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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교의 SOHO몰 ABC -5] SOHO의 라이프스타일


 

사람마다 고유의 생체리듬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우선 기상시간이나 수면시간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학력고사라는 이유로 1시간 정도 늦게 출근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단지 1시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아침 또 출근하는 주변 역시 평소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출퇴근이 없는 SOHO로 독립하면 이보다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며, 그 변화들은 처음에는 고통으로 나중에는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당신의 생활과 시간을 직업에 맞춰 왔겠지만, 이제부터는 당신에게 나머지 것들을 조정하면 된다.

필자가 SOHO로 독립 하고 처음 느낀 가장 큰 불편함은 시간 배분과 변화된 생활 리듬이었다. 할 일은 매우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 무엇을 하려고 해도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시간은 어찌나 잘 흐르던지 늦잠을 잔 일요일처럼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가곤 했다. 20년 넘게 등교/출근하고 또 하교/퇴근하던 습관이 나의 몸과 마음에 배어 있었나 보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직장 생활은 동물원의 동물을 생각나게 한다. 배부르지 않으나 굶어 죽지도 않는다. 그리고 자유는 없다. 직장인 일 때 필자는 항상 서울대공원 'A-3번 우리'의 침팬지와 하나도 다를 바 없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정글과도 같은 SOHO 생활이 2년 지났다. 처음에 배고프고 정신 없을 때보다는 많이 익숙해져서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독립 초기 때처럼 시간이 남아돌아도 불안하거나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서 그렇게 시간이 주체를 하지 못할 만큼 남는 여유는 없어졌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감각이 생겼다는 것이다. 새로 이사간 동네 지리에 익숙해졌다는 그런 느낌이 든다.

또한 SOHO 생활은 '산출량은 투입량에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새로운 법칙이 당신을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1년을 기획해 공들인 비즈니스가 10분 동안 설명 듣고 계약한 BBQ 치킨 프랜차이즈보다 더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은 기본적으로 '시간당 얼마'식 시간급여에 성과급을 더하는 식이었다. 즉 당신이 직장에 투자한 시간이 얼마냐에 따라서 당신의 급여가 결정된다. 그러나 SOHO에는 이런 보상체계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엉뚱한 곳의 삽질'은 그 엉뚱한 구덩이를 메우는 시간만큼 두 배로 마이너스가 된다. 직장에서라면 '수고했다. 그러나…'라는 위로의 말이라도 들을 수 있지만 정글과 같은 SOHO 생활에서는 그 엉뚱한 구덩이 빠져 죽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Work at Home

집에서 일하는 SOHO는 그 경제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면에서 불편하고 어색한 점이 존재한다. 업무 집중력은 수많은 방해물들로 인해 떨어지게 된다. 냉장고, TV, 가족들 그리고 나 자신. 편안한 복장과 집이라는 느슨한 분위기 등은 일에 몰두하는데 많은 방해가 될 수 있다.

1. 복장 : 수영복 입으면 수영하고 싶어진다. 느슨한 차림이 아닌 정복을 입고 일을 하면 일의 효율이 높아진다. 또 가족들 역시 속옷 차림으로 PC 앞에 앉아 있는 당신을 게임이나 하는 사람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2. 가족 : 직장에서는 상사는 속일 수 있어도 동료직원은 속일 수 없다. SOHO에서 동료는 가족이다. 가족의 지지와 협조는 매우 필수적인 사항이다. 또한 감시자로서 긍정적인 역할도 기대 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이 '빅브라더(Big Brother)'를 말했다면 필자에게는 '빅 와이프(Big Wife)'가 있다. 이 글을 우리 'Big Wife'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신상에 위태로운 발언은 삼가겠다.

3. TV, Radio 그리고… : 박찬호, 김병현의 메이저리그 경기와 각종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SOHO로서 즐거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방해물이 될 가능성 또한 높다. 비디오, 만화, 소설 등등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진 만큼 자제가 요구되는 잡기들 - 특히 인터넷 바둑, 게임 -은 중독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업무를 충실히 할 수 만 있다면 집에서 일하는 것만큼 즐거운 것은 없다. 물론 개인의 성격에 따라 '나는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게 좋다' 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60%이상이 이직을 결심하는 이유로 업무나 급여의 불만족이 아닌 인간관계의 불편함 꼽고 있다.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직장 상사나 인맥 세우기에 정신 없는 수직적인 직장구조는 대부분의 한국 직장이 갖는 현실이다. 대기업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라면 출신 대학교나 학벌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한 파벌과 세력 다툼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크거나 작거나 기업 소유주의 직계/방계 친인척들이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생기는 업무방해(?)는 꽤 많은 기업에서 나타난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한국에는 기업은 없고, 대부분 확대된 가업(家業) 만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SOHO는 그러한 불합리한 관계 속에서 온 몸을 비틀며 견뎌내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무사히 독립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원승교 소호몰 '리함' 대표 steve@leeh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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