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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석의 밴쿠버리포트] CEO 수난시대 (상)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리더그룹인 기업 CEO들. 부와 명예의 상징이기도 한 CEO들의 운명이 기업 환경 변화와 함께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90년대 이후 기업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기업 인수합병(M&A)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CEO들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와 같은 험난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IT산업이 장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하이테크 분야 CEO들의 부침은 과거 어느 때보다 격심해지고 있으며 이들의 운명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에서는 CEO자리에 올라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는 커녕 과거의 명성마저도 모두 잃게 되는 사례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이 같은 현상을 CEO 수난의 시대로 부르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 실제로 기업들의 CEO 수명이 얼마나 단축됐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기업들의 새 CEO 영입 패턴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또 이러한 CEO수난시대에 CEO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미국 보스턴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리서치 기관인 드레이크 빔 모린(DBM)이 최근 발표한 ‘CEO교체와 직업 안정성’ 이라는 제목의 특별 보고서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상세한 답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9개 기업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중국 등 전세계 25개국에 있는 47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CEO들이 겪은 주요 변화를 조사 분석한 것이다. 조사 대상 기업은 종업원 규모가 660명 이상 90만명, 연간 매출 100억 달러 이상의 기업들로서 공개된 재무제표와 각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2회에 걸쳐 소개해본다.

우선 지난 90년대에는 조사 대상 기업 CEO들의 수명이 크게 짧아졌고 부침이 매우 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 시기에 과거 어느 때보다 기업 인수합병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고 기업들의 경쟁 또한 극에 달한 배경에서 비롯됐다. 지난 1990년 CEO자리에 올랐던 최고 경영자 가운데 80%가 2000년 이전에 퇴진했다. 또 조사 대상 기업 3개중 2개는 최근 5년 사이에 새 CEO를 영입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으로 올수록 CEO교체가 빈번해지고 있음을 반영해 주고 있다.

또 조사대상 기업의 26.1%만이 동일한 CEO가 90년대 10년간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켰으나 나머지 73.9%는 최소 1번 이상 CEO를 교체했다. CEO를 교체한 기업 가운데에서는 74.9%의 기업에서 2명의 CEO가 거쳐갔고 20.9%는 3명, 2.3%는 4명, 1.9%는 5명 이상의 CEO 교체가 있었다.

이번 조사결과 나타난 뚜렷한 현상 중 하나는 지난 90년대 중에서도 특히 후반 들어 CEO교체가 더욱 빈번했다는 사실이다. 즉 조사 당시 현직에 있는 CEO 가운데 거의 절반 정도가 재임 기간이 3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분의 2 정도는 CEO 재임기간이 5년 이하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DBM은 지난 80년대에도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CEO 관련 조사분석을 한 바 있는데 지난 1984년 말 현재 3년 이하의 재임 기간을 기록한 미국 CEO는 3분의 1정도였고 3분의 2가 9년 정도 CEO자리를 지켰다. 또 35%의 CEO들이 10년 이상의 재임기간을 유지함으로써 90년대에 비하여 CEO재임기간이 2배 이상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20년 이상 CEO자리를 유재해온 최고경영자는 전체의 3.8%에 불과한 14개 기업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즉 미국 9개 기업을 비롯 일본 2개, 호주 프랑스 스페인에서 각각 1개 기업의 CEO들이 2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CEO들의 자리보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그러면 업종별, 산업별로는 어떤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전체적으로는 조사 대상 각국 기업들 전반에 걸쳐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하나 특기할 만한 추세는 하이테크 산업분야의 CEO 평균 재임기간이 4년으로써 다른 산업분야의 평균 재임기간보다 짧다는 것이다. 즉 이 분야 CEO들의 부침이 비교적 큰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제약업, 금융서비스업에 있어서도 다른 분야에 비해 CEO부침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하이테크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들 산업분야에서 기업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들 산업분야에서 발생한 CEO중도하차는 전체의 80%정도가 기업 구조조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하나 특징은 지난 90년대 서비스업종의 기업들이 CEO를 자주 교체했는데 그 이유는 이들 서비스 업체들이 제조업에 진출하면서 그런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마찬가지로 운송분야와 도.소매업, 그리고 금융분야에서도 그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그리고 은행 등 일부 업종의 경우 과거에는 기업 자체는 물론 해당 기업들의 CEO자리도 매우 안정적인 분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전통이 무너지고 있는 것도 이번 조사에서 타타난 특징 중 하나다. 즉 이들 분야에서도 전자산업 등 고성장 속에 CEO부침이 심한 첨단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CEO교체가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90년대 기업들의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국가간에도 CEO교체 비율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세계적인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확산에 따라 기업들의 CEO 채용이나 해임패턴도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반영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별 경제상황 여부도 기업들의 CEO교체 여부에 크게 영향을 주지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난 90년대 미국 경제는 장기 호황을 구가한 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저 성장을 기록했고 일본은 최장기 불황을 겪는 등 대조적인 경제여건에 놓여 있었으나 이들 3개 경제권에서 나타난 CEO교체 비율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 역시 기업들의 글로벌화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호석 리더스컨설팅그룹 북미담당 고문 hsju@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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