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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근로시간 단축' 부작용 최소화해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워라밸'이니 뭐니 하면서 임신했다고 일찍 퇴근하라고 했는데 일은 덜어주지도 않고 오늘까지 마무리하래요. 계약직도 다 없애서 일도 2배나 많아졌는데 경력이든 신입이든 사람을 뽑지도 않아요. 지금도 이렇게 '위장 근무'하는 처지인데 법정 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달라질까요?"

최근 한 유통업계 관계자를 만나 '워라밸(Work-life Balance)' 열풍에 대해 물으니 이 같은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주당 법정 근로 52시간 시대'가 다가오면서 유통업체들이 '워라밸'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들었지만 일부 대기업의 얘기에 머물고 있는 듯 했다.

올해 2월 28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종업원이 300명 넘는 사업장은 7월 1일부터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앞서 각 유통 대기업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로문화 혁신에 적극 나서겠다며 근로시간 단축 등을 시행하고 있고, 이에 영향을 받은 다른 대기업들도 점차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제도 변경에 대한 반발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비용 상승, 수출 악화, 생산 차질 등을 우려하며 일각에선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초과근무 가능성이 상존하는 식품·패션 등 제조업체들과 홈쇼핑 등 일부 유통업체,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호텔들은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 채용이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자본력 있는 대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제도를 개선하고 당장은 채용 확대에 나설 것처럼 움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자본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엄두도 못낼 일이다.

일부 대기업들도 추가 채용보다 자동화나 효율성 개선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점만 봐도 정부의 바람은 현실과 어긋난 듯 보인다. 일부 기업들은 생산시설이나 연구소 등의 해외 이전을 고민 중이다. 이는 근로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기업들만 옥죄는 각종 규제 영향도 크다.

일단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은 공감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는 탓에 업체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하려는 것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실제 근로시간 단축이 된다고 해도 일은 계속 하면서 퇴근 도장이 찍히는 '위장 근무' 사례를 정부가 제대로 단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근로시간 최장국의 평가를 받으며 후진적 노동여건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런 점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한 정부의 노력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제도 시행의 취지를 사회적인 공감대 안에서 나누고, 보완책 마련과 함께 단계별 적용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같이 병행돼야 한다. 근시안적 운영으로 이 제도가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제도 시행 이전까지 노사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역기능을 바로 잡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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