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임상철 변호사의 특허이야기-3] 특허의 대상


 

그리스 신화 중에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았던 소년 이카루스(Icarus)의 이야기가 있다. 이카루스의 아버지인 디에달루스(Daedalus)는 뛰어난 기술자였는데, 왕의 탄압을 피해 섬나라를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디에달루스는 밀납으로 깃털을 떨어지지 않게 하나씩 붙여서 마침내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만들어 이를 아들 이카루스에게 달아 준 뒤, 밀납 날개의 특성상 일정한 고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충고를 이카루스에게 한다.

부자는 날개를 달고 창공을 날기 시작했고 마침내 섬으로부터의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아버지 디에달루스의 뒤를 잘 따라가던 이카루스는 날개짓에 익숙해지자, 아버지의 충고를 잊고 하늘 끝까지 날아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급기야 이카루스는 아버지를 따라가는 대신 하늘 높이 날아 올라가기 시작했고, 뜨거운 태양의 열기에 의해 깃털을 붙여 두었던 밀납이 녹기 시작하여 날개의 깃털이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카루스는 섬과 육지 사이의 바다에 빠져 죽고 만다.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묘사한 신화인 것이다.

그런데, 좀 엉뚱한 생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디에달루스는 ‘이카루스의 날개’에 대하여 특허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발명은 ‘창작’이라는 점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은 비록 그 존재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아니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지라도 다만 ‘발견’의 대상일 뿐, 특허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발명’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즉 현재까지 알려지지 아니한 새로운 광물이나 식물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그 발견 자체에 대하여 특허를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생성된 물질이라 하더라도 출원인이 그 물질에 특별한 방법으로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성질을 부여하였다면, 과연 그로 인하여 새로 생성된 물질이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오랜 논란이 있어 왔는데, 특히 생물 관련 발명의 특허성 여부에 대하여는 1970년대 이전까지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생명체나 유기체는 인간의 창작물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 개체마다 성격이 서로 다르고, 또한 반복생산 내지는 무성생식이 불가능하여 발명의 완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론적 근거였다.

위와 같은 논리에 의하여 특허성이 부정된 예는 1948년 미국 대법원이 Funk Bros. Seed Co. v. Kalo Inoculant Co.사건에서 뿌리혹 박테리아의 혼합물에 대한 특허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켜서 유기질소 화합물을 만들어 내는 콩과식물의 특성은 그 뿌리에 기생하는 몇가지 종류의 근류 박테리아의 작용에 의한 것인데, 이 사건 당시 이미 각 종류의 박테리아의 배양기술이나 분리기술이 개발되어 단일 종별로는 제품화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 출원자인 Bond는 어떤 종류의 박테리아 상호간에는 그들이 혼합되더라도 그 기능이 상쇄되지 아니하는 특질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러한 박테리아들만을 분리시킨 후 그들을 결합한 박테리아에 대하여 물질특허로서 출원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미국대법원은 그 박테리아 혼합물에 대한 특허를 부정하였는데, 즉 수종의 박테리아가 결합된 박테리아라고 하더라도 그 박테리아 결합체는 자연적 법칙에 따라 작용하는 것이지 인간이 만들어낸 법칙에 따라 작용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각각의 박테리아들은 여전히 그 단일종류의 특질을 가지고 있을 뿐 개개의 구성 박테리아의 성질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고 더욱이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가 만들어진 것도 아니므로 그에 대하여는 특허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생명공학적 발명 내지 발견에 대하여 특허법적 보호를 인정하지 않던 미국 법원의 태도는 1980년대에 들어와 연방대법원의 Chakrabarty 판결이 나오면서 획기적인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Diamond v. Chakrabarty).

이 사건의 원고인 Chakrabarty의 발명은 원유의 처리에 이용되는 박테리아에 관한 것이었다. 특정한 DNA를 일정한 종류의 박테리아에 주입하게 되면 여러 가지 원유성분을 분해할 수 있는 특별한 효소를 가진 박테리아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당시까지 발견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어떠한 종류의 박테리아도 갖지 못한 산업상 매우 유용한 것이었다. Chakrabarty는 위와 같은 박테리아의 제조방법과 그 매개물질 및 박테리아 자체 등 3가지를 청구항으로 하여 특허를 출원하였는데 특허청의 심사과정에서 앞의 두가지에 대하여는 특허가 되었으나 마지막 청구항인 박테리아 자체는 발명의 대상이 아닌 자연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이에 불복하여 Chakrabarty는 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인데, 재판과정에서 특허청은 생명공학적 연구에 대하여 특허로서 보호를 하여 주는 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무너뜨려 결국에 가서는 인류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연방대법원은 생명공학적 연구에 대하여 특허를 부여하거나 혹은 부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명공학적 연구나 그로 인한 위험의 발생에 어떠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결국 의회나 행정부와 같은 정치적 기관이 명시적인 입법 또는 결정으로 생명체 및 유기체에 대한 특허를 특별히 배제하지 않는 한 법원은 특허의 대상을 포괄적, 예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허법 법문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생명공학적 발명에 대한 특허를 인정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자연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와는 현저하게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또한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물질임이 분명한 Chakrabarty의 박테리아는 특허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연방대법원은 “태양 아래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특허의 대상이 된다.”(Anything under the sun made by man is patentable.)라는 유명한 문장을 남기며 Chakrabarty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는 법원이 생명공학적인 발견에 대하여 최초로 특허법상 보호를 인정한 판결이 되었는데, 이에 따라 이 사건 판결은 ‘생명공학의 마그나카르타’라고 불리게 되었다.

자, 그렇다면 과연 디에달루스도 ‘이카루스의 날개’에 대하여 특허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혹시 이카루스의 날개는 태양 아래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태양을 향해 날아가 버린 것이므로 특허권 인정이 거절되는 것은 아닐까?

◆필자 소개

임상철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괴팅엔대학교 경제학과 Diplom과정과 영산대학교 법무대학원 국제법무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정도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주소: sml98@naver.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임상철 변호사의 특허이야기-3] 특허의 대상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