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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의 IT 경제학] 온세통신 이야기


 

지난 주 한컴에 대한 컬럼을 두고 여러 좋은 얘기가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구요.

이번에는 최근 법정관리 신청을 한 온세통신에 대한 글을 올립니다. 이 얘기도 지난 신규통신 사업자 선정이 이슈가 되었던 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마도 일부 독자분들은 왜 자꾸 과거 지향적인 글을 쓰냐는 의문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는 갖은 악재들을 바라보니 한 때 그같은 문제를 야기시켰던 과거의 뿌리를 취재하던 목격자로서 할 말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결과가 나온 후에 이제서야 내리는 결론은 역시 '합리성'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거저가 없습니다. 그 때 편하게 내린 결정은 반드시 대가를 지불한다는 사실입니다.

먼훗날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어떤 씨앗이 오래 전에 뿌려졌을 때 당시 그 점을 지적하고 그런 결과가 조금이라도 나올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바로 언론 또는 뭘 좀 아는 사람들의 역할이라는 겁니다.

합리성은 현재 상황에서 여러가지 정황과 조건을 짜맞추어가면서 미래에 어떤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지 저울질 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잡아가도록 해주는 기본틀이 됩니다. 합리성을 무시하면 결국 누군가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그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적인 비용이 됩니다.

96년 쟁점은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과 제3 국제전화사업이었습니다. 개인휴대통신에 대해서는 대부분 독자들이 아는 내용이라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3국제전화 사업자로 선정된 온세통신에 대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당시 제3의 국제전화사업을 위해 8개 정도의 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모두 기업의 명운을 걸고 필사적인 로비와 사업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 누가 한전을 전략파트너로 잡느냐로 귀착되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전만 잡으면 그냥 사업자로 선정되는 판이었지요.

한전은 전국의 기간통신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통신사업에 뛰어들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던 것입니다. 그러니 한전 입장에서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정통부 고위관계자가 한전측으로부터 어디에 참여해야 하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기자에게 털어놓았을 정도니까요. 그 관계자는 한전에게 그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입니다.

우여곡절끝에 8개 사업자들은 연합컨소시엄을 구성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바탕 촌극도 있었구요.

당시 정통부 기자실은 이들로 한참 북적였습니다. 오전에 4개인가 5개인가의 시외전화 신규사업권을 노리던 기업의 담당자들이 모여 스스로 연합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그들은 흔히 전략적 제휴를 할 때 하는 의식인 손을 맞잡고 사진기자들앞에서 자세를 취했습니다.

한참 기사를 쓰던 와중에 다시 나머지 업체 담당자들이 찾아와서 연합컨소시엄에 자기들도 참여한다고 해서 사진기자들이 다시 들이닥치고 모든 업체 관계자들이 한번 더 손을 잡고 자세를 취했습니다.

제3국제전화사업을 노리던 모든 기업들이 함께 손잡는 모습에 대해 기자들은 그저 쓴 웃음만 지었지요.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한번 짚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연합컨소시엄은 해당 기업의 실무책임자로서 정말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누구도 탈락한 기업이 없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총수로부터 책임추궁을 받을 일이 없습니다.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정통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는 최선책입니다. 한전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당시 기자들은 8개업체에 게다가 한전까지 끼는 사업구조라면 사공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판단했습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제3업체의 가장 큰 장점인 발빠른 대응이라는 카드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죠. 누가 총대를 맬 거냐의 책임경영이란 점도 중요합니다. 기자들은 이런 점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저하가 먼훗날 경영의 악화로 나갈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온세통신의 법정관리 신청이 이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합리성을 기초로 보면 일말의 가능성은 있는 지적이라 봅니다.

밖에는 벚꽃이 마무리 화려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먼 발치 자목련도 지금은 활짝 피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황사도 예전보다 못해 더 없이 좋은 계절. 오늘 아침 잘 알던 또 다른 기업의 부도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가슴 절절이 스미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스쳐가는 기업인의 얼굴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민호 Marketing Enabler mino@ideapartn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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