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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의 IT 경제학] 전국 단일 요금제도


 

국내 유선전화에 시내, 시외서비스의 한계를 허무는 전국 단일요금제도가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정보통신부가 산하 연구기관에 올해말까지 과제보고서 제출을 당부한 것을 보면 연말이면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겠지요.

전국 단일요금제도는 영어로는 'Postal System'이라 합니다. 우편시스템이라는 것에 독자 여러분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겁니다. 이 말의 뜻은 우편서비스가 우표 한장으로 전국 어디나 배달이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될 겁니다. 우편서비스 요금이 시내, 시외가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전국 단일요금제도는 지난 80년대 말 처음 제기되었습니다. 당시 국내 통신 환경이 급격히 나아지면서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농어촌지역의 표를 의식해 시외요금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수면위에 떠오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전국 단일요금제도는 보편적 서비스의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이 제도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결코 시외전화요금수준이 시내전화 정도로 싸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필자가 10여년 전 이를 주제로 분석을 해본 결과 당시 3분 30원 시절에 단일요금 수준이 57원, 그러니까 거의 배 이상 올라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전국 단일요금은 시내전화에 의존하는 대도시 소시민에게는 부담이 되는 제도라는 측면이 있었지요.

이 제도의 도입을 가장 원하는 기업은 당연히 한국통신이었습니다. 당시 한국통신이 전국 단일요금제도를 도입하고 싶어한 가장 큰 이유는 데이콤의 시외전화시장 진입을 저지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전국 단일요금제도는 시내전화의 적자요소를 메우고 시외전화의 경쟁을 막을 수 있는 묘책이었기에 데이콤의 시외전화요금이 문제가 될 때마다 한국통신은 전국 단일요금제도의 조기도입을 정보통신부에 건의하곤 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 단일요금제도가 도입되면 당장 곤란해질 회사들은 데이콤과 온세통신일 겁니다. 이제 와서 시내전화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여력이 없으니 더욱 그러할 겁니다. 반면 한국통신 입장에서는 더욱 유리한 전략적 고지를 점하게 됩니다. 하나로통신에게 유리해질지는 판단이 잘 안서는군요.

또 다른 측면에서는 전화번호제도에 대한 얘기도 있더군요. 시내외 구분이 없으니 전화번호제도를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전화번호는 현행제도를 유지해도 별 상관 없으리라 봅니다. 어차피 요금만 조정되는 것이니 일반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전화번호제도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나으리라는 생각인거지요. 지금처럼 국제화된 시점에 외국과의 통신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공연히 혼란의 요소를 가중시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통신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인의 생활에 미칠 영향은 극소화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전국 단일요금제도는 지역을 기준으로 한 통신서비스의 종언을 의미합니다. 우리 주위를 봐도 이동통신요금은 애초부터 지역기준이 없고 인터넷통신은 아예 전세계가 단일요금인 셈이지요. 그러나 이제 중요한 것은 서비스간의 경쟁인 것입니다. 시외전화요금이 일단 싸지면 통신이용자들은 시외전화를 걸 때마다 유선전화를 사용할지 이동전화를 사용할지 한번 따지게 될 겁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시내전화의 경우 이런 비교는 별로 없을 걸로 보여지는군요.

아마도 전국 단일요금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붙으면 어쩔 수 없이 L(Land)- M(Mobile)통신시장을 개방하라는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겁니다. 한국통신을 제외한 여타 유선전화회사들은 시외전화시장을 포기하면서 반대급부로 이동전화와의 접속시장을 요구한다는 것이지요. 어차피 시외전화시장은 축소되는 추세에 있고 상당한 양이 이동전화로 전이되는 지금 새로운 시장으로의 전환은 어쩔 수 없는 대세입니다.

그러나 전국 단일요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도시 빈민에 대한 정책고려입니다. 단일요금제도는 결국 시내전화요금을 인상시킬 겁니다.(만약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으리라 봅니다)

단일요금은 시작과 발단이 농어촌 소외지역에 대한 정책배려입니다. 그러나 역으로 이것은 도시 빈민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계기가 됩니다. 이 때문에 어떤 방법이든 도시 빈민을 위한 요금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자는 기본통화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통계적으로 소득수준과 통화량과는 상당히 밀접합니다. 여러분들도 상식적으로 그러하리라 생각할 겁니다. 통화량이 적으면 소득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간주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실제조사를 통해 소득세법상 빈민으로 간주되는 세대를 대상으로 한달 전화통화량을 계측하고 이를 기준으로 무료통화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정수준을 넘어가면 전화통화를 했을 때는 무료통화의 혜택을 없애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전화요금에 민감하지 않을 정도의 세대라면 무료통화에 연연하지 않고 사용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세대라면 가능하면 사용량을 그 수준에 맞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같은 제도는 사용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정보통신부가 보편적 서비스라는 정책목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능하면 정책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수단입니다.

어차피 정책은 선택입니다. 만인에게 만족스러운 정책이란 있을 수 없지요. 정책수단의 선택에 폭넓은 고민은 해야겠지만 버릴 것은 버려야 합니다. 전국 단일요금제도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대에 맞는 정책 선택과정 중의 하나라고 봐야 할 겁니다.

/이민호 Marketing Enabler mino@ideapartn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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