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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석의 밴쿠버 리포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전망하는 인터넷 산업


 

지난 90년대 후반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가 붐을 이루면서 인터넷이 새로운 산업분야로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에 경제학계가 심한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비즈니스의 이론이나 법칙이 기존 경제이론이나 법칙으로는 제대로 설명되는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수요.공급이론이나 수확체감의 법칙 등이 인터넷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마치 무용지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 인터넷 버블이 한창 극에 달했던 시기에는 일각에서 경제이론을 다시 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물론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그런 주장들이 슬며시 꼬리를 감추기는 했지만 인터넷 산업은 아직도 기존 경제 이론들로는 설명이 부족한 부분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면 기존의 경제이론에 입각하여 경제학을 연구해온 경제학자, 특히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는 향후 인터넷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캐나다 출신으로서 2001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캘리포니아 스탠포드 대학의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교수가 최근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로트만 경영대학(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행한 특강을 통해 “장기적으로 인터넷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전망을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때 세계은행 수석 경제 분석가였던 뉴욕 콜럼비아대학의 조셉 스티글리츠 경제학 교수, 그리고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죠지 아커로프 경제학 교수와 공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펜스 교수는 이날 특강을 통해 “주식시장의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산업,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는 앞으로 수십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만일 인터넷 산업 전망 시기를 향후 10년에서 20년 정도로 잡는다면 그 성장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인터넷 산업의 성장이 가속도가 붙어 꽃을 피우는 데는 그 이상의 시간, 즉 20년 이상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세계 각지에서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이는 세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하는 ‘글로벌경제’의 실현을 촉진시켜 주는 핵심 주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펜스 교수는 또 그동안 경제학자들이 고민해 온 비대칭 정보로 인한 문제, 즉 특정 상품에 대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동일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인터넷이 해결해 주고 있다는 점을 매우 중요하게 평가했다. 즉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 존재하는 정보격차로 인해 불완전한 시장이 존재해 왔으나 인터넷이 이같은 현상을 해소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보험 및 중고자동차 시장이라고 스펜스 교수는 설명한다. 보험시장의 경우 고객은 보험상품을 팔려고 하는 보험회사 보다 본인이 직면하고 있는 각종 위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고 중고차 시장의 경우는 판매자가 구매자 보다 해당 자동차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에 대한 동일한 정보를 구매자와 판매자가 공유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시장형태라는 것이다.

스펜스 교수는 이처럼 비대칭 정보가 존재하는 경우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정보유통이 원활하지 못한 후진국일수록 인터넷이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생산성이 떨어지는 후진국일수록 정보기술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해외에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글로벌 마켓의 이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늘날 IT네트워크를 충분히 이용하는 기업들의 경우는 그 기업이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 예를 들어 컴퓨터 칩 설계와 같은 일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제조나 마케팅 같은 일들은 후진국 기업들에게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고 스펜스 교수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갭(Gap) 상표 의류생산업체는 본사와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어 예전처럼 굳이 1개월치의 생산 주문을 기다릴 필요가 없고 그때 그때 판매상황에 따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인터넷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스펜스 교수는 이러한 변화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펜스 교수는 인터넷 주식의 버블은 과대 포장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그러나 인터넷 자체는 결코 사라지거나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리고 인터넷 초기의 버블현상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겪게 되는 역사적인 반복 현상, 즉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반응하여 하루아침에 그들의 행동양식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수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전기모터가 처음 개발됐을 때 공장들은 종전의 모든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듯이 벨트와 도르레 등을 재설계했지만 전기모터가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도록 공장이 설계되기까지는 5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것이 스펜스 교수의 지적이다.

스펜스 교수는 인터넷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경제 발전의 핵심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그때까지 인터넷 산업은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는 것이 이번 스펜스 교수 특별 강연의 결론이다.

/주호석 리더스컨설팅그룹 북미담당 고문 hsju@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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