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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배의 와일드카드] '업계 리더' 엔씨의 뒷모습


 

엔씨소프트는 자칭타칭 온라인게임 업계의 리더다. 코스닥 시장에서 500원짜리 주식이 10만원을 호가하고 있으니 잘나가도 한참 잘나간다. 코스닥에 등록된 동종 업체들과 비교해 보면 주식의 가격 차가 너무 커서 이상스러울 정도다.

이는 엔씨소프트가 과독점 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업계의 경우 1등과 2등의 격차가 너무 심해 1등이 시장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2등은 대응할 능력조차 없다. 2등은 오로지 1등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뿐이다.

일반적으로 독과점 상태에 있는 기업은 상품 가격을 생산 비용에 평균 이윤을 합한 것보다 비싸게 유지시킨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즉, 팔리니까 비싸게 받는다. 또,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해도 가격을 쉽사리 내리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보인다. 소비자가 살 수 밖에 없다는 자신감이 경직성 아래에 숨어있다.

독과점 기업은 경쟁 또한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경쟁에 따른 가격 인하보다는 유통망 독점 등 비가격 요인을 강화해 판매량을 늘이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 때문에 상품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신규 업체들은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그 비용은 최종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러한 독과점 기업의 특징은 엔씨소프트가 주주를 대할 때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1천168억원, 순이익 468억원을 기록했지만 엔씨소프트는 아직도 배당 정책을 밝히지 않고 있다.

116억원의 흑자를 낸 2001년에도 "게리엇 형제 소유의 게임개발사 데스티네이션스 인수로 470억원의 특별 손실이 발생해 순이익률이 그 전년도보다 감소했다"며 배당하지 않았었던 전례가 있어 기대할 필요조차 없다.

최대 고객인 PC방은 아예 봉인 듯 보고 있다. 사실 동네 곳곳에서 침투해 싼값에 인터넷의 참맛을 보여줬던 PC방이 없었더라면 엔씨소프트는 1등 업체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엔씨소프트가 돈을 쓸어담는 동안 엔씨소프트를 절대 동지로 믿었던 PC방 업계는 지난해 초 이미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주간 800원, 야간 500원을 적용하는 가격 정책을 도입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이런 열악한 상황임을 알고 있었지만 PC방 업계가 죽든 말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가격을 올해 들어서야 내렸다. 가격을 내릴 경우 이익이 발생한 PC방들이 경쟁사의 온라인게임을 도입하는 여유를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격 인하 시기를 최대한 늦췄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PC방이 봤고, 엔씨소프트는 최대 이익을 얻었다.

PC방이 PC 한대당 1시간에 벌 수 있는 돈은 500~800원대로 줄어들었건만 아직도 PC방을 유지하기 위해 엔씨소프트로 들어가는 돈은 1PC 1시간당 300원 수준이다. 야간 할인율을 감안하더라도 PC방은 잘해야 본전인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온라인게임 사전등급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의 편에 선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기막혀 하고 있다. 당신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영등위가 규제에 나서자 마치 문화 산업의 기수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온라인게임산업협회를 창립했지만, 리니지가 '15세 이용가'를 획득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활동을 접었다.

급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 다가오다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나몰라라 가버리는 엔씨소프트의 모습을 보며 '엔씨소프트가 온라인게임 업계의 리더'라는 것이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산업 발전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 퍼져 있는 "엔씨소프트가 죽어야 게임산업이 산다"는 말의 의미가 가슴에 절실히 와 닿는다.

/박형배 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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