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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의 실리콘밸리 메일] 실리콘밸리에서 본 한국의 희망(1)


 

[ 삼성과 LG의 도약 ]

"노키아도 우리의 좋은 고객입니다. 노키아가 애니콜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요." 실리콘밸리의 박용환 삼성반도체(SSI)법인장의 대답은 의외였다.

노키아라면 천하가 다아는 세계 제1의 핸드폰 생산업체 아닌가.

몇 년전까지만 해도 세계시장의 37%까지 장악했는데 삼성등의 맹추격으로 시장을 10% 잠식당한 그런 노키아가 삼성의 고객이 되다니?

그러면서도 선의의 경쟁 상대란 말은 또 뭔가? 알고봤더니 삼성전자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메모리칩을 노키아에 팔고 그렇게 만들어진 휴대폰은 노키아와 치열한 경쟁을 한다.

일면 협력, 일면 경쟁관계가 되는 것이다.

삼성이 경쟁사인 노키아에 메모리칩을 팔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노키아가 삼성에 메모리칩을 구입하려면 노키아의 요구사항, 내부적 비밀사항을 고스란히 삼성에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양에 맞는 메모리칩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만약 삼성의 애니콜부문에 전달된다면 삼성은 가만히 앉아서 노키아의 핵심비밀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마추어가 보기엔 이런 위험천만한 일이 있을수 있는가 싶다. 서로의 신뢰관계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글로벌 경쟁과 협력이며 나중에 말하겠지만 실리콘밸리에서 그런 현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본 삼성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이미지도 아주 좋다.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126억달러로서 세계 21번째기업이며 작년보다 무려 16% 성장했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작년매출이 564억달러, 이익이 103억달러 발생했다. 특히 100억달러 순익이 발생한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10개에 지나지 않고 제조업은 도요타자동차와 더불어 2개사에 지나지 않는다.

매출액의 18%가 순익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이곳 실리콘밸리 현지법인은 작년에 65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삼성전자 전체매출의 12%를 차지했다고 하니 실리콘 밸리의 중요성이 짐작이 간다.

노키아에 반도체칩을 판 저력으로 이제는 가장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모토로라에 메모리칩을 팔기위해 교섭이 진행 중이라 한다. 이것이 성공하면 삼성의 세계반도체 시장점유율이 더욱 올라갈 것이다.

프라이(Fry's)라는 미국 전역에 판매망을 가진 전자매장이 있다.

팔로 알토같은 작은 도시인데도 돈받는 계산대가 40개이상이나 되는 매우큰 규모였다.

면도기와 컴퓨터용 헤드셋을 사려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데 한가운데에 커다란 LG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 밑에 냉장고, 세탁기, 에어콘이 LG마크를 붙이고 당당히 진열되어 있었다.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방금 PC라인에서 삼성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보고왔던 터다.

말로만 듣던 LG, 삼성이 미국에서 바로 이런 대접을 받는구나!

가슴이 뿌듯해졌다. 제품이 어떻느냐고 슬쩍 물어봤더니 서슴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베스트'라고 한다.(이곳 점원은 인도인인 듯 했음. 여기는 인도, 서남아, 중동인들이 참 많이 눈에 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OEM방식으로 수출했습니다. 사실 OEM(주문자 생산방식)은 노력에 비해 실익이 없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지요" LG현지법인장 김호성 씨의 설명이다.

지난 5-6년 동안 LG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남다른 노력을 했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투자를 했다. 외국 주요브랜드와의 과감한 합작투자를 시도했다.

대형유통망을 잡는데 주력했다. 앞서 말한 프라이, Best Buy, Good Guys, Circuit City등에 삼성과 더불어 LG가 중앙매장을 확보하는 데는 남다른 노력이 뒤따랐다.

무엇보다도 기술과 디자인이 뛰어나야 하고, 광고 또한 열심히 해야 한다.

LG법인장이 휴대폰을 꺼내며 말한다. "우리가 제휴하고 있는 버라이존 통신회사에서 LG로고를 처음에는 (휴대폰)뒤에 붙이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버젓이 앞에 나와 있습니다."

휴대폰만큼은 정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삼성 애니콜의 위치는 단연 세계최고이다.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선물이다. LG가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최근에는 팬택&큐리텔 제품이 호평을 받고 있다. 팬택은 그동안 OEM방식으로 주력하다 금년부터 자기브랜드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LA에 현지법인을 차리고 유명대학에 기부를 하는 등 미국사회에 소프트랜딩하는 노력을 다각도로 진행중이다.

브랜드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브랜드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디자인, 품질은 물론이고 마케팅전략, 광고 심지어 회사의 사회공헌 등이 총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미국사람들 아니 미국정부를 절대로 만만히 보다간 큰일 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기업들은 미국의 반덤핑법에 고통을 받았다. 물건을 팔기만 하면 된다는 시각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소위 '윈앤윈'이라는 상생의 이치를 터득해야 한다.

그래서 삼성과 LG등은 현지화 전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듯했다. 삼성은 미전역에 11개의 법인과 지사를 두고 있다. 한국에서 건너온 사람보다 현지인(미국인)이 훨씬 많다. 밸리 현지법인 인원 340명중 290명이 현지인이다. 물론 이중에는 교포 2-3세도 있지만 한국서 온 사람은 50명에 지나지 않는다. 텍사스 오스틴에는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 반도체공장에서만 작년 한해 10억달러를 생산하고 950명의 현지인을 채용하고 있다이런 삼성을 미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어찌 밉게 보겠는가.

삼성과 LG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 내가 만난 양회사 간부들이 진정 그렇게 느끼고 있다. 적절한 경쟁관계가 내부적 긴장도를 제고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한국 제품의 브랜드가치를 올리는데는 상승작용을 한다. 망망한 바다를 헤쳐나가야 하고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입장에서 둘은 적대관계가 아니라 공생관계인 것이다. 내가 잘되기 위해서 남도 잘돼야 한다는 소박한 진리가 바로 이곳에서 입증되고 있다.

삼성, LG 같은 한국의 대표기업이 10개 정도만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기업은 나라를 끌고가는 엔진이다. 기업이 뜨면 한국의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

기업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부터' 정신 차리자. 삼성과 LG가 세계와 싸우는 현장을 보고 느낀 대한민국 정치인의 소회다.

/김형오의원 kho0505@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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