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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은 “용기내 마주한 단독콘서트…누리는 삶 출발점”


“제일 친한 친구 만나러 가는 마음으로 관객 맞을 것…차기작은 내년 초”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순간순간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여유를 찾고 싶어요.”

2002년 뮤지컬 ‘태풍’으로 데뷔해 올해 17주년을 맞은 뮤지컬배우 조정은은 오는 19~20일 이틀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첫 번째 단독콘서트 ‘마주하다’를 개최한다.

뮤지컬 공연에선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지만, 평소 솔로 무대를 즐기는 편도 아니고 관객 앞에서 늘 긴장하는 조정은에게 2시간 동안 자신의 얘기를 하는 단독콘서트는 낯설다. “제가 30대였으면 기회가 주어져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한 시점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타이밍에 콘서트 제의를 받았어요. 좋은 때에 새로운 시즌으로 출발하는 느낌으로 결정을 하게 됐죠.”

 [PL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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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단순하기도 하고 하나를 하면 그것에만 집중해야 해요. 뭔가를 습득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마음을 여러 개로 쪼개질 못해요. 여전히 작품을 할 때 긴장이 되고 작품을 선택하기 전에도 ‘내가 이걸 잘 풀어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해요. 이런 기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이제 좀 누리면서 하고 싶단 생각을 계속 해요. 한번에 그렇게 되진 않겠죠. 잠깐이라도 ‘참 좋다’ 이렇게 누리는 순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콘서트 제목인 ‘마주하다’에는 조정은의 이런 각오가 담겼다. 좋아하는 단어인 ‘공감’으로 정했다가 준비과정에서 지나온 시간들을 정면으로 마주한 그의 용기를 제목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을 하면서 나 자신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꺼내보기 창피한 작품들도 있어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하나씩 정면으로 보게 되니까 ‘그렇게 못하진 않았네’ 이런 것도 있더라고요. 당시엔 너무 속상했지만 ‘어렸을 때 그 나이만큼 했구나’ ‘내가 가진 게 그만큼이었고 최선을 다했구나’ 등 40대의 내가 그때의 나를 보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 콘서트가 저한테 의미가 있고 정리가 되는 시간인 것 같아요.”

 [PL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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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할이나 팬 모임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내 얘기를 하면서 관객들을 마주하고 노래를 해야 되잖아요. 관객을 떠올렸을 때, 나를 긴장시키는 존재에서 마주보고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로 바뀌는 순간이 될 것 같아요. 연습할 때도 여전히 긴장이 되는데 그럴 때마다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거야’ 이렇게 생각을 하려고 해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조정은을 만나 중의적 표현의 ‘마주하다’라는 제목과 함께 다양한 의미로 꾸며질 콘서트와 연습 중 마주한 지나온 여정 등을 들어봤다.

 [PL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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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단독콘서트를 앞둔 소감이 궁금하다.

“처음이라서 어렵다. 세트리스트를 정했다가 그 안에서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수정하고 있는 과정이다. 오시는 관객들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내 얘기와 내가 작품을 하면서 성장한 부분 등을 담고자 한다. 나의 인간적인 모습을 잘 풀어내고 싶다.”

- 게스트 섭외는 마친 상황인가.

“내가 게스트 전문이다.(웃음) 되게 재미있어서 게스트를 많이 했다. 작품을 하면서 만난 좋은 동료의 초대를 받으면 즐겁고 호스트가 아니니까 큰 부담도 없으니까.(웃음) 막상 내 콘서트의 게스트를 섭외하려고 하니 고민이 많이 되더라. 이분도 생각나고 저분도 생각나고 너무 많은 분들이 떠올랐다. 전체를 구성할 때 내가 생각한 만큼 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어렵구나’를 느꼈다. 시간이 안 되거나 개인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분도 있었다. 최대한 친하고 같이 듀엣을 하고 싶었던 분들을 초대하게 됐다. 멋있는 남자 세 분과 내가 좋아하는 여자 두 분이 나오시는데 평소에 잘 보지 못하셨던 분이라 정말 특별할 수 있다.”

