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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배의 와일드카드] 리니지 상병 구하기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4분기에 달성한 실적을 발표하자 몇몇 증권사들은 '실적이 기대치 이하라서 실망했다'며 잇달아 목표 주가를 내렸다. 이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안정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고꾸라지고 말았다.

얼마 전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38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3% 줄어들었다고 공시했다. 이 공시에 따르면 4분기 영업 이익은 전분기보다 21.5% 줄어든 149억원이며, 영업 이익률은 전분기보다 9% 포인트 낮은 38.9% 수준이다.

이를 놓고 몇몇 유명 증권사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하듯 엔씨소프트의 목표 주가를 내렸다.

우선, 삼성증권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당초 예상치와 비슷하나 이익면에서는 ▲40억원의 특별 상여금 ▲169억원의 법인세 추납 ▲ 42억원의 지분법평가손 등으로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다"며 6개월 목표가를 12만1천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대우증권은 "영업외 수지가 기존 예상치 대비 악화됐다"며 2003년과 2004년 EPS를 22.9%, 15%로 하향 조정하면서 목표 주가를 13만6천원으로 낮췄다.

동원증권도 "▲거래소 이전 ▲대만 계약경신에 따른 잠재적 수혜 ▲해외업체와의 추가 제휴 가능성 등 일련의 발생가능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악화가 예상되는 수익 전망으로 상반기 주가는 시장수익률을 상회하기 어렵다"며 기존 투자 의견인 '매수'를 '중립'으로 내렸다.

비슷한 이유로 대신증권은 엔씨소프트에 대한 투자 의견과 적정 주가를 '시장수익률'과 12만2천원으로 각각 하향 조절했으며, 경우야 다르지만 한양증권도 목표 주가를 13만2천원으로 내렸다.

이 업체들이 사용한 많은 미사 여구를 걷어내면 증권사들이 집단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목표 주가를 내린 이유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실망'이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집단적인 하향 선언 이후 리니지의 4분기 매출만을 단순하게 분석해 목표 주가를 내리는 증권사들에 오히려 실망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알다시피 지난해 4분기에는 온라인게임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등급 심의제가 시행됐다. 등급 심의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모든 연령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등급보다 낮은 연령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것은 불법이 됐다. 즉, 비스니스 환경이 지난해 4분기에 바뀐 것이다.

등급 심의제가 시행되기 직전에 보도에 의해 알려진 바로는 리니지의 연령별 이용 비중은 12세 미만 이용자가 3.4%, 12세~15세 미만이 17%, 15세~18세 미만이 37%였다.

여러 번의 심의를 거듭하면서 리니지가 최종적으로 '15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4분기의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그 전분기 대비 20.4% 정도 감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11월15일부터 15세 미만 게이머의 접근을 막은 것까지 계산하면 10.2% 정도로 보정된다.

따라서 등급제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매출보다 떨어질 것을 현명한 시장은 예측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반응으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지난해 4월 26만2천500원에서 추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8만3천200원에서 가까스로 저점으로 찍었다.

이렇듯 등급제 시행에 따른 매출 감소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호들갑을 떨며 4분기 매출을 이유로 목표 주가를 하향한 배경에는 정작 다른 이유가 있음이 엿보인다.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 사이 제 때에 목표 주가를 조정하지 못한 증권사들이 창피함을 만회하기 위한 기회로 이번 공시를 이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10.2% 자연 감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3.3% 줄어드는데 그쳤다는 사실로만 본다면 엔씨소프트가 온라인게임 등급 심의제란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일단 성공적으로 적응했다고 분석하는 것이 증권사들의 평가보다는 덜 억지스러울 것 같다.

/박형배 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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