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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철 변호사의 특허이야기-6] 컴퓨터 프로그램과 특허(2)


 

Diamond v. Diehr 사건에서의 출원발명은 합성 고무를 금형 프레스에 넣어 몰딩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 산출물의 경도와 원상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그 공정 중에 금형 내의 온도에 따른 가장 적절한 작업 시간을 계산해 냄으로써 그에 따라 작업시간을 조절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다.

이 컴퓨터 프로그램은 당시 이미 알려져 있던 아레니우스라는 방정식을 알고리즘으로 하여 구성된 프로그램인데, 아레니우스 방정식은 고무 몰딩 작업에 있어서 작업시간의 조절을 위하여 오래전부터 해당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방정식이었다. 다만 그 방정식에 의하더라도 종래의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에 의할 경우에는 합성고무를 금형에 물리기 위하여 금형을 여닫는 시간 때문에 오차가 생길 수 있고 이 때문에 부정확한 측면이 있었으나, 출원인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되면 금형 내부의 온도가 계속적으로 측정되어 그 자료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되고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아레니우스 방정식에 따라 가장 적절한 몰딩시간을 계속적으로 계산해내게 되므로 정확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판례는 순수한 수학적 알고리즘에 대하여는 특허를 줄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알고리즘을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종래의 기술방법에 대한 산업상 유용한 개량을 이루어 내었다면 그 프로그램은 특허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Diamond v. Diehr 사건은 수학적 알고리즘이 산업상 유용한 프로세스에 적용된 사례로서 컴퓨터에 의한 공정제어 방식에 대하여 명백히 특허를 인정하지는 아니 하였으나,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에 대한 법원의 실무를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은 틀림이 없다.

특히 연방대법원의 Diamond v. Diehr 사건 판례가 나온 직후인 1982년도에 관세특허항소법원은 4개의 사건에서의 일련의 판시를 통하여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순수한 수학적 알고리즘과 특허의 보호대상이 되는 알고리즘을 구별하기 위한 2단계 테스트를 제시하였다.

그 테스트는 첫 째, 당해 출원이 수학적 알고리즘 그 자체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인지를 우선 심리하고(만약 수학적 알고리즘을 기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출원은 특허의 보호대상이 되고, 반대로 수학적 알고리즘을 기술하고 있는 것이라면 다음의 두 번째 테스트를 다시 거치게 된다), 둘째, 당해 출원이 그 알고리즘의 실제적 적용, 예컨대 특정한 제조방법이나 기구에의 적용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심리하여 알고리즘의 실제적 적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특허의 보호대상이 되고, 그렇지 않다면 특허를 받을 수 없는 순수한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본다는 것이다.

어떻든 위의 판례들이 명백히 하고 있는 바와 같이 미국에 있어서도 순수한 수학적 알고리즘 자체는 특허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적 알고리즘을 출원하면서 미국 특허법 제112조가 규정하고 있는 명세서 기술방법 중 하나의 유현인 ‘수단기능 청구항(means plus function)'방식을 빌어 마치 그 알고리즘이 어떠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수단인 것처럼 교묘하게 명세서를 작성하여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출원에 대하여서는 명세서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실질에 비추어 그 특허성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미국 특허청의 입장이다.

한편 우리나라 특허청의 컴퓨터관련발명의 심사기준에 의하면, 순수한 수학적 알고리즘 자체만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는 역시 특허를 받을 수 없지만, 어떤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창작이 비수학적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컴퓨터 하드웨어의 특정부분과 불가분의 관계에서 그로부터 어떤 기술적 작용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이는 특허법상 특허로 보호될 수 있다.

이 심사기준의 내용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특정부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불가분의 관계’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하여는 앞으로 보다 명확한 표현으로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가 비수학적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경우에도 특허로서 보호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비수학적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가 과연 가능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한편 유럽의회는 지난해 논란이 되었던 소프트웨어 특허지침(the software patent directive)을 부결하였다. 많은 이들은 이 지침이 통과되면,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많은 소프트웨어 특허가 인정될 것이라고 예견했었으나 부결된 것이다.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영국의 야콥 판사는 “미국은 하늘 아래 인간이 만든 건 뭐든지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사업방법에 관한 특허, 주로 컴퓨터 사업방법에 관한 특허를 허가해 주고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통에 오렌지를 채워 넣는 새롭고 개선된 방법이 등장하면 그 것 조차 특허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며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하여 냉소적 주장을 하였다. 야콥 판사는 법 해석 차원에서가 아니라 정책적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그 외에도 최근 들어 미국의 특허 체계에 대한 비판은 점증하고 있다. 최근 IBM은 특허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들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고,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포함한 미국의 많은 여타 특허권자들도 특허제도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특허 인정여부와 관련하여서는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필자 소개

임상철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괴팅엔대학교 경제학과 Diplom과정과 영산대학교 법무대학원 국제법무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정도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주소: sml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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