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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배의 와일드카드] 촛불시위는 없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의정부 여중생 사망 사건의 신효순·심미선 학생 부모와 범국민대책위원회 지도부를 만나는 자리에서 "이제 촛불시위를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범대위 측은 "평화적으로 시위를 계속하겠다"며 노 당선자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후 당연히 노 당선자에 대해 비판의 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측은 "노 당선자의 촛불시위 자제 발언은 수 백만이 밝힌 촛불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며 "노 당선자의 반미 시위 자제 발언은 결국 반미 시위를 불쾌해하고 있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논평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우리나라 정부를 대표할 노 대통령 당선자가 세계를 통털어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의 강대국인 미국 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촛불시위를 장려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는 촛불시위를 자제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촛불시위는 국민의 역할이다. 정부가 자제를 당부하는데도 국민이 촛불시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미국 정부가 이를 꼬투리 잡아 보복할 명분이 없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국지적인 반미 정부는 없앨 수 있지만, 반미 국민은 쉽사리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시선을 철저히 무시하고 민족 청소를 감행한다면 모를까.

그래서, 우리 국민은 정부보다 준엄하게 미국을 꾸짖을 수 있으며, 우리 정부는 국민의 뜻을 등에 지면 절대 강자인 미국 정부와 협상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계속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향해 불평등 협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압박을 가하는 것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이 각성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알다시피 수 십년의 공포 정치 속에서 의견 표출을 두려워했던 우리 국민들이 입을 열도록 도와준 도구가 인터넷이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활발하게 의사를 소통하면서 동지를 찾았고, 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냈다.

광화문 촛불 시위도 한 네티즌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의 제안은 온 국민을 광화문으로 불러냈으며, 땅에 묻혔던 여중생들을 다시 살려내는 불꽃이 됐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있는 온라인게임 업계는 두 여중생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말 없이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아이템을 나눠주는 소수 온라인게임을 제외하면, 성공했다는 곳일수록 애써 두 여중생을 외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크리스마스 때 머리를 쥐어 짜내 별의별 이벤트를 다 만들었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사회의 흐름에 눈감은 채 돈만 좇는 온라인게임을 도태시키자는 제안이 나올 시점이 임박해 오고 있다는 것을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모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형배 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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