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박형배의 와일드카드] 리눅스가 게임을 지배한다


 

리눅스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업체로는 단연 마이크로소프트를 첫번째로 꼽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료로 배포되는 리눅스를 궁극적으로 기술 혁신을 막게 될 장해물이라는 논리로 깎아내리고 있다.

하지만, 짓궂은 운명처럼 마이크로소프트 덕분에 리눅스가 그 영역을 확실하게 넓히게 됐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마이크로소프트는 '홈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 전 세계의 가정을 지배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이 야심을 이뤄줄 전략 상품으로 개발한 무기 중 하나가 'XBox'라는 게임기다. 이 때문에 XBox는 마이크로소프트만의 기술이 농축된 그들만의 제품이었으며, 응당 리눅스와는 아무 상관없는 듯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Xbox 리눅스 프로젝트'라는 단체가 Xbox에서 리눅스를 구동시키는데 성공한 사람에게 최대 20만달러(약 2억6천만원)를 상금으로 주겠다고 알리면서 분위기가 뒤집혔다.

"합법적이고 간편하게 Xbox에서 리눅스를 구동시킨다"를 모토로 하는 이 단체는 리눅스를 'Xbox 본체에 조작을 가해 구동시키는 방법'과 '소프트웨어만으로 구동시키는 방법'을 공모하면서 각각의 해법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10만달러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30일 공모를 마감한 결과 첫번째 과제에는 여러 해법이 제시돼 이번 달 중 상금을 나눠 갖게 되지만, 두번째 과제에는 아직 응모자가 없어 프로젝트 마감이 올해 말까지 연기됐다.

Xbox는 인텔의 '펜티엄3' 프로세서와 64MB의 메모리, 10GB의 하드 디스크, DVD 드라이브, 이더네트 단자를 갖추고 있다. 언뜻 봐도 리눅스를 접목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현재까지 제시된 리눅스 접목 해법을 보면 XBox에다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등을 추가할 필요가 있지만, 비용을 전부 합쳐도 500달러를 밑돈다. 이렇게 하면 XBox가 본연의 게임기의 역할을 하면서도 값싼 PC로 이용될 수 있다.

이 같은 리눅스 진영의 침투에 대해 매우 언짢아할만한 마이크로소프트이지만 아직 입단속을 하면서 공식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대부분의 소비자와 게임 마니아들이 XBox를 게임기로만 이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게임기와 컴퓨터의 경계가 무너진 것은 1991년 닌텐도가 자사 게임기에 접속 포토를 탑재해 키보드나 모니터를 이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리눅스 진영이 게임기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은 1999년 세가의 '드림캐스트'가 인터넷 접속 게임기로서 발매되었을 때가 처음이었다.

이 같은 추세를 읽은 소니는 게임기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키기 위해 리눅스 진영과 싸우는 대신에 USB 키보드와 40GB의 하드디스크, 이더네트, 어댑터 등을 포함한 '플레이스테이션2 개발자용 리눅스 킷'을 5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소니와는 달리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 진영에 비협조적이다. 이 때문에 XBox에 리눅스를 접목시키려는 개발자들은 게임기에 관한 '디지탈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응용 분야를 찾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리눅스 진영은 속속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서 가까운 미래에 Xbox를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움 없이도 게임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웹사이트에 접속하며, 음악 및 DVD 등을 즐길 수 있는 보급형 염가 PC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XBox를 원가보다 싸게 판 후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로 돈을 벌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당초 비즈니스 모델은 산산이 부서질 뿐아니라, PC를 홈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바꾼다는 개념의 'XP 미디어센터' 전략은 스스로 고꾸라지게 된다.

이미 리눅스는 게임기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게임 산업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기업과 국가의 게임 산업 전략을 짜야 '선택과 집중'하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유혹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형배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박형배의 와일드카드] 리눅스가 게임을 지배한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