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박형배의 와일드카드] 게이머에겐 권리가 없다


 

게이머여, 우리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현실을 느끼고 있는가.

게이머는 게임 산업의 최종 소비자이면서, 게임 속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주체이기도 하다. 게임에 온라인이라는 시대적인 속성을 접붙이면서 게이머없는 게임이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가치조차 없어졌다.

'퐁', '인베이더' 등 전자 게임이 개발된 후부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이머는 어두운 방안에 혼자 틀어박혀 PC나 게임박스에 연결된 조이스틱을 붙들고 인생을 탕진하는 소모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반면, 게임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이후엔 게이머는 게임 속에서 다른 게이머와의 경쟁을 즐기면서 공생을 꿈꾸게 됐다. 게임을 통한 버추얼 사회가 형성된 것이다.

게임의 온라인화로 발생된 버추얼 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즐기려는 게이머와는 달리 게임 업계는 기업 이윤을 극대화하고 호율적으로 축적하기 위해 운영 업체로서의 권력을 이용해 게이머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업체들은 게이머가 '몬스터'와 같은 객체로 남아주길 원하는 것이다.

불행히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별다른 지식이나 감각이 없는 정부도 게이머 입장에서 중립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장 공정할 것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 10월 "게이머가 게임을 통해 얻은 아이템은 게이머의 소유가 아니라 업체의 소유"라며 온라인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아이템의 매매를 금지하는 현행 게임이용약관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때 게임 업계는 캐릭터와 아이템이 게이머의 소유가 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 온 힘을 다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온라인게임 등급제도 마찬가지다. 시행에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버추얼 사회의 당사자인 게이머는 배제된 채 제3의 시민 단체와 학자들이 들러리로 나와 온라인게임 업계와 의미없는 말다툼을 벌였다. 마치 아프가니스탄 시민을 위한다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땅에 포탄 세례를 하는 꼴과 다름 없어 보였다.

또, 게임에는 담배나 술과 같은 중독성이 강하고, 이로 인해 게이머의 인생이 망가지는 사례들이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계와 정부가 산업의 희생양들의 재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가 이 역활을 위해 설립됐지만, 간간이 이슈성 문제만 제기할 뿐이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도대체 게이머에게 권리는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게이머인 우리는 우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에 너무도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우리의 힘을 합해 우리의 게임 문화 수준을 낮추고, 우리의 게임 문화를 왜곡하며, 우리의 게임 문화가 발전하는 것을 막는 권력 집단을 감시하면서 권리를 하나씩 되찾아야 한다. 우리가 힘을 합한다면 우리가 잃은 권리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모든 게이머가 함께 모일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공동체는 단순한 안티 모임이어서도 안되고, 길드 모임이어서도 안된다. 더욱이 게임 운영 업체나 판매책이 운영하는 상업적 모임이어서도 안된다.

게이머 공동체를 결성해야 한다는 당위성 아래 주변에 커뮤니티를 물색한 결과 '게이머클럽'(www.gamerclub.org)을 추천받았다. 경영 미숙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독립성을 끝까지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모여 게이머의 권리를 함께 만들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이곳을 통해 게임의 영역에서 참여와 연대로 게임 사회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게임 사회의 공공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민주적 시민 사회'를 구현할 것이다.

지금까지 '몬스터'와 다름없는 온라인게임의 객체였던 우리는 '게이머클럽'에 참여하는 순간 온라인게임의 진정한 주체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많은 참여와 연대를 환영한다.

/박형배 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박형배의 와일드카드] 게이머에겐 권리가 없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