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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석의 밴쿠버리포트] CEO 수난시대 (하)


 

지난 주 칼럼에서는 CEO들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면 이렇게 CEO들이 단명에 그치며 수난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에 발표된 DBM보고서에 의하면 CEO 단명의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인수합병(M&A)에 따른 구조조정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90년대 10년간 M&A로 인해 자리를 물러난 CEO는 전체 퇴임 CEO의 48.2%를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90년대 후반은 기업 인수합병이 열병처럼 번져 미증유의 기록을 세운 시기였다. 특히 지난 1999년에는 금액 기준으로 무려 3조4천억 달러(미화) 규모의 M&A가 이뤄져 최고 기록을 남겼다. 또 1998년에는 2조5천억달러 규모의 M&A가 이뤄졌다. 미국 내에서만 이뤄진 M&A 규모는 지난 1990년 1천950억 달러에서 1998년에 1조6천억 달러로 늘어났고 1999년에는 1조7천5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러한 M&A 급증 현상이 지난 90년대 10년간 수많은 CEO들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든 주요 요인이 됐던 것이다.

DBM의 또 다른 분석 자료에 의하면 해당 기업의 주가도 CEO 수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1년간에 걸쳐 주가가 40~100% 하락한 기업 중 15% 정도의 기업에서 CEO또는 COO, 그리고 사장이 자리를 물러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통계는 오늘날 CEO들이 예전의 CEO들에 비해 자리보전이 훨씬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따라서 많은 CEO들이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해고를 우려하는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또 정년 퇴임 때까지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도 어렵게 됐다. 또한 중도 퇴임을 하면서 CEO 개인의 명예까지 실추되는 경우도 적지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인수 합병 추세가 지속되는 한 기업의 CEO 교체는 갈수록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수 합병으로 인한 CEO교체가 모든 CEO들에게 반드시 고통만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CEO 자신이 속한 기업이 M&A를 주도하는 경우 인수 합병이 끝나면 오히려 더 큰 돈과 명예를 거머쥐는 경우도 적지않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회사 조직이 새롭게 재편되면서 M&A를 리드했던 CEO는 회장 또는 새 조직의 CEO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M&A를 당하는 기업의 CEO는 인수 합병이 마무리되면 대개 ‘사장’과 같은 기업의 제2인자 자리로 내려앉거나 회사를 떠나게 되는데 회사를 물러나는 경우에도 대규모 스톡옵션이나 거액의 보상금 또는 전직 지원금 등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적대적 M&A를 당해 CEO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경우에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소위 ‘골든 패러슈트’(Golden Parachute)에 의해 CEO가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보상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개의 경우 CEO가 취임을 할 때 중도 하차에 대비하여 회사측과 특별 계약을 체결하여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대규모 보상을 받아내고 있다.

그러면 CEO가 교체되는 경우 기업들은 어떻게 새 CEO를 영입하게 되는가. 이번 조사결과 조사 대상기업의 84.9%는 사내에서, 혹은 인수합병 당하는 기업에서 새 CEO를 발탁하고 나머지 15.1%만 외부에서 영입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국가별로도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통신 업종에서 기업들의 CEO 내부 발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다. 즉 CEO내부 발탁비율이 은행은 81.1%, 전자업계는 88.2%, 보험업계는 90.3%, 제약업계는 90.0%에 달했으나 통신업계는 64.3%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프랑스 기업들의 내부 발탁 비율이 75%로 가장 낮아 상대적으로 가장 과감하게 외부에서 CEO를 발탁하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내부 발탁 비율이 100%로서 기업 내부인재를 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밖에 독일(81%), 영국(87.2%), 미국(85.3%) 등은 내부 발탁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기업에 있어서 능력있는 CEO를 발탁하는 일은 이사회가 떠맡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이 잦은 CEO교체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잘 준비된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무리없이 CEO를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CEO교체에 대비하여 임원 육성 프로그램 및 공식적인 후계자 선임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CEO가 그의 잠재 후계자들을 키우는가 하면 아예 후계자를 지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관행은 내부 인재들의 관리능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 우수한 인재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가능케 해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는 리더십 교체를 무리없이 원만하게 실현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와 관행은 수시로 변화하는 기업 환경 하에서 직원들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면 새로 선임되는 CEO들의 프로필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 이번 조사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슷하고 예측 가능한 패턴에 의해 새 CEO를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몇가지 공통적인 논리적 근거에 의해 새 CEO를 선임하는데 예를 들면 내부 인물, 오랫동안 해당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 이미 고위 임원자리에서 일을 해온 인물을 새 CEO로 발탁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내부에서 발탁된 CEO중 회사 근속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59.9%, 10년 이상인 사람은 41.1%, 15년 이상인 사람은 43.2%, 20년 이상인 사람은 35.1%였다. 즉 새로 선임된 CEO의 절반 정도가 같은 회사에서 적어도 10년 이상 근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또 3분의 1 이상이 20년 이상 해당 회사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집계됐다.

또 기업 내부에서 새 CEO로 발탁되기 전의 직위는 거의 50%정도가 사장, 회장, COO 등의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새 CEO로 발탁되기 전 23.4%는 COO, 12.3%는 사장, 11.9%는 회장, 8.9%는 사업 단위 또는 합병당한 기업의 CEO 직함을 갖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들이 새 CEO를 선임할 때 임원으로서의 경험과 회사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중요시하고 있음을 반영해 주고 있다.

또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임원 경력 여부를 중요시 하고 있는 현상이 뚜렷했다. 즉 외부 영입 CEO가운데 5명중 4명은 기업 임원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CEO경력은 38.1%, 회장경력은 33.3%, COO경력은 9.5% 그리고 사장경력은 4.8%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기업들의 CEO교체 방법이 어느 정도 제도화 돼 있음을 나타내주는 한편 CEO교체가 자주 일어날수록 이런 제도가 널리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서도 기업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회사에 뭔가를 기여하고 꾸준히 관리자로서의 경력을 쌓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DBM의 또 다른 분석 자료에 의하면 오늘날 성공적인 CEO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덕목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즉 성공하는 CEO는 유연성을 가져야 하고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야 하며 날카로운 비즈니스 감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략적 기민성, 고객 중심사고, 원만한 대화술, 지속적으로 배우는 자세 등도 경쟁력 있는 CEO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 꼽히고 있다.

/주호석 리더스컨설팅그룹 북미담당 고문 hsju@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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