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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배의 와일드카드] 온라인게임 속 군중과 고통


 

게임을 하다가 이겼을 때 전기 쇼크를 가하거나 채찍으로 내리쳐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고통을 주는 벌칙을 준다면 어떤 기분일까? '라이프'와 '모베라'라는 2명의 독일인이 이런 기분을 맛보게 할 수 있는 잔혹한 게임을 개발해 냈다.

대단한 고난도 기술이 사용됐을 것 같다는 예상을 했지만, 게임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우선 두 명의 플레이어가 탁자 형태의 게임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 후 각각 왼손을 '고통 집행 유닛'(PEU)이라는 센서 위에 올려 놓는다. 그러면 게임은 시작되고 서로가 서로를 진정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승부를 가리는 룰 자체는 제1세대 게임인 '퐁'(Pong)이다. 플레이어 사이에 있는 탁자 중앙의 화면을 통해 진행 상황이 보여진다. 이기려면 오른 손으로 막대 모양의 라켓을 조정해 가능한 한 길게 공을 넘겨야 한다.

단순한 형태의 2인용 벽돌깨기에 비유할 수 있는 '퐁'이란 게임은 미국 아타리(Atari)가 만들어 1972년 발매한 전형적인 아케이드 게임으로, 비디오 게임을 처음으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오락물로 자리 매김시킨 킬러 소프트웨어로 평가되고 있다.

원래 '퐁' 게임은 한 쪽이 졌을 때 분노를 느끼는 것 외엔 특별하게 벌칙이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된 이 게임은 패자에게 전기 쇼크와 타격, 고열 등의 고통을 가한다. 그래서 공을 놓친 패자는 분노와 함께 물리적 아픔을 느낀다.

이 게임을 끝내려면 고통을 이기지 못한 플레이어가 고통 집행 유닛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런 단순하고 고통스런 게임을 누가 할까 의심이 들지만, 개발자들에 따르면 생각 외로 이 게임은 플레이어들을 고집불통으로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실험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져서 찰과상을 입거나 피를 흘릴 정도가 돼도 게임을 끝내지 않는 현상들이 자주 관찰됐다. 실험 시 주위에는 구경꾼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두 개발자는 플레이어들이 관중들 앞에서 항복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초 쾨른에 있는 미디어예술대학의 프로젝트로 출발한 이 게임의 명칭은 '페인스테이션'(painstaton)이다. 누가 들어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아주 흡사하다. 이 때문에 소니 측은 개발자들이 '페인스테이션'을 상품화하려면 로고를 바꿀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페인스테이션이 '진기한 게임'이란 평가를 넘어서 대박 상품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플레이어가 피를 흘릴 정도의 난폭한 게임을 상품화할만한 용감무쌍한 유통 업자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패러디해 게임에 대해 순수한 비판을 던졌다는 예술적 의미는 높이 살만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모든 사람에게 게임이 가학적이지 않냐는 질문을 던진 최초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철학적인 면을 거꾸로 보면 가학적인 게임이 몰입성이 강하며, 남들이 지켜보고 있을 때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특징을 알 수 있다. 재밌게도 이 특징은 온라인게임 속에서 군중들이 아웅다웅거리며 서로 파괴적인 살상(PK)을 일삼는다는 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박형배 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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