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백병규] 가까운 미래에 대한 단상…다세대 다문화 시대의 발상법은?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조만간 우리 앞에 닥칠 ‘다음 사회’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냈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조사’라는 부제를 단 이 기사형 보고서는 말 그대로 50년 이내에 펼쳐질 가까운 미래에 대한 탐구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가까운 미래의 특징으로 여러 가지를 들고 있지만 특히 ‘고령화 사회’를 가장 주요한 특징으로 앞세우고 있다. 단적으로 독일에서는 2030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성인 인구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35세 이하의 젊은 층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현재 가임 여성 1인 당 1.3명 꼴의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2030년 독일의 전체 인구는 현재의 8천200만 명에서 7천만~7천300만 명 정도로 줄게 된다. 이 가운데 현 기준으로 본 노동인구는 4천만 명에서 3천만 명으로 감소한다. 전체 인구의 4분의1 수준이다. 한 명의 노동인구가 4명의 비노동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셈법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2030년 경에는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델란드, 스웨덴 등 경제적으로 앞서가는 대다수 OECD 국가의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이다.

세계 최대의 인구인 중국에서도 고령화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1950년 중국인들의 평균 생존 연령은 40.8세였지만 2050년에는 79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며 인구의 고령화는 전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만 하다.

◆ 고령화 사회와 노동력의 빈곤

인구의 고령화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하게 된다. 당장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노후 연금 지급 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고, 고령자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도 지금 보다 줄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연금 혜택을 부여하자면 노동인구가 감당해야 할 사회보장 부담이 너무 무겁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경제 선진국들은 노령인구 증가와 노동인구의 감소로 부족한 노동인력을 불가피하게 외국에서 수혈 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있는 DIW 리서치의 예측에 따르면 독일이 기존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20년 경에는 매년 100만 명 정도의 외국 노동자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력 부족 사태는 이민자를 비롯해 외국에서의 유입자가 비교적 많은 편인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선진 OECD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치적으로 이미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배타적인 민족주의 색채의 보수 우익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벨기에는 물론 전통적으로 자유주의 경향이 강한 덴마크나 북부 이탈리아에서도 이 같은 배타적 민족주의가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외국 이민자 문제는 미국에서도 정치적 지형을 바꿀 정도로 큰 여파를 미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으로 전통적인 지지세력이었던 노동자 계층과 히스패닉 등 라틴계와 외국 이민자들의 서로 상충되는 입장 가운데 양자택일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외국인들이 들어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노동자 계층과 외국인들에게 보다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히스패닉이나 기타 외국 이민자층 가운데 어느 쪽 편을 들 것인지 선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렵기는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기업가들과 외국인들이 미국에 자리잡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미국의 백인 중산층 가운데 누구 편을 대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 단일 대량 소비 시장에서 세대별 맞춤 시장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가까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의 또 하나로는 시장의 다양화를 들 수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국가 단위의 단일 대량 소비 시장은 급기야 세계화라는 거센 물결을 타고 지구촌 단위의 단일시장으로 통합돼 왔다.

그러나 고령층의 증가에 따른 세대간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선진 OECD 국가의 외국 인력 유입 증가에 따른 이문화(異文化)의 혼재는 지금과 같은 단일 대중문화와 단일 대중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꿔놓게 될 것이다. 세대별로 아주 다른 문화가 공존하고, 젊은 층 보다 고령층이 더 많은 사회에서 지금과 같은 단일 대량 소비 문화와 그 시장 메커니즘은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는 50대 이상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직종과 새로운 형태의 일거리를 만들어내고, 일하는 문화 역시 달라지게 된다. 젊은 층이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고정적인 일자를 선호하는 데 반해 젊은 이들 못지 않게 활동적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고령층의 고급 노동력이나 숙달된 기술인력, 서비스 인력들은 적당한 소일거리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일들을 찾게 되고 이러한 것들이 고령층의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 문화로 정착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는 실제 이 같은 일이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에서는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이 되면 직장을 그만 두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연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면서 보다 ‘자유로운 일’들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나 시간제, 혹은 계약제로 일하는 이들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젊은 층 보다 오히려 수입이 더 좋은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미국 사회에서도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여가도 즐기고 일도 하는 고령 자유 직업들이 2030년 경이면 하나의 단일 직업군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먼 훗날 먼 나라 이야기?

이코노미스트의 이 같은 예측은 선진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우리에게는 ‘먼 훗날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역시 고령화 추세는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354만 명(7.4%)으로 이미 고령화 사회의 기준인 7%를 넘어섰다. 지금 65세인 사람은 남자의 경우에는 78세, 여자는 82세 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우리 사회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중앙일보 2001년 3월 7일자 1면 머릿기사 ‘100세 시대 다가온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유입 또한 크게 늘고 있다. 공단 주변은 물론 중소업체들 주변에서는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법 체류와 외국인 범죄가 사회문제화 될 정도면 우리 사회도 이미 ‘다국적 사회’로 성큼 진입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5월 외국인 노동자들은 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나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추세는 이코노모미스트가 예측해 본 ‘가까운 미래상’에서 우리도 결코 예외가 아님을 시사해주고 있다. 새로운 사회 현상은 새로운 문화를 낳게 되고 그것은 산업 활동 및 시장에도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과 대비를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이나, 기업, 국가 모두 오늘 하루 일용할 양식을 찾기도 버겁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지언정 미래에 대한 조망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롭게 전개되는 사회 현상과 문화 현상을 제대로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다면 그 어느 경제 주체인들 전망 있는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사회 인프라 구축과 세대간 문화적 격차가 그 어느 때 보다도 크고 뚜렷하면서도 그들이 서로 공존하는 다세대 다문화(多世代 多文化) 사회에 대한 탐구가 필요한 때이다.

/백병규 객원 칼럼니스트bkb21@hananet.net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백병규] 가까운 미래에 대한 단상…다세대 다문화 시대의 발상법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