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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규]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민간항공기 테러의 교훈


 

미국의 심장부가 타격 당했다. 11일(현지시각) 민간항공기를 이용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펜타곤에 대한 테러행위는 미국민의 일

상 생활과 경제를 일순간에 마비상태에 빠트렸다.

이날 뉴욕과 워싱턴은 도시 전체가 ‘정지’ 상태에 들어가다시피 했다. 주요

공공기관이 문을 닫고, 시경계에서는 차량 진출입이 차단됐다. 지하철도 멈

췄다. 주요 교량의 통행도 금지됐다. 전화를 걸기도 힘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이 사라진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가리켜 “어제의 (평화로운) 뉴욕은 우리의 눈에서 영원히 사라졌다”고 비탄

해 했다.

피격을 당한 뉴욕과 워싱턴 뿐 아니라 미국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 미 전역

에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미 경제의 혈맥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 거래

가 이틀 동안 중단됐다. 미국의 경제 시스템 자체가 사실상 마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가 경악했다. 민간 항공기를 이용한 동시 다발적인 테

러 행위의 대담함과 치밀함도 그렇지만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에 여지없이

노출된 것이 더욱 그렇다.

이번 테러사건에서 미국이, 그리고 세계가 얻어야 할 교훈이 있다면 바로 이

것이다. 미국은 국가방위, 무엇보다 본토 방위에 역점을 두어 왔다. 어떤 경

우에라도 미국 본토를 안전하게 지킨다는 것이 미국 방위전략의 기본이다.

미사일방어체제(MD)도 바로 이것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테러사건은 미국의 이 같은 첨단 방어계획을 아무 쓸모 없이 만

들었다. 미사일이나, 핵무기, 화학무기 등 첨단 무기를 이용한 공격에 대한

치밀한 방어계획을 세우고 있다지만 민간 여객기를 이용한 테러행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단 세대의 민간 비행기면 미국의 심장부를 타격하고, 미국

사회를 혼돈에 빠뜨리는 데 충분했다.

이번 테러 사건은 무척이나 조직적이고 치밀했다. 그러나 많은 자원이 들어

간 것은 아니다. 그 누군가가 실행 계획만 세운다면 그 어떤 조직이라도 감

행할 수 있는 그런 테러 행위였다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분명하게 드러

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테러 용의자들은 총도 아닌, 칼

을 들고 비행기를 납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테러 용의자들이 조종사 대

신 직접 비행기를 몰고 이들 공격 목표로 돌진해 들어간 것으로 유추되지

만, 테러 조직이 민간 조종사 출신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민간 여객기를 테러 무기로 사용한 이들 테러범들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조종사 출신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컴퓨터 성능의 발달로 이제

일반인들도 비행 시뮬레이션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착륙 등

고난도의 비행술이 요구되지 않는 비행 조종은 약간의 전문지식과 비행 시

뮬레이션을 이용한 훈련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테러 행위는 무엇보다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문명의 이기

가 언제라도 테러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보여주었다.

여객기 뿐만 아니라, 기차나, 전력 등 대중 교통 수단과 사회 기반 시설들이

언제라도 테러 행위의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은 테러 행위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고 있다. 미국의 상처받은 자존심이

그냥 있을 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미국의 힘을 과신하고 ‘힘의 외교’를 펼쳐

온 부시 행정부로서는 상처받은 미국민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보

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테러행위에서 미국이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미국 뿐 아

니라 세계의 불행이 될 것 같다. 단 세대의 민간 비행기만으로 미국의 심장

부를 강타하고 미국의 경제와 사회 활동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면 그

이상의 테러 행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미국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테러 행위에 대한 완벽한 대비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

실은 애써 외면한다 해서 감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국내선 항공기

에 대한 보안이 허술했다고 하지만 보안을 강화한다면 얼마나 더 할 수 있

을 것인가. 만약 지하철이 테러에 이용당한다면 지하철에도 항공기와 같은

보안 조치를 취할 것인가.

결국 이 같은 테러 행위에 대한 최선의 방책은 테러를 유발하는 원인에 대

한 정치적 접근 밖에 없다는 것이야말로 이번 충격적인 테러사건에서 얻어

야 할 최대의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테러의 배후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호 출신인 오스마 빈 라덴이 지

목되고 있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중동 지역 분쟁에 대한 미국의 편파적인

개입이 불러온 회교도들과 중동 국가들의 뿌리깊은 반미감정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근원적인 문제를 제쳐둔 채 ‘응징’과 ‘보복’만으로는 피가 피를 부르

는 테러의 악순환을 차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를 외면하

고 있다.

미국 언론은 물론 세계 대다수 언론 또한 예외는 아니다. 우리 언론들도 ‘충

격’과 ‘경악’을 연발하면서 미국 현지 소식과 세계의 반응을 전달하는 데 바

쁘지만 정작 이러한 테러를 부른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보

이지 않는다.

이번 테러 사건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의 침체를 더욱 장기화 시킬 것

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미국의 대응과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에 따라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보복 행위가 불러올 또 다

른 여파에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것은 세계 여론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

이기도 하다.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언론의 균형 잡힌

보도가 아쉽지만, 인류 공통의 대안 매체로서 인터넷이 세계의 여론 형성에

미치는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백병규 미디어오늘 전 편집국장, inews24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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