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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배의 와일드카드] 아이템 매매는 악(惡)이다


 

우리는 온라인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을 매매하는 행위를 절대 악으로 알고 있다.

온라인게임 속에서 아이템은 마치 뽀빠이에게 악당을 물리칠 힘을 주는 시금치와도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낮은 레벨의 캐릭터라도 적절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면 높은 레벨의 캐릭터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템은 그 기능은 칼이나 총 형태의 무기일 수도 있으며, 병을 고치는 약물일 수 있다. 아이템의 기능이야 무엇이든 게이머들은 강해지기 위해 아이템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게이머 입장에서 이런 아이템을 얻는 방법은 크게 네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게이머는 아이템을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업체로부터 합법적으로 돈을 주고 살 수 있다. 운영 업체가 직접 판매하는 게임 속 '숍'(shop)에 들어가 현금 또는 사이버머니를 아이템의 댓가로 지불해야 한다.

둘째, 게임 속에 숨어 있는 '퀴즈'(Quiz)를 풀거나, 지능 없이 멍청스럽게 돌아다니는 '몬스터'(Monster)를 때려 잡으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셋째, 다른 게이머의 캐릭터가 떨어뜨린 아이템을 주을 수 있다. 보통 이 과정에서 'PK'(Player Killing)란 살인 행위가 벌어진다.

마지막으로, 아이템을 보유한 게이머에게 구매할 수 있다. 판매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주면, 구매자가 그에 상응하는 돈을 주는 방식으로 거래는 성립된다. 게이머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따라 값이 매겨져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아이템도 있다.

아이템은 획득 방법에 상관없이 캐릭터의 능력을 올려 주기 때문에 온라인게임과 현실에서 온갖 불법이 난무하게 됐고, 결국 규제를 통해 온라인게임 산업을 정화하는 극약 처방을 내리게 됐다.

지난해 말 시행된 후 온라인게임 업계에 칼바람을 일으켰던 사전 심의제를 살펴보면, 'PK'란 기준으로 세번째 방식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영등위는 당초 'PK'를 규제하려 했지만, 의도와는 달리 아이템 획득 방식을 규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재밌게도 정작 첨예한 이익 충돌은 네번재 방식에서 벌어진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게이머는 게임 속에서 노동의 댓가로 얻은 아이템을 현금화시킬 수 있지만, 온라인게임 운영 업체의 입장에서는 왠지 자신들이 창출한 가치를 빼앗긴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산업에 비유해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 생산 업체는 이미 판매된 자동차들이 중고 시장에서 매매되지 않는다면 새 차가 더 많이 판매될 것이라는 가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은가. "오호! 굿아이디어~!"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로비와 소송을 통해 중고 자동차의 유통을 막는다.

그러나, 이 가정이 잘못됐음을 명확히 아는 현실 속 자동차 산업에서는 이런 일이 없지만, 온라인게임 산업에서는 비슷한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게임인 '뮤'를 서비스하고 있는 웹젠은 현금 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베이 등 3개 업체에 대해 '아이템 거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자사가 배제된 아이템 매매를 막으려고 시도했다.

특이하게, 웹젠이 아이템 매매의 부당성을 주장하던 이 때에도 웹젠의 일부 총판사들은 게이머들의 아이템 매매 행위를 방조하고, 일부는 조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사례로 볼 때 온라인게임 서비스 업체는 자사와 이익 관계가 없는 제3자가 아이템 매매를 하면 '악'이고, 이익 관계가 있는 총판사들이 아이템 매매를 하면 '선'이 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아이템 매매 그 자체가 아니라 돈을 버는 주체에 따라 '선'과 '악'이 갈리는 게 된다.

이제 '아이템 매매는 절대 악'이라는 우리들의 상식이 일부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심어 준 편견이 아니었는지 심도있게 논의해 볼 때가 온 것 같다.

게이머클럽(www.gamerclub.org)에서 '아이템 매매에 관한 웹젠의 이중성'을 주제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박형배 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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