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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의 실리콘밸리 메일] 실리콘밸리에서 본 한국의 희망(2)


 

[ 제 3세대 휴대폰도 한국이 선도 ]

에질런트(Agilent Technologies)는 HP(휴렛패커드)에서 하이테크쪽이 분리해서 나온 회사이다. 연 매출 95억 달러이니 소수정예로 운영되는 하이테크회사로선 적지 않은 규모이다.

이 회사가 한국에 연구소를 설치한다. 내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으로 있을 때 세계유수의 R&D회사를 유치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사장은 한국인이었는데 얼마전부터 2미터 거구의 미국인 브라이언(Bryan)이 대행하고 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중요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인데 공장은 말레이시아에 있다.

한국이 휴대폰 강국인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일, 3세대 휴대폰도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것 같다.

그러나 기술적 문제로 011 SKT는 웃고, 016 KTF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한국은 2세대 내지 2.5세대에서도 세계적인 기술선진국이다. 전국적으로 기지국과 망을 다깔아 놓았다.

그런데 3세대 주파수는 2.1기가헤르츠로서 SK가 쓰는 800메가헤르츠대와는 거리가 멀어 혼선이나 잡음이 없지만 KTF나 LGT같은 PCS는 1.8기가헤르츠대를 쓰기 때문에 두 대역 사이가 너무 좁아 기술적인 애로가 있었다.

이를 에질런트가 훌륭히 극복해낸 것이다.

단말기를 두대 써야 할 일도, 기지국과 망을 다시 깔아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

7월까지 몇 차례 실험을 거쳐 10월중에 1차로 5만5천대의 휴대전화 단말기가 세상에 출시될 예정이다. 제조회사는 삼성이다. 실험실에서의 여러 가지 실험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3세대 휴대폰이 세상에 나오는 데는 아무지장이 없어 보인다. KTF가 이제야 웃게 되었다.

나는 4년전 3세대 휴대폰 문제를 규명하고자 핀란드의 노키아 본사와 스웨덴의 에릭슨사 등지를 방문한 적 있다. 그때 나의 모험적 방문은 외형적 환대에 비해 내용적인 면에서는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노키아사는 그 후 서울의 나에게 직접 전문가를 보내 여러 가지 설명을 했지만 충분한 해답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3세대 통신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자신을 갖지 못했다. 누가 먼저 모험을 거는가에 오히려 관심이 집중되었다. 어쨌든 3세대 '꿈의 통신'이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와 함께 한국에서 최초의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차선을 바꾸지 않고서는 추월을 할수 없다."

지난 92년 휴대폰 기술방식을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로 채택할 것을 주장하면서 내가 외쳤던 구호였다.

당시 CDMA는 최첨단의 기술이었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완의 단계였다. 우리는 CDMA에 과감히 승부를 걸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이제부터 전인미답의 새로운 도전만이 기다리고 있다. 선두는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는 자만이 지킬 수 있다. 에질런트가 한국에 시험적인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이다.

에질런트가 서울에 연구소를 세우듯 삼성이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SISA) 설치했다. 필요한 곳에다 R&D기관을 설치하는 것은 글로벌기업으로선 당연한 일이다.

실리콘밸리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벤처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이들과 연구소간의 교류가 빈번할수록 혁신과 변혁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보와 교류, 창의와 도전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서부개척시대의 골드러시에 이어 '제2의 보난자'가 벤처러시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계 소수민족들이 이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인도, 베트남, 한국의 순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한국이 인구와 재능에 비해 참여폭이 적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중국의 1/10수준이고, 베트남의 반도 안되는 숫자이다. 물이 깊어야 큰고기가 노닐 수 있다.

삼성이나 LG에서 충원을 하거나 영입할 대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이공계 기피현상과 상업성 내지 경영마인드의 부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미국 현지법인인 삼성정보시스템(SISA)측은 진단한다.

우리도 생각할 점이 있다. 삼성연구인력 2만7천명중 2천200명만이 해외에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210명이다. LG는 연구소가 없다. 한국에 더 많은 연구소가 들어와야 하듯이 해외에 많은 연구 인력이 나가있어야 한다.

세계는 좁고도 넓은 것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할일이 아니겠는가.

이곳에서 명성을 날리는 업체치고 벤처로부터 시작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기회의 땅'에 와서도 안전제일주의에 젖고 내자식 만큼은 험한 일 시키지 않겠다는 부모의 이기심이 있는 한 우리가 뻗어나갈 영역은 없다.

삼성 LG가 미국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사이의 일이다. 엄청난 노력과 투자의 대가다. 그러나 조금만 삐긋하면 언제 낭패볼지 알 수 없다.

삼성 LG로서도 '사실은 지금부터다'라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삼성전자가 1년에 50억달러를 연구개발비에 쓰는 것을 감탄만 하다간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김종흔이란 청년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스탠포드대학에서 유학생회장을 한 MBA(경영학석사)출신이다. 현재 스톰이라는 벤처케피탈에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근무하고 있다.

"매일 매일 바뀌는 새로운 환경이 나를 고무시키고 새로운 도전거리가 있다는 것이 즐거움입니다."

성공한 사람과 성공할 사람을 만나고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라는 그의 눈동자를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된다.

모험과 도전은 청년의 특권이다. 벤처의 실험과 창조는 미래의 자산이다. 한국의 IT동력이 꺼지지 않고 계속 추동력을 내기 위해서는 젊은 인재들이 과감히 벤처에 뛰어드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

'도전하는 인재'만이 희망이다.

나라든 인재든 도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는 것이다.

/김형오의원 kho0505@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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