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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철 변호사의 특허 이야기 -5] 컴퓨터 프로그램과 특허(1)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특허를 인정할 필요가 있을까? 인정해야 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최근 영국의 항소법원의 지적재산권법 전문가인 로빈 야콥(Robin Jacob) 판사는 한 세미나에 참석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허 인정여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며, "태양 아래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특허의 대상이 된다"라는 미국의 소위 '특허지상주의'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특허의 필요성에 대해서 FFIF(Foundation for a Free Information Infrastructure)같은 단체들이 그간 줄곧 의문을 제기해 온 것과 같은 선상에 있는 주장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지난 글들에서 살펴보았던 생명공학 분야 이외에 특허법의 보호대상으로 문제가 되는 주요 분야 중의 하나가 컴퓨터 프로그램 즉,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이다.

한편 절충설은 컴퓨터 프로그램 중에는 특허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 있고 부인해야 할 것이 있으므로 취사선택하여 특허성이 있는 부분에 대하여는 특허를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즉 프로그램 자체에는 특허성이 없다고 하여도 공작기계나 발전기 등의 자체 제어를 위한 프로그램처럼 제어방법에 기술적 특징이 있으면 그와 같은 방법은 특허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특허청이 1984년 11월 8일자로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컴퓨터 관련 심사기준의 입장이기도 하다.

미국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하여 특허법과 저작권법의 두 가지 측면에서의 보호를 인정하는 쪽으로 법원과 실무의 주류가 형성되고 있는데, 그 보호의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구성 요소 중 알고리즘(Algorithms, 수학적 연산식)을 포함한 부분은 특허법에 의하여 보호하고, 이러한 알고리즘을 FORTRAN, COBOL, BASIC 등 컴퓨터 언어(Computer language)로 표현한 것을 보통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컴퓨터 언어로 씌어진 일련의 지시는 창작적 표현물로 보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는 저작권법에 있어서의 전통적인 아이디어-표현 2분법에 따라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의 구성 요소에서 특허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것은 이른바 알고리즘이라고 하는 수학적 연산식이다. 왜냐하면 그 밖의 프로그램 구성요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고 또 저작권법에 의하는 것이 그 절차가 훨씬 간편할 뿐 아니라 보호기간도 월등하게 길기 때문에 굳이 특허법의 보호를 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알고리즘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에 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 없으나, 일반적으로 ‘어떤 정해진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특정한 방식이나 규칙의 집합’ 또는 ‘어떤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한 수학공식적인 지시의 집합’이라고 정의하기도 하고(Chisum & Jacobs, Understanding Intellectual Property Law, Mattew Bender & Co., Inc. 2-33p., 1992), ‘어떤 문제를 유한개의 절차로 풀기 위해 주어진 입력으로부터 원하는 출력을 유도해 내는 정해진 일련의 과정이나 규칙들의 집합’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송영식 외 2인, 지적소유권법, 1100p., 육법사, 1994).

불과 10여 년 전 까지만 하여도 미국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관하여 이는 ‘자연적 원리’ 또는 ‘정신의 단계적 작용’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특허성을 부인하는 것이 특허청의 실무 관행이었는데, 특허 전문법원이었던 관세특허항소법원(CCPA)이 더러 그와 반대되는 판례를 내놓아 혼란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혼란을 한 차례 정리한 것이 연방대법원의 Gottschalk v. Benson(1972) 사건이었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알고리즘은 ‘2진법으로 코드화된 십진수(Binary Coded Decimals, BCD)’를 순수한 2진수로 변환시키는 연산식이었다.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그 방식이 디지털 컴퓨터에 적용될 수 있다는 실용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공식에 의하여 풀이가 가능한 수학 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풀이 공식을 발견한 것과 흡사하고, 누구도 아이디어 자체에 대하여는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처럼 수학적 공식에 불과한 알고리즘에 대하여는 특허를 부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알고리즘에 특허를 부여하게 되면 이는 수학 공식에 대하여 사실상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위 Gottschalk v. Benson 사건 이후에도 연방대법원은 Parker v. Flook(1978) 사건에서도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측량 기법에 사용된다고 하여 그 정리 자체에 특허를 부여할 수는 없는 것처럼 수학적 연산식인 알고리즘이 컴퓨터 등 제어장치에 사용된다고 하여 그 알고리즘 자체에 특허를 줄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후 연방대법원은 Diamond v. Diehr 사건(1981)에서부터 판례의 변화를 보이게 되었다.

이 사건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허성 인정여부와 관련하여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 사건인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필자 소개

임상철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괴팅엔대학교 경제학과 Diplom과정과 영산대학교 법무대학원 국제법무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정도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주소: sml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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