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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계의 신사 ‘LG家’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노블레스(noblesse)’와 ‘젠틀맨(gentleman)’에는 닮은 구석이 많다. 계급적 관점에서 보면 ‘노블레스’와 ‘젠틀맨’에는 분명 사회적 지위를 내포하고 있다. ‘노블레스’는 원래 귀족이란 뜻으로 사회 상류층을 가리킨다.

영국의 젠틀맨 탄생 배경에도 귀족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젠틀맨은 프랑스어의 ‘귀족’이라는 의미의 ‘장티옴(gentilhomme)’과 유사하다. 이런 맥락에서 젠틀맨의 범주는 17세기 프랑스의 노블레스와 상응한다.

1808년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Gaston Pierre Marc)가 처음 사용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오늘날까지 주목받는 배경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귀한 귀족’이라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가 합해진 말이다. 우리 사회에 연달아 불거진 재벌가의 갑질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다.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는 ‘신사(紳士)’와 일맥 상통한다. 신사는 관리가 두르던 큰 띠의 ‘신(紳)’과 선비 ‘사(士)’의 합체어로, ‘큰 띠를 맨 선비’라는 의미다. 신의를 기반으로 교양과 예의범절, 도덕을 철저히 지키는 인물인 셈이다. 그 지위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필수조건을 수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다.

같은 맥락으로 재계를 바라보면 LG 집안(家)이 눈에 띈다. LG는 1세 창업자인 고(故) 구인회 회장부터 4세 구광모 회장까지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

구 창업자는 1942년 충칭(重慶) 임시정부 독립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찾아온 백산 안희제 선생에게 1만원(당시 쌀 80㎏짜리 500가마를 살 수 있는 금액)을 희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구 창업자의 부친 춘강 공 역시 일정 구여순 선생을 통해 당시 상하이(上海) 임시정부에 5천원의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부친인 구자경 명예 회장의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고(故) 구본무 회장도 우리 사회에 많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가르침은 구본무 회장의 생전 그룹 경영이나 마지막 가는 길에 투영됐다.

LG그룹의 경영철학인 정도(正道) 경영과 인화(人和)의 기업문화를 뿌리 내리게 했고,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한 장례는 화장한 뒤 그 유해를 곤지암 인근 지역의 나무뿌리 옆에 묻는 수목장(樹木葬)으로 안장했다. 재계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수목장을 치르면서 장례문화의 편견을 씻어낸 계기였다.

4세 경영 승계 절차를 막 마친 구광모 회장 역시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구 회장이 부친인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한 ㈜LG 주식 11.3% 가운데 8.8%를 상속 받으면서 내야 할 상속세는 7천억원 수준이다. 지금까지 역대 상속세 납부 1위인 고 신용호 교보그룹 명예회장의 유족들이 낸 상속액 1천830억원의 4배에 달하는 액수다. 그동안 재계의 경영권 승계과정에 비춰볼 때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 구 회장의 상속세 성실 납부는 재계 전반에 분명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필자가 감히 수식어를 붙여 본다. ‘재계의 진정한 신사'가 LG라고.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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