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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석의 밴쿠버리포트] 벼랑끝에 선 노텔의 생존투쟁


 

미국 루슨트 테크놀러지스와 함께 북미 통신장비 업계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캐나다의 노텔네트웍스(Nortel Networks Cop.)가 치열한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2년여 동안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종업원 감원조치를 취했는가 하면 뼈를 깎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노텔이 생산 공급하는 통신장비 수요처인 세계 통신서비스 업계가 장기 침체에 들어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프랭크 던(Frank Dunn) CEO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회사의 경영사정이 곧 호전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그의 공언은 번번히 공염불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 2분기에 27억7천만 달러의 매출로 6억9천7백만 달러의 순 손실을 기록한 바 있는 노텔의 3분기 매출은 더욱 줄어들어 당초 예상치인 32억 달러보다 10% 정도 감소한 26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메릴린치는 노텔의 이 같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연말에 예상되는 현금자산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20억 달러에서 9억9천200만 달러로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광섬유 제조업체인 JDS Uniphase가 최근 자사의 3분기 예상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약 10% 정도 감소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아울러 통신업계의 투자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노텔을 비롯한 통신 장비업체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일로를 걷게 되자 노텔은 얼마 전 전체 종업원의 17%에 해당하는 7천명을 연말까지 추가로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해부터 본격적으로 감원을 하기 시작한 노텔은 이번에 8번째로 대규모 감원조치를 단행하는 셈이다. 이번 감원조치가 단행되면 지난 2000년 초 9만6천명에 달했던 종업원수가 올해 말까지 그 3분의 1수준인 3만5천명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번 감원에 따른 종업원 해고수당 등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도 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텔의 경영상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이 회사 주식이 상장돼 있는 캐나다 토론토 증시와 미국 뉴욕증시에서 이 회사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쳐 투자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IT붐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0년 초 주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았던 이 회사의 주가는 최근 양쪽 증시에서 1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주가가 최고 수준에 달했을 때보다 투자자들의 자산이 무려 12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뉴욕증시에서는 특정 회사의 주가가 30일간 1달러 미만에 거래될 경우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하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노텔이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상장회사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노텔이 상장폐지라고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경우 통신 자이언트로 명성을 유지해 온 노텔의 명예는 하루 아침에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영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텔은 결국 매출 감소, 순손실 증가, 주가 하락, 종업원 감원 등 기업이 겪게 되는 온갖 힘든 상황을 동시에 맞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를 대표하는 통신장비 업체라는 과거의 명성을 감안할 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텔은 최근 경영난 타개를 위한 마지막 카드라 할 수 있는 대폭적인 조직 수술 계획을 내놓았다.

그동안 종업원 감원과 동시에 주력사업 외의 사업부문 및 자산 매각을 잇달아 추진해 온 노텔은 최근 회사 조직을 소비자, 즉 통신서비스 업체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재정비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위직 책임자 일부를 새로 임명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계획에 따라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돼 왔던 조직을 4개의 주력사업 중심으로 축소 조정했다. 즉 무선사업 부문, 유선사업 부문, 기업 부문 및 광네트웍 부문으로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지난해 회사 사령탑 교체 때 신임 CEO물망에 올랐던 이 회사 15년 경력의 프랭크 플래스티나 사장이 회사를 따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플래스티나 사장은 그동안 노텔의 메트로 및 기업네트워크 부문 사장으로 재임해 왔다.

이번에 새로 짜여진 조직에 의해 파스칼 드봉 사장이 무선 테트워크 부문 사장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브라이언 맥파덴 사장도 광네트워크 부문 사장으로 계속 남아있게 됐다. 또 수 스프래들리 사장은 유선네트워크 부문 사장, 오스카 로드리게스 사장은 기업솔루션 부문 사장 겸 총괄매니저 자리를 맡게 됐다.

노텔은 이번 조직개편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들 4개부문으로 구성된 경영팀을 프랭크 던 CEO가 직접 챙기는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프랭크 던 CEO는 이 조직이야말로 현재의 경영난을 타개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라고 강조하고 머지 않아 회사가 위기 상황을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텔의 조직개편 계획이 발표되던 지난 10월 3일 토론토 증시에서 노텔의 주가는 그동안 이어지던 하락세가 멈추고 장중 한때 5센트 정도 오른 81센트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일단 증시에서는 노텔의 조직개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벼랑끝에 몰리고 있는 노텔이 이번 감원 및 조직개편을 통해 국면 전환을 하여 기사회생 할 수 있을런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호석 리더스컨설팅그룹 북미담당 고문 hsju@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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