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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배의 와일드카드] X-MAS에 게임 속으로 사라진 그녀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런 의지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게임에 빠져 시간을 날리곤 한다.

사랑하는 사람 또는 가족들과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정담을 나누는 대신, 게이머들은 어두운 PC방에 틀어 박여 몬스터를 학살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정복한다. 스스로 영웅이 되가는 자신의 캐릭터를 바라보며 행복해 하기도 한다.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너나 없이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등 의미있는 날만 오면 그럴듯한 이벤트를 마련해 온라인게임 속으로 끌어들인다. 현실 세계에서 궁상 떨지 말고 온라인게임 속에서 영웅처럼 살라며 유혹한다.

이런 유혹을 무시하지 못하는 게이머 중 일부는 애인 또는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보다 온라인게임 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미 야후에는 '반 에버퀘스트 배우자 모임'과 '에버퀘스트 미망인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미망인 모임'은 1천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돼 있고, 회원들이 이곳을 통해 게임 중독을 극복하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19세. 에버퀘스트때문에 미망인이 된지 1년 됐습니다. 제 남친은 매일 5시간씩 게임에 빠져..."라는 글은 신규 회원이 자기 소개를 소개할 때 나오는 전형적인 말투이다.

물론, 남편들의 푸념도 올라온다. 어떤 남편은 "아내가 출산 중에도 온라인게임만 생각하고 있었다"며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에버퀘스트 미망인들은 이 곳에서 같은 처지에 빠진 동료들과 서로를 격려하면서 온라인게임에 빠진 남편과 부인을 건져낼 수 있는 방안을 서로 알려주고 있다. 배우자 몰래 캐릭터를 삭제하는 방법도 그 중 한 가지다.

이들이 고민하는 것 중엔 온라인게임 속에서 이뤄지는 결혼도 포함된다. 온라인게임 안에서 캐릭터끼리 결혼하는 일이 빈번하게 있는데, 때때로 이 캐릭터 결혼식이 현실까지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현실 부부 관계는 사이버 부부 관계에 밀려 처참하게 파탄나곤 한다. 어떤 부인은 세 자녀를 내팽개치고 수 백 킬로미터를 달려 불륜을 저지른 게 발각된 후 남편의 용서를 받았지만, 또다시 불륜을 저질렀다.

혹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야 할 지금 애인이나 배우자가 온라인게임에 빠져 있지 않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몸은 곁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사람 곁으로 이미 옮겨 갔는지 모를 일이다.

두려운가?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가?

/박형배 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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