- 가요는 어떤 곡으로 선곡했나.

“사실 가요를 잘 몰라서 많지는 않은데 내가 평소에 좋아했던 노래를 부른다. 어렸을 때도 성격이 조용한 편이어서 서정적인 가요를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도 ‘중학생 때 이런 걸 좋아했나’ 싶은 그런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가요는 보통 사랑얘기지 않나. 사랑얘기 하면 각자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있어서 그 곡을 선택하게 됐다.”

 [PL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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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내가 어디가서 넘버라고 할 만한 작품은 안했더라. 보통 드라마 안에 있는 넘버들이 많아서 그걸 최대한 잘 끊기지 않게 엮어보려고 했다. 양주인 음악감독과 같이 작업을 하는데 내 노래는 드럼을 칠 구간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웃음) 다 사연이 많은 노래들이다. 최대한 너무 가라앉지 않게 하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다.”

- 이번 콘서트를 표현할 수 있는 뮤지컬 넘버가 있다면.

“이 곡을 무대에서 하게 될 지 안할 지는 모르겠는데 ‘맨 오브 라만차’의 ‘둘시네아’가 적합할 것 같다. 알돈자가 마지막에 돈키호테에게 ‘깨어나라, 나를 기억해봐라’ 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돈키호테가 알돈자한테 불렀던 그 이름을 알돈자가 돈키호테한테 얘길 하는 건데, 가사에서 ‘당신이 찾아낸 여인 둘시네아’ 이런 얘길 한다. 콘서트는 관객들이 나를 끄집어내주는 부분도 있다. 나를 긴장시키지만 내가 그걸 어떻게든 뚫고 나오게끔 한 존재기도 하기 때문에 그 가사가 생각난다. ‘맨 오브 라만차’를 할 때 나는 마지막 ‘내 이름은 둘시네아예요’ 그 말을 하러 간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그 앞의 여정을 거친다고 생각을 했다. 다 통틀어서 그 곡을 참 좋아한다.”

- 배우라는 직업을 마주한 현재의 감정은 분명 데뷔 때와 다를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꿈이었고 이것밖에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어느 순간엔 이게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일이 되더라. 그것 때문에 좀 힘들었다. 꿈이라는 에너지가 나를 끌고왔는데 그게 소진된 느낌을 받았을 때 유학을 갔다. 유학을 다녀와선 ‘나는 배우로 맞지 않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늘 했다. ‘이게 진짜 내 길이 맞나’라는 생각을 프로 배우로 활동하면서 끊임없이 했다. 어느 순간엔 ‘그만둬야겠다’ 이런 생각도 했다. 근데 ‘드라큘라’라는 작품을 하면서 ‘연기하는 게 재밌구나’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내가 내 생각을 갖고 내 말로 연기한다는 것에 매료됐다. 그 전엔 남들이 그려놓은 역할의 모습에 나를 맞추려고 했기 때문에 무대에서 자유롭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어떻게 쓸지 모르니까 ‘팔다리가 왜 이렇게 길지’ 이런 느낌?(웃음) 나한테는 그게 되게 괴로웠다. ‘드라큘라’를 하면서는 ‘내가 이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무슨 말인지 알고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연출과 얘기를 많이 나눴고 어쩔 땐 부딪치기도 하면서 그때부터 치열하게 연습을 하게 됐다. 그 다음 작품부터는 남들이 그려놓은 것에 나를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나대로 캐릭터를 그려나가는 작업을 했다. 연기가 여전히 어렵고 힘들지만 ‘재밌는 거구나’ 라는 걸 알게 됐고 그 맛을 보게 되면서 ‘나는 배우가 맞구나’ 싶더라. 그때부터 그 힘으로 가게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계속된 여정인 것 같다. 배우를 하는 게 나한테 가장 잘 맞고 내가 참 재밌어 하는 일이 맞다고 받아들인 지 얼마 안됐다.”

