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교의 SOHO몰 ABC -6] 최고의 상품은 독점상품

'공급이 먼저, 수요는 나중'

야후! 이전에 누가 인터넷 검색 사이트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는가. 핫메일(HotMail) 이나 한메일(HanMail) 이전에 누가 공짜 웹 메일 좀 만들어 달라고 가두서명이라도 한 적이 있었나.

소비자는 자신의 욕구를 정확히 모른다. 다만 알 수 없었던 필요를 정확하게 만족시켜주는 공급이 생긴 뒤에 중독돼 버리고 만다. 누가 이제 검색 사이트 없이 인터넷 서핑을 할 것이며, 누가 무료 웹 메일 서비스를 거부할 것인가.

소비자의 수요를 좇는 자는 뒤처지는 자이며, 가격경쟁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IMF 금융위기 이전 한국의 대기업들을 생각해 보라.

일정한 규모가 형성되지 않은 시장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참여한 시장에서는 자본우위로 저급한 가격 싸움만을 벌여왔다.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은 이미 선도하기에는 늦은 시장이다. 아무도 요구하기 전에 공급하라.

◆최고의 상품은 독점 상품

경쟁이 최선이라면 왜 일류기업은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나오지 않고, 독점상품 기업들에서 나올까. 콜라의 코카와 펩시, CPU의 인텔, PC-OS의 마이크로소프트, 무선호출기의 모토로라, 잉크젯 프린터의 HP….

이 세상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마케팅 활동은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독점 - 적어도 과점 - 상품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몸부림이다. 자신의 상품을 독점 상품으로 만드는 가장 손쉬운 일은 아무도 그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을 때 판매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쉬운 일은 그 상품이 다른 비슷한 상품과는 다른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며, 비슷한 상품들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에 걱정말고 고르라고 유혹하는 게 세 번째 방법이다.

◆이것은 생수가 아니다

더운 여름 오후 길을 걷다 눈에 띈 편의점에서 500원 주고 생수를 샀다. 과연 지금 구입한 것은 '생수'인가. 아니다. 지금 방금 구입한 것은

1. 편의점의 서비스 ( 인테리어 비용, 에어컨/냉장고 전기료, 매장 임대료 )

2. 브랜드 ( 광고/홍보비, 용기 및 라벨의 디자인비용, 포장재 제작비 )

3. 그리고 500ml의 생수

이렇게 3가지 상품과 서비스의 총합이 500원이며 다시 말하지만 방금 팔린 것은 생수가 아니다. 위의 조건들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다고 해도 생수는 잘 팔리기 어려울 것이다.

어느 상점에서 무엇을 판매하고 있더라도 그들은 단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잊지 마라.

◆SOHO의 차별화 마케팅

1.가격의 차별화 - 0점 : 이마트나 예스24 정도 규모에서 가능한 방법이다.

2.광고/홍보의 차별화 - 5점 : 우선 한 달에 지출 가능한 광고/홍보 비용을 계산한 후에 따져볼 것.

3. 유통의 차별화 - 10점 : 가격 차별화의 다른 이름. 단 당신의 삼촌이 제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사촌 형이 총판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르므로 10점.

4. 제품의 차별화 - 80점 : 전국을 12시간 안에 배달 할 수 있는 당신만의 노하우가 있다거나 경쟁자가 100원에 구입하는 상품을 50원에 구입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제품의 차별화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고객을 나누어라. 남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남성용 혹은 여성용을 만들어라. 어린이용 제품은 많은 분야에서 히트 상품을 만들어 냈다. 한 묶음으로 생각해 왔던 고객들을 가로, 세로로 나누어 보자.

그리고 그 나뉜 집단에게 알맞게 제품을 변형하거나 서비스를 덧붙여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팔자. 상품을 나누어라. 접착력이 약한 접착제도 히트 상품이 될 수 있다. 3M의 '포스트 잇'을 기억하라. 욕실용 휴지, 화장용 휴지, 부엌용 휴지가 있다.

또 어떤 곳에 휴지가 필요한가. 가정용 문서 세단기? 벌써 나와 있다. 명함 전용 스캐너? 물론 나와 있다. 단일 용도나 일반 사용자가 아닌 소그룹 사용자들을 위한 특정 제품으로 만들어라. 포스트 잇도 처음엔 비서들을 위한 메모지 였으나 지금은 전세계인의 메모지가 되었다.

/원승교 소호몰 '리함' 대표 steve@leeh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