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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알타비스타를 위한 변명


친구.

자네의 부고를 받아들고 한 동안 멍했다네. 재능 많고 똑독했던 친구. 갖은 시련을 다 겪다가 결국 이렇게 가는구려.

자네가 1995년생이었던가? 그러고보니 초기 인터넷 역사를 장식했던 넷스케이프와 한 살 터울이군, 그려. 둘 다 참 아까운 친구들이야.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란 당대 최고 실력자들과 맞붙은 게 첫 번째 불운이라면 불운일테지.

요즘 세대들은 '알타비스타'란 자네 이름을 잘 모르더군. '1990년대의 구글'이라고 설명해줘도 잘 실감이 안 오는 모양이야. 자네를 좀 안다는 친구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네. 부고를 전했더니, "그 친구 아직도 살아 있었나?"라고들 하더군.

하지만 내게 자네는 각별했다네. 한 땐 구글보다 더 자네를 자주 찾았지. 특히 인터넷과 막 친해질 무렵 자네 덕분에 찾을 수 있었던 숱한 자료들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네.

게다가 자넨 외국어 번역 실력도 만만찮았지. 바벨피쉬(babelfish)였던가? 영어 외엔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외국어가 없는 내게 바벨피쉬는 참 유용했다네. 프랑스어나 독일어 같은 것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영어로 곧잘 옮겨줬으니까. 우리 말 번역 실력이 다소 서툴긴 했지만, 자네에게 그것까지 기대하는 건 과한 욕심이었을 테지.

따져보면 자넨 태생부터가 참 드라마틱했던 것 같아. 정말 엉뚱하게도 자넨 DEC에서 태어났지? 한 때 IBM, 썬 등과 메인프레임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던 업체 말일세. DEC가 알파 칩 성능 자랑하려고 만든 게 바로 자네였지.

컴퓨터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인지, 자넨 어릴 때부터 총기가 남달랐다네. 기껏해야 디렉터리 분류를 찾아주던 또래 검색 엔진들과 달리 자넨 처음부터 '웹 크롤링 방식'을 보여줬지. 구글 같은 요즘 친구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자넨 1995년에 이미 제대로 보여준 셈이지.

그런데 자넨 재능에 비해선 참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던 것 같네. 무엇보다 자네 양육을 책임졌던 부모들이 늘 불안정한 생활을 했던 게 가장 컸던 것 같아. 그렇게 잘 나가던 DEC가 컴팩이란 곳에 인수될 줄 누가 알았겠나? 게다가 컴팩 역시 자네를 오래 책임져주진 못했지. 곧바로 CMGI란 벤처캐피털(VC) 회사에 넘겨버렸더구만. 그 뒤 자네는 오버추어에 잠시 몸을 의탁했다가, 야후에까지 넘겨지게 됐지.

이렇게 되뇌어보니 절로 기구하단 말이 나오는구만. 자넬 잠시나마 맡았던 기업들은 하나같이 불우하게 사라진 곳들이구만.

물론 세 살 어린 구글이 자네 앞 길을 막은 부분도 적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보다 더 자넬 옥죈 것은 후견인을 자처했던 기업들이었던 것 같아. 기가 막히게 정보를 잘 찾던 특별한 재능을 살려주기보다는, 자네에겐 생소한 다른 능력을 발휘하라고 자꾸 재촉들 했으니 말이야. 유식하게 '포털 전략'이라고 불리었던 그 요구들 때문에 자네의 장점이 묻혀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 없네.

서치엔진랜드를 운영하는 대니 설리번 이란 친구가 자네를 추도하는 글을 썼더군. 그 글에 자네와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있더군. 그런데 난 그걸 보고 깜짝 놀랐네. 2000년말까지만 해도 적어도 미국에선 자네가 구글보다 앞서 있더군.

자네 후견인들이 '포털 역할을 하라'고 옥죄던 게 아마도 2000년 무렵이었을거야. 자네가 그렇게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사이 구글은 한 때 자네가 주도했던 검색 쪽에 집중했지. 그러면서 둘의 운명은 서서히 갈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

대니 설리번이 그 무렵 이용자들의 정서를 이렇게 표현했더군. "많은 이들에게 물어보면, 난 알타비스타를 사랑하지만 지금은 구글을 쓰고 있다"고 대답하더라고 말이야. 그게 당시 이용자들의 보편적인 정서였던 것 같아.

참 무심하게도 난 이제야 자네 이름이 무슨 뜻인지 찾아봤다네. '알타는 '높이(height)'란 뜻이고, 비스타는 '풍경'이란 의미더구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란 의미인가? 가더라도 늘 높은 곳에서 우리 인터넷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으로 믿네.

이제 그만 맺어야겠네. 대니 설리번처럼, 오늘만은 자네를 '1990년대의 구글'이라고 부르고 싶진 않네. 대신 구글을 '2010년대의 알타비스타'라고 칭하려네. 그게 자네를 떠나보내는 내 마지막 애정이라네.

잘 가게. 똑똑했던 내 친구. 알타비스타.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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