘 괜찮다, 얘는 꼭 일본 애같이 생겼네.”

“난 얘가 더 낫다. 어머, 어머, 얘 헤어스타일 봐, 죽인다.”

눈도 안 아픈지 쪼그만 휴대폰 창에 뜨는 여러 남자들 얼굴을 바라보며 친구들은 군침을 삼켰어. 나는 배알이 뒤틀려 죽을 것 같았지. 유치원생도 아니고 유치하게 새로운 휴대폰 생겼다고 자랑을 하냐? 더군다나 계집애가 아주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내 속을 뒤집어 놓는 거야.

“너 아직도 옛날 휴대폰이지? 웬만하면 네 남자친구한테 하나 바꿔달라고 해. 네건 너무 구식이잖아.”

“내 휴대폰이 뭐 어때서?”

“애인끼리 이 정도 기능은 갖고 있는 휴대폰을 써야 재미있지. 너네 너무 고전틱하잖아. 조선시대도 아니고. 참, 니 애인은 문자 메시지 날리는 것도 싫어하지?”

아우, 속 터져. 저 계집애는 시치미 뚝 떼고 남의 속을 확 뒤집어 놓는 데는 아주 타고난 실력이라니까.

다음날 소위 내 애인이라고 불리는 철수를 만나자마자 나는 징징거렸어.

“우리도 휴대폰 바꾸자. 카메라 달린 걸로”

“야, 멀쩡한 휴대폰을 왜 바꾸냐?”

“자긴 너무 진부해. 뭐야? 이제 내가 싫증난 거야? 이제 내 얼굴도 안 보고 싶어? 권태기야?”

“얘기를 왜 이상한 데로 끌고 가냐? 보고 싶으면 만나면 되지 웬 카메라?”

“몰라, 몰라. 당장 바꾸자.”

내 협박과 앙탈을 견디다 못한 철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지가 별 수 있어? 나랑 사이좋게 카메라 달린 휴대폰으로 바꿨지.

“너 꼭 나한테 시집와라. 이것도 투자라면 투잔데…. 하여튼 요상한 짓만 골라서 한다니까.”

처음에는 나의 협박에 못 이겨 억지로 샀다는 불만을 감추지 못하던 철수도 몇 번 써보고는 아주 맛을 들였지.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서 철수를 매섭게 째려보며 말했어.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연애를 좀더 분위기 있고 세련되게 발전시켜보자는 의도에서 장만한거야. 괜히 길거리 다니면서 다른 여자들이나 찍고 그랬단 봐. 나한테 걸리면 재미없어. 아주 죽음인거 알지?”

“야, 너나 딴 데 눈 돌리지 마.”

서로 흘겨보며 다짐을 주었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아. 우린 지금 무지 사랑하는 사이고 또 그 사랑에 대해 깊은 정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 의식 있는 커플이거든.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장만한 뒤로 좀 심심해지던 우리의 연애가 새롭게 다시 뜨거워졌어. 마치 새로운 장난감에 열광하는 아이들처럼 우리는 매일 사진을 찍어서 서로 보내고 그랬지.

철수는 친구들과 우연히 들린 음식점의 닭발요리가 너무 맛있어 보인다며 찍어서는 내 휴대폰으로 보내주는 드문 애교도 보여주었어. 물론 ‘너하고 먹으면 더 맛있을 거야’ 라는 닭살멘트까지 세트로 말이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철수의 애교에 나는 까르르 웃으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고 물론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의연하게 받아냈지.

‘아, 살맛난다. 이거 무지 재미있네.’

가끔 길거리를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멋진 남자가 있으면 살짝 찍어서 몰래 혼자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어. 철수가 알면 그 고지식한 성격에 난리가 나겠지만 뭐 어때? 보기만 하는 건데. 이래서 몰래 카메라가 기승을 부리는 거구나 싶었지.

얼마 전에 새로 구두를 샀거든. 꽤 높은 10cm 굽이 달린 구두였는데 거울에 비친 내 다리가 너무 끝내 주는 거야. 그래서 다리만 찍어서 철수에게 보냈지.

‘내 각선미 죽이지?’

근데 철수의 반응이 너무 좋았어. 너무 좋아하는 철수의 반응에 나는 좀더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어. 이왕이면 철수를 아주 죽여줄까 하는 대담하고 섹시한 발칙한 상상이 떠오른 거지.

철수를 놀래 까무러치게 만들어줘야지 하고 결심한 나는 특별한 포즈를 취하고 작품을 만들기로 했지.

나는 상의를 벗고 새로 산 브래지어만 걸치고 사진을 찍었어. 내가 봐도 참 예쁘고 섹시한 브래지어였지. 역시 잘나왔더군. 철수가 이걸 보면 입에 게거품을 물고 까무러칠게 빤하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철수의 휴대폰으로 보냈어. ‘내 가슴은 몇 점?’ 하는 도발적인 문구도 물론 잊지 않았지.

보내놓고 철수가 보여줄 열광적인 반응을 기대하며 휴대폰이 울리길 기다렸어. 잠시 후 휴대폰 벨이 울리자마자 나는 아주 섹시한 목소리로 말했어.

“자기야, 내 가슴 어때? 아주 죽이지? 몇 점 줄 거야?”

그런데 휴대폰 저쪽에서 철수가 아닌 아주 뜻밖의 목소리가 울렸어.

“흠, 흠, 자네 우리 과 3학년 김영희지?”

“네? 누구세요?”

난 기겁을 했어.

“나 박교수네. 이게 어쩌다 내 휴대폰에 떴는지는 모르지만 흠, 흠 점수라…”

어머나, 단축버튼을 눌렀는데 아마 내가 너무 흥분해서 교수님 휴대폰 번호로 눌러 버렸나봐. 내가 미쳐, 나 아무래도 자퇴라도 해야할까봐….

/장덕균 개그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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