 [PL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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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가 있는데 ‘맨 오브 라만차’가 아픈 손가락이다. 지금 보니까 ‘정말 잘했다’ 정도는 아니지만 ‘애썼다’ ‘최선을 다했구나’ 그렇게 봐지고 그 작품을 통해서 내가 참 많이 성장하고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것과 하고 싶은 것에서 오는 간극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큰 작품이든 작은 작품이든 기회가 주어졌다는 감사함이다. 그때 당시 생각 못한 것을 하나씩 꺼내보면서 잘해야 된다는 마음 때문에 놓치고 간 것들의 소중함을 느낀다.”

- 마주하고 싶은 과거의 시기는 언제인가.

“유년시절이다. 그때는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 언니·오빠가 있지만 막내를 귀찮아하고 안 데리고 놀려고 하지 않나. 따라가려고 하면 거짓말하고.(웃음) 외로움을 많이 탔던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보는 걸 되게 좋아했다. 친구들이랑 놀아도 만날 스토리가 있는 놀이를 했다. 사극이나 드라마 속 회사처럼 상황을 만들어 놀이를 하곤 했다. 소꿉장난 할 때도 벽돌을 빻아서 고춧가루라고 하고.(웃음) 그걸 너무나 진지하게 했다. 저녁 때 밥 짓는 냄새가 나면서 친구들이 가면 그게 너무 싫었다.”

- 마주한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 중 기억에 남는 시점이 있다면.

“연습 땐 연습실이 항상 전쟁터같이 치열했지만 ‘드라큘라’와 ‘엘리자벳’ ‘모래시계’ 공연 때 재미있었다. 특히 ‘엘리자벳’의 경우 수원에서 마지막 공연을 했는데 그때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었다. 공연이라는 게 매번 똑같을 수가 없고 어제 좋았던 걸 오늘 다시 해보려고 하면 안된다. 막공이기도 하고 연습 때부터 알아온 것들이 있어서 정말 편하게 했는데 의도치 않게 그런 짜릿함을 처음 느껴봤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참 좋은 것 같다. 작품으로 만났지만 동료와 계속 같이 가는 관계가 되는 게 빼놓을 수 없이 소중하다. 작품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 과거 힘들었던 시기로 돌아가서 본인에게 칭찬 한마디를 해준다면 뭐라고 하고 싶나.

“안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서 한 작품은 없었다. 지금 안하면 도태될 것 같고 어떤 조바심이 생겨서 작품을 선택하진 않았다. 조급해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선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참 미련스럽고 느렸지만 너대로 잘 갔다’ 그런 얘긴 할 수 있을 것 같다.”

- 조정은을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에게 지름길을 알려준다면.

“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걸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정말 그 사람은 어른이다. 어렸을 땐 그렇다고 얘길 들어도 내 좋은 것을 갖다버리고 다른 사람처럼 되려고 애를 많이 썼던 것 같다. 그 사람이 가장 매력적일 때는 그 사람다울 때라는 생각이 든다. 가지치기는 그 다음 스텝인 거다. 자기가 갖고 있는 좋은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지나고 나니까 그게 보이더라.”

-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메시지는 많다. 꿈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꿈=나’는 아니고 꿈이 없어져도 나는 존재한다. 예전엔 꿈이 사라지면 내가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꿈이 망가지면 속상할 순 있지만 그것 때문에 내 존재 자체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닌데 나는 늘 그렇게 생각을 해왔다. 오시는 분들도 다 꿈이 있겠지만 꿈이 아무리 소중해도 나보다 중요하진 않다. 나와 관객들 존재가 중요한 거지 꿈과 내가 동일시되진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 공연에 아주 대단한 게 있진 않겠지만 ‘오길 잘했다’ ‘참 좋다’ 이렇게 느끼고 가시면 좋겠다.”

- 2019년 남은 기간 계획과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하다.

“단기적으로는 콘서트를 잘 마쳤으면 좋겠고 콘서트를 마치면 큰일을 끝냈으니까 쉬어야 된다.(웃음) 새로 들어갈 작품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초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바람을 말하자면 정말 가정을 이루고 싶다. 옛날에는 일이 너무너무 중요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다른 것에 대한 바람이 생기더라.(웃음)”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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