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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의 e세상 법 이야기] 포르노, 처벌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


 

한 분유회사 직원이 미국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하던 중 갑자기 체포된다. 죄목은 아동 포르노물이다. 미국에서 아동 포르노물 소지죄는 중죄이므로 징역5년을 각오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된 것은 단지 건강한 사내아기의 엉덩이가 보이는 회사 광고물일 뿐이다. 그런데 아뿔싸! 우리나라의 선량한 회사원은 몰랐지만 미국에서는 어쨌든 어린 아기의 엉덩이를 보여주는 인쇄물을 소지하는 것은 중죄에 해당된다.

어린 아기의 엉덩이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음란물인 셈이다. 그런데 음란하거나 외설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사실 그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그러한 판단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가령 고려시대의 많은 문학작품들이 조선시대에서는 “남녀상열지사”로 폄하되어 음란물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그다지 외설적이지는 않다. 또, 지역에 따른 차이도 매우 크다. 가령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금기시되는 장면들도 미국에서는 아무일 없는 장면일 수가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음란죄에 대한 법규정이 매우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우선 형법 243조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성폭력범죄의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 법률 제14조에서 규정하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우편·컴퓨터 기타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음향, 글이나 도화,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1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 2항는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음란물 배포는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전기통신사업법 및 동 시행령 도 음란물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법에서 음란성이란 일반적으로 그 내용이 사람의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시킴으로써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정의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우 개방적이라고 믿고 있는 미국에서는 어떻게 “외설물”을 정의하고 있을 까?

미국의 경우 저 유명한 “밀러 대 캘리포니아” 판결에서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통사람이 현재의 공동체기준을 적용하여 해당 작품을 전체적으로 판단할 때 호색적인 흥미에 호소한다고 판단할 것, 둘째, 해당 작품이 현저하게 노골적인 방법으로 해당 법률에 의하여 특별히 정의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기술할 것,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해당 작품이 심오한 문학성, 예술성, 정 치적 혹은 학문적 가치를 결여할 것의 세 가지이다.

우선, 분명한 것은 음란성 여부가 지역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판결된다는 것이다. 같은 나라에서도 서울 압구정동과 심산유곡의 청학동사이에는 음란물의 기준이 사뭇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한 인기 흑인 랩그룹이 전국 순회공연도중, 미국 남부의 중소도시에서 음란죄로 체포된적이 있었다. 같은 노래의 가사가 다른 지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도 그 지역의 정서에 맞지 않으면 음란죄가 적용되는 것이다.

인터넷 콘텐츠에서 음란죄여부가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의 초국가적 성격 때문에 어느 나라의 법률에 맞추어야 하는지가 매우 애매하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 나라의 웹사이트에 올려진 콘텐츠에 대해 엉뚱하게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음란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 그런 황당한 일이 미국과 프랑스사이에 지난 2000년에 진짜로 일어났다.

그 해 프랑스 법원의 한 용감한 (?) 판사는 미국의 거대 사이트인 야후에 대해 칼을 빼들었는데, 프랑스를 포함해 나치 상징물이 불법화돼 있는 국가에서는 어느 나라이든 간에 야후가 자사 웹 사이트에서 해당 물품의 경매를 차단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프랑스인들에 대한 야후의 나치 상징물 경매금지명령을 내리도록 판결한 것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옛날 독일나치에 관련된 기념품의 매매가 금지되어 있으나 미국에서는 이러한 금지 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판결은 양국의 서로 다른 법률이 충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사건에서 미국의 야후사는 프랑스인만을 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이중장치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으나 프랑스 법원은 전문가들로부터 사용자의 국적과 패스워드 확인을 통해 90%가량을 식별할 수 있다는 보고에 근거하여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프랑스 법원은 미국에 기반을 둔 이 회사에게 대책을 마련할 90일간의 시간을 주면서, 이 기한을 넘길 경우, 하루에 10만 프랑(만 3천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미국 정부가 야후에 대한 프랑스법원의 판결에 따르지 않음으로써 문제가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지만 한동안 야후 임직원들이 프랑스를 방문할 때는 판결불복종으로 언제 처벌을 받을 지 몰라 상당히 긴장되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각국의 다른 법체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으며 음란죄에 대해서도 이러한 각국법체계의 충돌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콘텐츠 관련 업체들은 매우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김형진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hjkim@js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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