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IT 경제학] PC방이라는 IT재산

우리네들은 항상 주위에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쉽게 망각합니다. 흔히 우리는, 그리고 외국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인터넷 강국이라고 합니다. 훌륭한 통신 인프라와 이를 기반으로 누구라도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외국이라면 돈을 받아야 할 서비스마저도 무료로 제공되는 것입니다.

해외 출장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이 강한 인터넷 서비스를 외국에서도 쉽게 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실망스러운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우리가 지천으로 인터넷 정보바다를 장소에 구애받음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국 각지에 세워져 있는 PC방 때문입니다.

때때로 이것을 청소년에게 잘못된 행동을 유도하는 온상으로 비춰진 적도 있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PC방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인터넷 커머스의 장터입니다.

예전에 해외 출장을 갔을 때 유명한 게임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일단 개발된 게임을 무작위로 선정된 청소년과 전문가들 50명이 한꺼번에 테스트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주일 단위로 테스트집단이 바뀌어지는데 이 같은 과정을 6개월 정도한다고 하더군요. 그때 우리는 언제 이 같은 테스트를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올릴 수 있을까 부러워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과정을 전국 2만2천개 PC방에서 한꺼번에 해낼 수 있습니다. 신제품 또는 베타버전이 나오면 동시에 수만명이 테스트해 원하는 결과를 순식간에 얻어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네트워크 게임은 세계 톱클라스입니다. 워낙 통신환경이 좋다보니 이를 배경으로 한 각종 게임제품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요. 독일의 자동차가 왜 좋으냐는 질문에 “아우토반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과 똑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PC방에서 자라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는 세계 어디를 가도 제품의 안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누차 지적했지만 PC방의 IT환경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놀라운 통신속도에 최고 사양의 컴퓨터들, 항상 최고 소프트웨어가 최상의 조건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사용환경은 그 무엇보다도 가혹한 것입니다. 우선 일반 업무환경과는 다릅니다. 컴퓨터 초보부터 최고수 게임 마니아까지 다양한 사용층이 자리잡습니다. 당연히 사용하는 양태에도 천양지차가 있습니다.

워낙 이렇다보니 정말 특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한 소프트웨어 버그가 발견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히 제품의 완성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되고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한때 정부에서는 PC방을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베타테스트장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연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그리 집중적으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PC방에서 애용되는 소프트웨어가 주로 오락 위주여서 다양한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실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PC방이 훌륭한 테스트베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각종 게임소프트웨어들이 세계 최고의 찬사를 받고 세계 유수의 게임업체들이 앞다투어 한국에서 첫 출시를 알리는 각종 행사를 벌이는 것에서도 쉽게 확인이 됩니다. 이제 좀더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PC방에서 게임프로그램만 테스트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도 나름대로의 소프트웨어 문화가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해야 합니다. PC방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를 보정하기 위한 다양한 인력절감용 도구 소프트웨어들이 실험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원격제어, 원격복구, 원격AS와 그밖에 PC방 대상 인터넷광고사업이나 DVR, PC내의 각종 부품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잘 묶으면 필자는 더욱 비용절감적인 OA혁명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치열한 경쟁속에 놓인 PC방에서 살아남는 사업모델이나 소프트웨어라면 전세계 어디서라도 통할 것이 확실합니다.

/이민호 Marketing Enabler mino@ideapartn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